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타임워너 케이블 직원이 미국 뉴저지주 레오니아의 한 가정에서 고장 난 케이블TV를 수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차터 커뮤니케이션스는 타임워너 케이블을 인수했다. <사진 : 블룸버그>
2015년 10월 타임워너 케이블 직원이 미국 뉴저지주 레오니아의 한 가정에서 고장 난 케이블TV를 수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차터 커뮤니케이션스는 타임워너 케이블을 인수했다. <사진 : 블룸버그>

차터 커뮤니케이션스(Charter Communications·이하 차터)는 1993년 미국에서 설립된 케이블TV 기업이다.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으로 창업한 폴 앨런이 케이블TV 네트워크를 통일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투자한 회사다. 그는 1983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퇴사한 후, 부동산이나 우주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했고, 1990년대엔 정보통신(IT) 분야 중 케이블TV 인프라 사업에 주목했다.

미국은 케이블TV 산업이 활성화돼 있다. 지금과 달리 1990년대 초엔 케이블TV 업체 인허가권이 지방자치단체에 묶여 있어, 중소 규모 사업자가 난립해 있었다. 앨런은 중소 업체를 통합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쌍방향으로 통신할 수 있게 만든다면 컴퓨터를 통해 대량의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구상은 ‘와이어드 월드(wired world)’라고 불렸다.

앨런은 이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1998년 45억달러를 투자해 차터를 인수했다. 그다음 해엔 케이블TV협회에 소속된 10개 회사를 인수해 통합했다. 앨런이 처음 인수할 때 차터의 케이블TV 가입자수는 110만가구였으나, 1999년 말엔 620만가구로 급증했고, 케이블TV 업계 3위로 올라섰다.


2000년대 경쟁 격화로 파산보호 신청

규모는 커졌지만 차터의 경영은 어려웠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인수한 작은 회사들의 케이블TV 인프라는 오래된 것들이었고, 고도화를 위해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했다. 게다가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를 인수했기 때문에 좀처럼 흑자로 전환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꺼진 뒤 경기가 침체돼 타격을 입었다. 2004년에 대형 통신사가 영상 전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케이블TV 업계에 악영향을 줬다. 유료 TV 시장에서 경쟁자가 위성방송과 통신사, 케이블TV 사업자 등 3자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차터의 부채액은 2008년 총 217억달러로 불어났다. 1년간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19억달러에 달했다. 당시 연간 매출액이 65억달러인 차터에 과다한 규모였다. 게다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쇼크로 경기가 급속히 냉각돼 경영이 급격히 나빠졌다. 2009년 3월, 차터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차터는 회생 절차를 마친 뒤 2009년 11월 경영이 정상화됐다. 2010년 9월엔 증시에 재상장됐다. 이후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매출액이 38% 증가했다. 성장을 이끈 것은 초고속 인터넷 사업이다. 인터넷 가입자수는 5년간 65% 증가했고, 매출액은 87%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 290억300만달러(약 32조1933억원) 가운데 초고속 인터넷 사업은 92억7200만달러(약 10조2919억원)로 32%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근거리 통신망(LAN)을 구축하는 ‘이더넷’ 등 법인 대상 통신 서비스도 5년간 128% 증가했다. 이 부문 경쟁사인 AT&T나 버라이즌 등 대형 통신사는 휴대전화 사업이나 대기업 대상 통신망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중소기업 대상 영업엔 소홀했다. 이 틈새를 차터가 파고들었다.

지난해 차터는 인수·합병(M&A)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2016년 5월 케이블TV 업계 2위였던 ‘타임워너 케이블’을 787억달러에, 업계 6위였던 브라이트 하우스를 110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의 차터는 케이블TV 업계에서 3위였지만, 위성방송·인터넷방송 등을 포함한 유료 TV 시장에선 업계 6위의 중견 업체에 지나지 않았다. 인수 이후 차터의 존재감은 커졌다. 차터는 인터넷 가입자수에서 컴캐스트에 이어 2위, 유료 TV 가입자수는 AT&T, 컴캐스트에 이어 3위에 올라섰다.


결합상품 개발, 콘텐츠 강화가 과제

차터가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선 이동통신 시장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케이블TV 업체들은 휴대전화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작은 기업이나 일반 가정 고객을 대상으로 케이블TV 가입을 권유하려면 이동통신도 결합해서 판매해야 한다. 차터는 버라이즌의 휴대전화 서비스를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 형식으로 재판매해 왔다. 하지만 재판매는 거의 이익이 나지 않는다.

다른 과제는 양질의 콘텐츠 확보다. 경쟁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는 2011년 NBC 유니버설을 인수했다. NBC 유니버설은 미국 3대 지상파 방송 채널 중 하나이면서,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를 갖고 있던 콘텐츠 전문 미디어 기업이다. AT&T는 2015년 위성방송 사업체 디렉TV를 인수했고, 지금은 종합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는 서비스가 확산돼 유료 TV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영화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미디어 그룹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시청자에게 선택받고 점유율을 높이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NBC 유니버설은 ‘유니버설 픽처스’, 타임워너는 ‘워너 브러더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는 것은 사업을 다각화하고 실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Plus Point

미국 미디어 업계 M&A로 재편

일본 소프트뱅크의 미국 이동통신 자회사인 스프린트는 차터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대형 통신사 AT&T가 타임워너 인수를 추진하는 등 미국 미디어 업계에선 공격적인 M&A로 업계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스프린트의 차터 인수는 불발됐다. 차터가 스프린트의 경쟁사인 버라이즌의 회선을 빌려 MVNO 사업을 벌이고 있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일가가 보유한 미디어 그룹 ‘21세기 폭스’ 인수전에도 차터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CNBC는 최근 미국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가 21세기 폭스의 자산 대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1세기 폭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회사는 이외에 버라이즌, 아마존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