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 박람회)에서 새로운 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 박람회)에서 새로운 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엔비디아(Nvidia)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엔비디아는 GPU의 개발·설계를 맡고, 생산은 대만의 TSMC 등에 위탁하는 팹리스(제조 공장이 없는 반도체 기업) 회사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기업 중 매출액 16위를 기록했다. GPU의 용도가 컴퓨터 화상 처리에서 연산처리 고속화로 넓혀지면서 엔비디아의 사업 영역도 게임에서 고성능 컴퓨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으로 확대됐고, 실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1993년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黃仁勳) 등 3명이 설립했다. 대만에서 태어난 젠슨 황은 미국에 건너간 뒤 반도체 업체 AMD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자 등으로 일했다. 그는 컴퓨터 시장이 급격히 커지자 그래픽 처리 분야에서 사업적인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다.


게임용에서 AI·자율주행으로 확장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돋보이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이 회사가 ‘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GPU 덕분이다. GPU가 등장하기 전 그래픽은 컴퓨터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가 처리했다.

엔비디아의 주력 사업 분야였던 게임용 칩은 3D 동영상 표시나 대전(對戰)형 게임을 하는 사람이 보기에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그래픽을 처리해야 했다. 이를 위해 GPU는 많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GPU가 발전하자 연산능력만 따지면 CPU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갖게 됐다.

GPU를 개발한 후 엔비디아는 급성장했다. 하지만 GPU를 탑재한 PC용 그래픽카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고,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퀄컴에 밀렸다. 황 CEO는 GPU를 핵심으로 하는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에 진출했고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까지 일체화해 제공하는 생태계 구축을 도모했다.

엔비디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은 2006년 개발한 ‘쿠다(CUDA)’다. CUDA는 GPU에서 수행하는 병렬 처리 알고리즘을 C언어를 비롯한 표준언어를 이용해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CUDA 등장으로 지금까지 그래픽 처리에 쓰였던 GPU를 연산작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됐고, 컴퓨터 성능은 극적으로 높아졌다. 대량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GPU는 수퍼컴퓨터 등 고성능 컴퓨터 시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실적은 2014년까지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그러다 2015년 이후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GPU가 AI와 자율주행차에 널리 쓰이기 시작한 덕분이다.

AI의 여러 분야 중 최근 각광받는 ‘딥러닝’은 인간 뇌의 뉴런을 컴퓨터가 모방해, 데이터 처리 방법을 AI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AI의 한 분야인 ‘딥러닝’엔 매우 큰 연산능력이 필요하다. AI 연구자들의 선택은 연산능력이 뛰어나고 CPU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CUDA를 이용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GPU였다. 이 제품은 AI에서 실질적으로 표준이 됐고, 아마존·IBM·마이크로소프트·SAP(독일의 소프트웨어 회사)·화낙(일본의 로봇 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쓰고 있다.

엔비디아 GPU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표준이 됐다. 자율주행은 카메라로 찍은 그래픽 데이터를 기초로 다음에 할 행동을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어린이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거나, 앞서가던 차량이 급정거하는 다양한 조건을 프로그램으로 처리해야 한다. 엔비디아는 약 10년 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관련 소프트웨어와 개발 환경을 마련했다. 테슬라·포드·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보쉬 등도 엔비디아의 GPU를 채용했다. 아우디는 지난 1월 2020년까지 AI에 기반한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제휴했다.

자율주행차에서 GPU는 컴퓨터가 도로와 주변의 상황을 순간적으로 파악해 자동차에 지시 내릴 수 있도록 데이터를 처리한다. <사진 : 엔비디아>
자율주행차에서 GPU는 컴퓨터가 도로와 주변의 상황을 순간적으로 파악해 자동차에 지시 내릴 수 있도록 데이터를 처리한다. <사진 : 엔비디아>


퀄컴·인텔보다 앞선 기술력

자율주행차 분야에선 퀄컴과 인텔 등이 엔비디아의 경쟁자다. 퀄컴은 지난해 10월 차량용 반도체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네덜란드의 NXP를 470억달러(약 53조원)에 인수했다. 인텔도 자율주행차 기술을 가진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를 인수하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플랫폼 ‘고(Go)’를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선 엔비디아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의 2016년도(2016년 2월~2017년 1월) 매출액은 38% 늘었고, 영업이익은 157%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게임용 제품이 59%, 데이터센터용 제품이 12%, 자율주행차용 제품이 7%를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PC 그래픽카드가 주력이다. 다만 AI 분야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게임용 GPU 매출액이 전년보다 44% 늘었지만 데이터센터용 GPU는 145% 늘어 증가 폭이 더 크다. 구글과 아마존, IBM이 엔비디아의 GPU를 선택해 매출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또 앞으로는 가상현실(VR)용 GPU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주가는 AI와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GPU가 주목받으면서 1년 사이에 3배로 뛰는 등 급상승했다. 지난해 1월 초엔 3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00~110달러 선을 웃도는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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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Graphics Processing Unit) 1990년대 중반 이후 게임에 3D 그래픽이 도입됐고, 광원 효과와 질감을 표현해 화면을 현실과 가깝게 묘사하기 위한 기술이 발전했다. 이런 작업을 CPU가 처리하기는 버거워 보조하기 위해 GPU가 개발돼 그래픽카드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최근 AI나 자율주행차에서 GPU의 자원을 그래픽이 아닌 범용 작업에 이용하는 것을 ‘GPGPU(General Purpose computing on Graphics Processing Units)’라고 한다.

Plus Point

엔비디아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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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CEO 젠슨 황
총자산 98억4100만달러
순자산 57억6200만달러
매출액 69억1000만달러
영업이익 19억3400만달러
당기순이익 16억6600만달러
종업원 수 7282명
(기준 : 2016년 2월~ 2017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