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의 공상은행 사무실에 설치된 CCTV 관제 센터. <사진 : 하이크비전>
중국 선전의 공상은행 사무실에 설치된 CCTV 관제 센터. <사진 : 하이크비전>

사람이 움직이는 거의 모든 모습은 어딘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CCTV·폐쇄회로 TV)에 찍힌다. 길이나 건물 안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됐다.

중국 하이크비전(海康威視·Hikvision Digital Technology)은 감시카메라 업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이다. 감시카메라와 데이터 기록 기기는 물론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는 컨트롤센터의 개발과 설치, 현장과 컨트롤센터를 연결하는 통신 기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은 기술력도 뛰어나면서 다른 나라 기업의 제품보다 가격이 약 20% 저렴하다. 덕분에 중국 증권사의 추정에 따르면 하이크비전 감시카메라는 2016년 중국 시장 점유율 23.5%, 세계 시장 점유율 11.1%를 기록했다.

2001년 설립된 하이크비전은 2010년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최대주주는 중국 중앙정부 직할 국유기업인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처음엔 감시카메라에 필요한 영상 저장용 메모리를 제조했고, 그 뒤 감시카메라에 관련된 전반적인 기술과 제품을 개발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 시스템이, 2010년 상하이엑스포엔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 1만2000대가 쓰였다.


AI 접목한 고성능 제품 개발

하이크비전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2011년 매출액은 52억위안(약 8580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319억위안(약 5조2635억원)으로 5년 만에 513% 증가했다.

앞으로도 계속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민간조사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보안시장 규모는 5400억위안(약 89조1000억원)이었고, 최근 3년간 연평균 32%씩 성장했다. 중소기업과 개인 수요 확대도 기대된다. 인구 1000명당 감시카메라는 미국이 123개, 일본과 한국이 약 110개다. 반면 중국은 78개로 아직 적다.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2010년 상장할 때까지만 해도 해외 자회사는 미국과 인도밖에 없었다. 지난 6월 말 현재 해외 자회사는 31개로 늘었다. 해외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약 30% 수준이고, 성장 속도는 중국 국내 시장보다 빠르다.

하이크비전의 경쟁력은 우수한 기술력이다. 2006년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2013년엔 딥러닝(심층학습·컴퓨터가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만든 기계 학습 기술)을 도입했다. 2015년엔 세계 최초로 컨트롤센터에 적용할 수 있는 AI 제품을 발표했다. 작년엔 딥러닝을 응용해 고도로 발전된 화상처리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했다.

하이크비전은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R&D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366명으로, 전 직원의 46.8%를 차지한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24억3000만위안(약 4010억원)이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47%씩 증가하고 있다. 특허를 1245건 보유하고 있는 등 지식재산권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최신 감시카메라 제품은 현장의 카메라에서 수집한 많은 데이터가 컨트롤센터로 집중된다. 데이터가 많아져 인간에 의한 감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범죄 용의자가 변장하더라도 AI가 안면을 인식해 자동으로 알아내는 등 더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고속도로 달리는 차량의 번호판 식별 가능

중국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는 하이크비전의 기술을 이용해 도시 전체에서 감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추진하는 ‘톈왕(天網·skynet)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난창시는 작년 8월까지 3만5000대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중 1만8000대의 고성능 카메라는 영상을 확대하면 100m 떨어진 작은 광고판의 전화번호를 식별할 수 있고, 재생 속도를 낮추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번호판도 알아낼 수 있다. 360도 회전할 수도 있다.

톈왕은 감시카메라가 촬영한 영상과 범죄 용의자의 데이터 베이스를 연결했다. 신호를 어기고 질주하는 차량이나 갑자기 뛰는 행인 등을 포착한 뒤 영상을 확대해 안면을 인식하고, 수배자 명단에 있는 용의자와 같다고 판단되면 경보가 울린다. 골드만삭스는 난창시가 도입한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가 용의자를 효율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한다고 평가했다.

작년 1월부터 8월까지 난창시는 톈왕의 도움으로 1635명의 범죄자를 체포했고, 2963건의 사건을 해결했다. 중국 관영 CCTV는 톈왕에 대해 “국민 안전을 수호하는 눈”이라고 표현했다.


Plus Point

美 대사관·미군도 사용
중국의 도·감청 우려 제기

하이크비전의 리스크 요인은 최근 서방 국가에서 중국 정부의 도·감청을 우려해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이 사용하는 도로 감시카메라, 미주리주 미군 기지 감시카메라, 아프가니스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감시카메라 등은 하이크비전의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하이크비전의 감시 장비는 유럽 시장 점유율 1위, 미국 시장에선 2위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의 캐롤린 바살러뮤 회장은 “중국 정부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투자한 정보수집 기술을 사용할 때 좋은 의도가 있을 것으로 안일하게 추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미국 연방조달청(GSA)은 승인을 자동으로 받는 공급자 명단에서 하이크비전을 제외했다. 지난 5월 미국 국토안보부는 일부 하이크비전 카메라에 해커가 쉽게 악용할 수 있는 구멍이 있다고 경고하고 가장 낮은 보안 등급을 매겼다.

그러나 하이크비전은 장비가 안전하고 현지 법을 준수한다고 주장했다. 후양중(胡揚忠) 하이크비전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하이크비전 카메라에 백도어(backdoor·컴퓨터에 몰래 설치해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