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위치한 IHH헬스케어 산하 마운트엘리자베스노베나병원. <사진 : 블룸버그>
싱가포르에 위치한 IHH헬스케어 산하 마운트엘리자베스노베나병원. <사진 : 블룸버그>

IHH헬스케어(이하 IHH)는 병원을 경영하는 말레이시아 회사다. 2015년 매출액은 84억5500만링깃(약 2조1300억원) 규모다. 병원을 경영하는 주식회사(MSO·병원경영지원회사)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둔 병원경영지원회사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IHH가 만들어진 과정에 이유가 있다. IHH는 말레이시아 2위 병원 그룹 ‘판타이(1974년 개업)’, 싱가포르 최대 병원 그룹 ‘파크웨이(1987년 병원을 매입해 헬스케어 산업 진입)’, 터키 최대 병원 그룹인 ‘아지바뎀(1991년 개업)’을 산하에 두고 있다.

3개의 병원 그룹 각각은 역사가 길지만 IHH는 2010년 설립됐다. 먼저 말레이시아의 판타이와 싱가포르의 파크웨이가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의 투자를 받아 2010년 5월 통합해 IHH가 설립됐다. 2012년 1월 터키의 아지바뎀을 계열사로 추가했다. 같은 해 7월 주식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했다. IHH 설립 다음 해 미쓰이(三井)물산이 출자해 2대 주주가 됐다.


국부펀드 투자로 3개국 병원그룹 통합

IHH는 병원 52개, 병상 수 1만개, 직원 3만명을 거느리고 있다. 2012년 말 병원 33개, 5000개 병상에서 빠르게 규모가 확대됐다. IHH의 병원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터키 핵심 3개국 외에도 인도·중국·브루나이·아랍에미리트(UAE)·이라크·불가리아·마케도니아 등 총 10개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인구 증가, 고령화, 중산층 확대 등 의료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이다.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에선 의과대학 등 교육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IHH가 거점을 두고 있는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이스탄불은 주변국에서 항공편으로 가기 쉬운 위치에 있다. 또 의료기술이 뛰어나고, 의료비가 합리적인 수준이어서 외국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의료 관광’이 활성화될 조건을 갖추고 있다.

IHH도 의료 관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외국에서 온 환자가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IHH 산하의 싱가포르 ‘마운트엘리자베스노베나병원(2012년 개업)’은 높은 수준의 의료 설비와 호화로운 시설을 갖춰 의료 관광의 거점으로 널리 알려졌다. 싱가포르에서 IHH의 환자 1인당 지출액은 2015년 기준으로 2만7000링깃(약 680만원)이다. 말레이시아보다 5배, 터키보다 3배 많다. 의료 관광 환자가 많은 것이 한 원인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미국, 유럽, 호주, 홍콩의 절반 가격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국가 정책으로 의료 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IHH가 말레이시아에서 받아들이는 의료 관광 환자 매출은 아직 전체 수입의 10% 이하다. 터키도 마찬가지로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 지점이라는 지리적 특징이 있어 유럽과 중동의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역시 외국에서 오는 환자 매출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싱가포르 마운트엘리자베스노베나병원의 고급 병실. <사진 : 블룸버그>
싱가포르 마운트엘리자베스노베나병원의 고급 병실. <사진 : 블룸버그>

인도·중국·유럽으로 의료사업 확대 계획

IHH가 많은 병원을 산하에 두고 통합해서 운영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규모를 키워 수준 높은 인적·물적 자원을 갖추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커지면 우수한 의료진을 갖추면서 인건비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 IHH는 산하 의과대학에서 인재를 육성해 공급받고, 병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도 쉽다. 또 IHH가 거점을 두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직원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 관습, 종교의 차이에 익숙하다. 외국에서 방문하는 환자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인건비는 지출되는 경비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총수입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32%에서 2015년 39%로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 최대 병원경영회사 HCA홀딩스와 비교하면 인건비가 낮은 수준이다.

병원 규모가 커지면 필요한 의료기기와 용품을 구입할 때 협상력이 커져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최근 5년간 IHH의 물품·서비스 구입 비용은 32%에서 26%로 낮아졌다. 의료 시스템, 보험 제도가 달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IHH의 이익률은 미국 HCA의 이익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IHH는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간 총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했다. IHH 산하엔 말레이시아·싱가포르·터키의 거대 병원 그룹이 속해 있고, 이 지역에선 앞으로 왕성한 의료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중국·동남아시아·남아시아로 의료 사업 지역을 넓히고, 유럽에서도 터키에서 동부유럽·중부유럽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2017년에도 터키, 홍콩, 중국, 미얀마에서 새 병원 개원이나 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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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경영지원회사(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의료법인·의료인 등 여러 투자자가 설립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이다. 의료기관에 의료장비 대여, 구매 대행, 경영 컨설팅, 인력 관리, 진료비 청구, 마케팅 대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국내엔 차바이오텍이 대표적이다.

Plus Point

IHH헬스케어

본사 소재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매출액 84억5500만링깃(약 2조1300억원)
영업이익 15억2800만링깃(약 8400억원)
당기순이익 9억3300만링깃(약 2300억원)
직원 수 3만명
(기준 :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