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있는 소니 본사. 소니는 카메라 이미지 센서 시장의 호황 덕분에 이미지 센서 사업에서만 올해 1000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 블룸버그>
일본 도쿄에 있는 소니 본사. 소니는 카메라 이미지 센서 시장의 호황 덕분에 이미지 센서 사업에서만 올해 1000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 블룸버그>

소니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소니는 작년 2887억엔(약 2조9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올해는 카메라 이미지 센서와 프리미엄 TV 호조에 힘입어 1998년 이후 역대 최고치인 5000억엔(약 5조1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최근 “증권가에서 보는 소니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5070억엔”이라며 “이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소니가 올해 이 기록을 달성한다면 72년 소니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하게 된다.

소니 경영진도 올해를 ‘부활의 해’로 선언했다.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최고경영자(CEO)는 5월 23일 ‘2017년 경영설명회’에서 “지난 5년간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소니는 충분한 힘을 되찾았다”라며 “올해 목표로 삼은 5000억엔의 영업이익은 통과점(通過點)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소니가 올해 실적 향상을 장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카메라 이미지 센서 시장의 호황 덕분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는 사람의 표정 등 피사체의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빛신호를 전자신호로 바꾸는 기술이다. 미소를 지으면 자동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이미지 센서 기술의 일례다.


세계 이미지 센서 점유율 45%

제품 소형화·경량화에 경쟁력이 있는 소니는 크기가 매우 작으면서도 정밀한 제품을 만들어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매년 애플에만 1억개를 공급할 만큼 이미지 센서 수요가 급증해 공장을 전면 가동해도 물량 대기가 버거울 정도다.

지난해 소니의 이미지 센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4.5%(매출액 기준)에 달한다. 2위인 18%의 삼성전자를 훌쩍 앞서 있다. 소니는 올해 달러당 엔화 환율이 110엔 수준을 이어간다면 이미지 센서 사업에서만 1000억엔(약 1조2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1대 팔릴 때마다 소니는 20달러(2만2800원)를 번다”면서 “이미지 센서가 소니 실적 회복의 일등 공신”이라고 말했다.


‘기술 소니’ 전략이 회복 이끌어

소니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힘을 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HS가 지난 1분기(1~3월) 대당 1500달러(약 170만원) 이상인 프리미엄 TV 시장의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소니가 39.0%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10~12월) 43.8%의 점유율로 1위였던 LG전자는 8%포인트 하락한 35.8%로 2위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는 전 분기보다 7%포인트 하락한 13.2%로 3위로 떨어졌다.

소니의 부활은 ‘기술 소니’ 전략이 이끌었다. 히라이 CEO의 승부수였다. 소니는 2015년 공모 증자로 조달한 4000억엔(약 4조2200억원) 대부분을 이미지 센서 설비투자에 썼다. 히라이 CEO가 내건 슬로건은 ‘Be moved-One Sony(감동을 전하자-하나의 소니)’였다.

소니 기술자들은 점점 커지는 이미지 센서 시장에 주목했다. 홍채·지문 인식, 미세먼지 감지 등 다양한 센서 기술이 등장하는 중에 소니 기술진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에 주목했다. 사람처럼 냄새를 맡거나 촉각을 느끼지 못하는 AI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려면 높은 수준의 센서 기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소니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회로 기술 연구에 집중해 왔다.

소니 기술자들은 CEO의 과감한 투자에 보답했다. 2014년에는 기존 자동차 카메라 센서에 비해 감도가 10배나 높아 컴컴한 곳에서도 사물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자동차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를 개발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한 대당 30개 이상의 센서가 필요해 수요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소니의 주가가 주당 4000엔을 돌파하며 시가총액이 5조엔대로 치솟은 것도 센서 기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소니와 매출이 비슷한 미쓰비시·파나소닉의 시가총액은 3조엔대다. 블룸버그는 “시장 분석가들은 소니가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소니의 영업이익은 하반기에 더욱 증가해 현 전망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lus Point

부활 이끄는 히라이 CEO

히라이 가즈오 최고경영자(CEO). <사진 : 블룸버그>
히라이 가즈오 최고경영자(CEO). <사진 : 블룸버그>

소니의 부활은 2012년 평사원 출신 히라이 가즈오(57) CEO가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히라이 CEO의 경영 철학은 ‘모노즈쿠리(장인정신)’다. 그는 장인정신을 강조하며 전임 회장이 소홀했던 기술 중시 문화를 재건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제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4차 산업혁명 핵심 부품인 첨단 이미지 센서는 소니의 모노즈쿠리가 빚어낸 대표 상품이다. 최근 프리미엄 TV의 약진도 소니가 개발한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의 뛰어난 기술력 덕분이다.

히라이 CEO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소니는 작년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AI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2006년 강아지형 로봇 ‘아이보(AIBO)’ 생산을 중단한 뒤 10년 만에 로봇 산업에 재진출한 것이다. 그는 “이제 혁신을 통해 성장에 제대로 속도를 낼 때”라고 말했다. 워크맨·플레이스테이션처럼 예전에 없던 혁신 제품을 만드는 ‘소니 장인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가 주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은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사업이다. 소니그룹의 각 부문은 VR 기술 활용에 뛰어들고 있다. 소니뮤직은 VR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게임 부문에서는 안경 형태의 VR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VR’을 내놓는 식이다. 히라이 CEO는  “제조에서 콘텐츠까지 모두 갖춘 소니야말로 VR 부문에서 가장 유리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