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크로거 매장 내부.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크로거 매장 내부. <사진 : 블룸버그>

크로거(Kroger)는 미국에서 월마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종합 유통업체다. 식료품 소매와 수퍼마켓 분야에선 미국 최대다. 1883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식료품점으로 시작해, 135년간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웠다.

‘크로거’라는 이름을 쓰는 점포는 주로 미국 중서부와 남부에 있으며, 다른 지역에선 인수한 업체의 상호를 그대로 쓰는 점포가 많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LA)엔 ‘푸드포레스(Food 4 Less)’라는 상호의 수퍼마켓을 운영한다. 크로거는 미국 35개 주에서 수퍼마켓과 창고형 마트를 총 2790곳, 편의점은 19개주에서 783곳 운영하고 있다. ‘프레드 마이어(Fred Meyer)’라는 브랜드와 306개의 액세서리 점포도 보유하고 있다. 수퍼마켓에 딸린 주유소는 총 1480곳 있다. 차를 몰고 온 고객이 주유까지 마치고 집으로 갈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전략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PB) 상품 생산을 위한 38곳의 생산 시설도 있다.

크로거의 2016회계연도(2016년 2월~2017년 1월) 매출액은 1153억3700만달러(약 123조410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34억3600만달러(약 3조6765억원)를 기록했다. 파트타이머를 포함해 2017년 1월 말 기준으로 44만3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주유소를 제외하고 점포당 매출액은 전년보다 1% 증가했다.


켄터키주 루이빌 크로거 매장에 유기농 채소가 진열돼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켄터키주 루이빌 크로거 매장에 유기농 채소가 진열돼 있다. <사진 : 블룸버그>

고객에게 맞춤형 쇼핑 리스트 제공

지난해 미국 유통업계엔 아마존이 식료품 체인점 홀푸드를 인수한 사건이 있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크로거는 아마존이 불러올 유통업계의 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의 수요에 맞춰 추천 상품을 제안하는 영업 방식, 로컬 푸드(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 분야 강화 등을 대책으로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크로거는 앞으로 3년간 데이터 분석 등 기술 투자와 설비 투자, 자사주 매입에 총 90억달러(약 9조6300억원)를 투입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이용하면 점포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어떤 점포에서 파스타가 많이 팔릴 경우 상품 진열대에서 파스타 코너를 더 넓히고, 최적의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한 채로 물건을 사는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인 ‘클릭리스트’도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쇼핑백이나 상자에 넣어두고 있다가 고객이 차를 타고 오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넘겨주는 것이다.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고객이 크로거 홈페이지에서 장바구니에 상품을 넣을 때 과거 구입 이력에 기초한 식재료, 조미료, 다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품이 표시된다. 필요한 물건을 빼놓지 않게 도와주는 편리한 기능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리기 위해 로컬 푸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홀푸드는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건강한 식료품점입니다’를 구호로 내걸고, 로컬 푸드를 납품할 생산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싱싱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진열대에 올려놓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가장 건강한 식료품점” 구호

그러나 아마존에 인수된 후 홀푸드는 로컬 푸드 부문을 축소하고 있다. 홀푸드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는 홀푸드가 매장에 입점해 판매하는 로컬 푸드 공급자에게 진열대 제한을 뒀고, 비용을 부담시켰다고 전했다.

크로거는 반대로 로컬 푸드를 강화하고 있다. 로드니 맥멀렌 회장은 지난해 10월 “크로거는 모든 먹거리의 수요에 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크로거는 ‘우리는 로컬이다(We Are Local)’라는 구호를 내걸고 농산물과 식재료를 공급할 지역의 농부와 식품 생산자를 모집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노스코스트는 “인터넷 주문이 증가하더라도 매장에서 신선식품 판매를 중시하는 전략은 옳다”라며 “많은 고객이 신선식품을 매장에서 고르는 일에 시간을 들이고, 그 과정을 즐긴다. 인터넷 주문 방식만을 중시하는 기업은 이 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Plus Point

PB 상품, 요리 키트 등 인기
‘셀프 계산대’도 확대

PB 상품은 크로거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PB 상품 매출액은 2016년에 205억달러(약 21조935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6년간 PB 상품 매출액은 37% 증가했다. 크로거 수퍼마켓에서 매출액 1위 브랜드는 PB 상품이다. 식재료, 조미료, 레시피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요리 키트’ 판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요리 키트를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요리 키트 배송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PB 상품 중에서 힘을 쏟는 것은 유기농 식품 브랜드 ‘심플 트루스(simple truth)’다.

홀푸드의 유기농 식품은 가격이 비싸다. 크로거의 유기농 식품은 ‘가격이 적당하면서 품질은 좋다’는 점을 내세운다. 심플 트루스는 2016회계연도에 연간 매출액 17억달러(약 1조8190억원)를 기록했다.

크로거의 ‘스캔백고(Scan, Bag, Go)’는 쇼핑 카트에 상품을 넣으면서 고객이 계산을 할 수 있게 만든 ‘셀프 계산대’의 일종이다. 원래 매장에 놓은 별도의 ‘스캔백고’ 단말기를 들고 다니며 상품 바코드를 읽어 계산하던 형태였으나,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아 대금을 결제하는 새로운 방식이 나왔다. 현재 25개 매장에서 이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올해 안에 400개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