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헤르초게나우라흐에 있는 아디다스 매장에서 고객들이 신발과 의류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독일 헤르초게나우라흐에 있는 아디다스 매장에서 고객들이 신발과 의류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아디다스는 아돌프 다슬러가 세운 독일의 스포츠 용품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92억9100만유로(약 25조1599억원)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나이키(323억7600만달러·약36조2934억원)에 이어 업계 세계 2위다. 전체 매출액의 53%는 신발과 양말 등 신발류(footwear) 판매에서 나오고, 39%가 의류, 나머지 8%가 공과 가방 등 ‘하드웨어’가 차지한다. 최근 실적이 우수해 지난 2년간 주가는 2.4배로 올랐고, 시가총액은 369억유로(약 48조원)에 달한다.

세계 1위 나이키와 세계 2위 아디다스의 차이는 스니커(운동화) 시장 존재감에서 크게 두드러진다.


아디다스 스니커, 나이키 제치고 판매 1위

나이키의 ‘에어 조던’과 ‘에어 맥스’ ‘에어 포스1’ 등 스니커 제품은 1980~90년대에 세계적인 스니커 붐을 일으키며 스트리트 패션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해 나이키의 신발류 매출액은 199억달러(약 22조2980억원)에 달한다.

마이니치신문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나이키를 이기기 위해 아디다스는 10년 전부터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캐주얼 패션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여러 브랜드를 전개하는 전략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다. ‘스탠스미스’나 ‘수퍼스타’ 등 과거 크게 인기를 끌었던 복고풍 스니커를 다시 살려내고, 일반적인 옷에 같이 입을 수 있도록 제품군을 정비했다.

이런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미국 시장조사 회사 NPD에 따르면 미국 스니커 시장은 2015년까지 10년 이상 나이키가 독점하다시피 했으나, 2016년엔 아디다스의 수퍼스타가 가장 많이 팔렸다.

성장을 이끄는 다른 요소는 신소재다. 아디다스는 2013년 ‘부스트(Boost)’라고 이름 붙인 신소재를 미드솔(신발 밑창 중 땅바닥에 닿는 아우터솔, 발과 맞닿는 인솔의 사이)로 사용한 러닝화 ‘에너지 부스트’ 판매를 시작했다. 이 부스트는 충격 흡수가 뛰어나고 반발성도 우수하다. 2013년 아디다스의 러닝화 매출액은 전년보다 17% 늘었다. 부스트는 이후 농구화나 트레이닝화 등 다른 신발에도 적용됐다. 최근엔 부스트를 사용한 러닝화를 산책용으로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카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CEO. <사진 : 블룸버그>
카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CEO. <사진 : 블룸버그>


테일러메이드 매각하며 골프사업 정리

2001년부터 오랫동안 아디다스를 이끈 헤르베르트 하이너(Herbert Hainer)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물러났다. 이어 소비재 대형 기업 헨켈에서 CEO를 지낸 덴마크 출신의 카스퍼 로스테드(Kasper Rφrsted)가 아디다스의 수장에 올랐다. 이 새로운 CEO는 아디다스를 바꾸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첫 번째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검토다. 로스테드가 취임하는 시점에 아디다스는 ‘아디다스’ 브랜드 이외에 2006년 인수한 영국 스포츠 용품 회사 ‘리복’, 리복을 인수할 때 따라온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전문 브랜드 CCM, 1997년 인수한 골프 용품 회사 테일러메이드로 구성돼 있었다. 지난 5월 아디다스는 테일러메이드를 미국 사모펀드 KPS캐피털에 4억2500만달러에 매각했다. CCM에 대해선 1년 안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두 번째는 미국 중시 전략이다. 아디다스 매출액은 지역별로 분류하면 서유럽 30%, 북미 21%,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 16%, 라틴 아메리카 9%, 일본 6%, 러시아 4%, 기타 아시아·중동·아프리카가 14%다.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매출이 발생하는 것은 좋지만, 세계 1위 나이키를 쫓아가기 위해선 세계 최대 시장이고 글로벌 패션 트렌드에 영향력이 큰 미국에서 매출액을 늘리는 일이 중요하다.

세 번째 전략은 ‘디지털 시프트’다. 로스테드 CEO는 취임 후 TV 광고를 중지하고, 광고 선전비를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와 접촉하는 디지털 미디어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TV보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더 익숙한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에 다가가기 위해서다. 아디다스가 잡아야 할 중요한 시장인 청소년은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얻으므로 TV 광고 효과는 적다.


Plus Point

아디다스가 인수한 ‘리복’ 10년간 매출 10% 줄어

아디다스에 인수된 리복은 아디다스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졌다. 1895년 당시 14세였던 육상 선수 조셉 포스터는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스파이크가 박힌 러닝화를 원했지만 당시 영국 볼턴에서 그런 신발을 구할 수 없어 직접 집에서 만들기 시작한 게 리복의 시초다. 아디다스 창업자 아돌프 다슬러가 처음 신발을 만든 것은 조셉 포스터보다 29년 늦은 1924년이다. 조셉 포스터는 그의 이름을 딴 ‘J.W. 포스터’라는 회사를 1900년에 세웠고, 그의 손자가 1958년 가장 빨리 달린다는 아프리카 가젤류의 이름을 따서 ‘리복’으로 사명을 바꿨다.

아디다스 실적이 더 좋아지려면 리복의 성장이 필요하다. 신고 걷는 것만으로 하체 근육이 발달해 각선미가 예뻐지고 칼로리 소모를 높이는 ‘이지톤’을 2009년 발매하는 등 성공한 제품은 몇 가지 있지만, 실적은 좋지 않다. 아디다스가 인수한  2006년 리복의 매출액은 19억7900만유로였지만, 지난해엔 17억7000만유로(약 2조3120억원)로 10년간 1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디다스 브랜드의 매출액은 2.8배가 됐다. 그 결과 2006년 리복 브랜드가 아디다스그룹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6%였지만, 작년엔 9.2%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