중국 상하이 도심의 고층 아파트 전경.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상하이 증시는 올들어 상승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중국 상하이 도심의 고층 아파트 전경.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상하이 증시는 올들어 상승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올 들어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이 동반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가 한꺼번에 호황을 보이는 것은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수출 중심 경제인 한국·대만·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 러시아와 브라질에서도 경기 개선 조짐이 보인다.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정책과 중국의 과도한 기업 부채 등 다양한 불안요소들이 있지만, 글로벌 산업계는 경기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경기 호황의 바람은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2월 대만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 규모는 20%가 늘었고, 중국은 11%(위안화 기준)가 늘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산업 경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인해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중국 2월 수출 두 자릿수 증가

영국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우울한 경제 전망에 생산을 줄인 대기업들이 올 들어 재고 보충에 나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 세계 소비자 전자 제품 시장 수요가 2~3년의 수요와 공급 사이클을 갖고 있는 것과도 맞물린다. 전자업계는 올해 신상품을 대거 출시한다. 지난 3월 10일 LG전자는 스마트폰 신제품(G6)을 출시했고, 삼성전자는 이르면 3월 말 신제품 갤럭시 S8을 공개할 계획이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 아이폰 신형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계 장비 관련 기업 지출도 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전 세계 기계 장비 지출이 전년 대비 5.25% 늘었다.

호황의 훈풍은 제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2월 미국의 농업 제외 신규 취업자 수는 23만5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0만명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 기간 실업률은 4.7%로 전월(4.8%) 대비 하락했다.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서비스 산업, 제조업, 건설업 경기체감지수(ESI)는 108.0을 기록, 2011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1.4%로 상향조정했다.

최근 경기 반등은 기저효과가 크다.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로 2015년 6월부터 중국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상하이 증시는 2015년 6월 한 달 동안 28% 폭락했다. 이듬해인 2016년 5월 상하이지수는 2800이 무너졌다. 전년 6월 사상최고치 5178에서 반 토막(46% 감소)이 났다.

중국 경제에 대한 경착륙 우려는 당연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했다. 위안화 절하로 중국 공급 과잉 산업은 수출을 더 늘릴 것이고, 제조업 수익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 제조업 경기는 급격히 위축됐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어려운 브라질과 러시아 같은 원자재 수출 신흥국 경제는 더 쪼그라들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하락했다. 원유 판매에 국가 재정을 의존하는 중동 등 산유국들이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에 빠지면서 글로벌 경기 불안의 진폭을 키웠다. 전 세계에 뿌려진 오일머니가 위축되면서 해외건설 프로젝트 발주량도 줄었다.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 감축 압력도 커졌다.

그로부터 10개월.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는 어느새 잦아들었다. 상하이 증시는 24일 현재 최저점 대비 16.3% 올랐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50달러를 회복했다. 비관론 일색이던 중국 경제 전망은 낙관론으로 대체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16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이 2017년 6.5%, 2018년 6.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GDP성장률은 2.3%, 2.5%로 전망됐다.


디플레이션 우려 벗어던진 중앙은행들

IMF는 중국 경제 성장이 세계 경제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리앙 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채 수요 감소나 중국 실질 금리 급등 같은 ‘블랙스완(예기치 못한 변수)’만 없다면 중국 경제 회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 불안을 벗어던지고 있다. 3월 10일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졌다”며, 23일부로 TLTRO II(통화 완화책) 종료를 선언했다. 글로벌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기업 투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일본 총무성의 GDP 발표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일본 기업 지출은 연간 8% 상승했다. 정보기술(IT) 관련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소비자 및 기업의 IT 관련 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2.2%포인트 늘어난 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 회복 움직임을 세계 경제의 대세 상승로 낙관해선 안 된다. 지난 2010년 세계 경제가 반등 움직임을 보일 때 유럽 재정 위기가 발발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유럽 각국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무렵인 2013년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프로그램 축소를 선언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에 시달렸다.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급격히 빠져나간 탓이다.

2014년에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반 토막 나면서 산유국 경제가 흔들렸고, 브라질·러시아 같은 원자재 수출 국가가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다. 2016년에는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로 유럽 금융시장이 극도로 위축됐다.

지금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불안요소가 산적해 있다. 중국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의 과도한 기업 부채, 부동산 버블은 풀지 못한 숙제다. 미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도 부담이다. 미국은 올해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에 대중영합주의가 확산되는 것도 변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전 세계 기업들의 대미 수출 확대에 빨간 불이 켜졌다. 주민 전 IMF 부국장은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이 전 세계적 최대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현재 적극적인 투자를 여전히 망설이는 모습이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의 제임스 세틀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 개선 움직임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투자 계획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 금융기관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