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에 있는 왕이 빌딩. 왕이와 왕이카오라 등이 입주해 있다. <사진 : 왕이>

지난해 5월 항저우(杭州)의 한 행사장에서는 중국 최대 해외직구 업체 왕이카오라(網易考拉)와 태국 타이파텍스가 라텍스 베개 브랜드의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었다. 이날 카오라의 모기업 왕이(網易⋅Netease⋅넷이즈)의 창업자 딩레이(丁磊) 회장은 주중 태국대사관이 수여하는 ‘중국⋅태국 경제무역 촉진 걸출기업상’을 받기도 했다. 2016년 태국의 대(對)중국 라텍스 베개 수출이 전년 대비 2배로 늘어난 데 대한 ‘감사’ 표시였다.

프랑스 아동복 그룹 키디리츠(KIDILIZ)는 2016년 카오라와 협력 관계를 맺은 덕에 카오라를 통한 매출이 연평균 500% 늘었다. 카오라는 키드리츠의 중국 시장 공략 최대 유통채널이 됐고, 키드리츠는 카오라가 취급하는 아동복 브랜드 가운데 톱 3에 올랐다.


중국 해외직구 시장 4분의 1 차지

2015년 1월 문을 연 신생 온라인 해외직구 업체 카오라는 해외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의 문을 여는 데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 카오라는 설립 1년 만인 2016년 내로라하는 알리바바와 징둥(京東)의 해외직구 부문을 제치고 중국 해외직구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중국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미디어에 따르면 작년 3분기에도 카오라의 중국 해외직구 시장 점유율은 25.6%를 기록했다. 7분기 연속 1위였다.

카오라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딩레이가 1999년 창업해 2000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모기업 왕이의 실적으로 성장세를 짐작할 뿐이다. 왕이의 작년 3분기 실적보고서를 보면 전자상거래와 이메일 사업 부문의 매출은 37억3500만위안(약 62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5% 급증했다. 이 부문이 왕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 1분기 18%, 2분기 25%, 3분기 30%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카오라는 이미 중국 내 종합 전자상거래 순위에서도 7위에 올랐다. 2~3년 내 3위에 올라 알리바바·징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왕이는 인터넷 포털을 기반으로 중국 2위 온라인 게임업체로 성장했지만 카오라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다. 기업가치를 묻는 질의에 회사 측은 브랜드 가치를 더 중시한다는 말로 답을 비켜갔다. 왕이의 양차오쉬앤(楊朝軒) 최고재무담당임원(CFO)은 작년 3분기 실적 발표 후 “적절한 시기에 전략적인 투자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관심은 카오라의 브랜드 가치”라고 강조했다.

위앤포위(袁佛玉) 왕이 시장부 총경리는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 △세심한 선정 △높은 품질 등 3가지 요소를 통해 ‘온라인상의 코스트코(costco)’를 추구하는 카오라 모델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카오라는 소비자와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소비자가 왕이의 생태계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왕샤오(王晓) 카오라 부총재는 “소비자들이 뉴스앱이나 이메일을 계속 체크하도록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소비자의 수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맞춤형 소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왕이는 각 사업 부문에서 적지 않은 사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이메일 사업 부문의 경우 가입자수가 9억3000만명에 달한다. 왕이 뉴스 등을 보는 웹포털 서비스 가입자도 4억5000만명에 달한다. 온라인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가입자는 4억4800만명에 이른다. 온라인 사전처럼 왕이가 만든 온라인 공구 사용자도 8억명에 달한다. 왕이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온라인 결제도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왕이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소비 성향을 자연스레 노출하게 된다.

왕 부총재는 카오라의 사업모델은 전자상거래 2.0과 3.0 시대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1.0 시대에는 검색을 통해 사고 싶은 물건을 찾았다. 2.0 시대가 되면서 전자상거래에서 미디어의 중요성이 커졌다. 상품의 순위 홍보라든지, 상품과 관련한 생중계나 관련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게 전자상거래로 이어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스타, 1인 미디어로 마케팅 빅 파워가 된 왕훙(網紅)의 부상은 이 같은 추세를 보여준다. 왕이가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소비 수요 창출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탄 사례다. 왕이는 중국 관영 CCTV가 태국의 라텍스 베개의 원료에서부터 생산, 중국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과정을 담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다큐멘터리를 함께 제작했다. 이는 태국산 베개의 매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장레이 카오라 CEO. <사진 : 왕이>

소비자의 수요 창출해 성장

왕이의 생태계 속에서 소비자의 수요를 잘 파악하고, 심지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3.0 시대에는 휴대전화로 구매하는 소비패턴이 뚜렷해졌다. 작년 11월 11일 독신자의 날 할인행사에서는 전체 거래액의 83.4%를 모바일 거래가 차지했다. 2016년 같은 기간보다 2.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해외직구 앱의 평균 침투율(전체 모바일 사용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이지만 카오라는 0.76%에 이른다. 카오라의 작년 12월 한 달간 하루 평균 활성화 사용자수는 149만명으로 2016년 12월(52만명)보다 141.1% 증가했다.

카오라는 해외직구 품목을 세심하게 고른다. 백화점식으로 모든 품목을 올려놓고 선택하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소비자에게 최고의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을 엄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품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장레이(张蕾) 카오라 최고경영자(CEO)가 유럽·미국·일본·호주 등 해외 각지로 뛰어다니면서 직접 맛을 보거나 체험을 한다. 맞춤형 소비 제안은 선택의 수고를 덜어줌으로써 소비자가 소비하는 과정의 시간을 절감시켜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본 제품 소비가 늘어나는 데 착안해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과도 작년 10월 전략적 협력 계약을 맺었다. 라쿠텐에서 판매하는 독특한 디자인의 브랜드를 카오라를 통해서 직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추세에 맞는 제품군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중국에서 헬스장 설립 붐이 일고 녹색식품이 인기를 끄는 등 건강 소비가 신소비패턴으로 자리잡자 카오라는 2016년 3월 호주의 3대 건강식품 브랜드인 스위스(Swisse)와 전략적 협력을 맺었다. 스위스는 카오라 건강식품 부문에서 매출 순위 5위에 머물렀지만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은 직후 9개월간 매출이 250% 증가하면서 1위로 뛰어올랐다. 작년 9월 130여년 된 덴마크의 수퍼마켓 이야마(Irma)와 협력관계를 맺은 것도 건강 중시 소비추세에 올라타기 위해서다. 이야마는 판매 제품의 절반가량이 유기농이다.

카오라는 해외직구 소비자들을 위한 중⋅고급 제품 소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11월 성명을 통해 향후 3년간 미국으로부터 30억달러, 일본으로부터 5000억엔, 유럽으로부터 30억유로어치의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초 내놓은 110억달러 소싱 계획에 따른 것이다.

카오라는 중산층이 두꺼워지는 흐름에도 주목했다. 카오라는 코스트코와 닮은 점으로 중산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코스트코가 회원들을 위해 소량의 우량 제품을 공급하듯이 카오라 역시 중산층의 중·고급 소비자에게 맞는 제품 구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는 중국의 중산층 인구가 1억900만명으로 미국(9200만명), 일본(6200만명)을 크게 웃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애경뷰티데이’에 참석한 왕훙이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생중계하고 있다. 왕훙이 소비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카오라도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직접 구매 뒤 판매로 정품⋅품질 보장

카오라는 정품과 품질 보장에도 힘쓴다. 이를 위해 자체 구매한 뒤 판매하는 걸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단순 중개하는 플랫폼에서는 짝퉁 등 불량품 리스크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실제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淘寶)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정하는 악덕(짝퉁시장) 블랙리스트에 2년 연속 올랐다. 타오바오에 지식재산권 침해 상품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카오라가 작년 12월 공개한 글로벌 공장 프로젝트도 고품질 상품을 저가에 제공하기 위한 목표를 담고 있다. 의류·유아용품·가전·개인용품 등을 중심으로 먼저 시행될 이 프로젝트는 호주·중국·이탈리아·뉴질랜드·일본·프랑스 등의 공장과 매장을 모니터하고 점수를 매겨 소비자들이 믿을 만하고 추적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카오라는 해외 브랜드 공장에 소비자 취향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카오라는 고품질 전략을 고객들에게 좋은 체험을 제공하는 전략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신소비의 본질은 품질보장과 좋은 체험 제공이라는 딩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의 키디리츠가 작년 11월 카오라와 협력해 중국 내 첫 아동복 매장을 연 게 대표적이다. ‘Z-PARIS’란 브랜드명으로 개장한 이 같은 매장을 중국의 1, 2선 도시 중심으로 100여개 열겠다는 계획이다.

카오라의 고품질 체험 전략은 중국 소비자들이 더 이상 온라인에서 가격만을 따지지 않는 흐름에 맞춘 것이다. 중국에서 실시된 온라인 쇼핑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묻는 설문에서 브랜드가 51.5%(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품질을 꼽는 소비자가 45.6%로 뒤를 이었고 가격을 거론한 소비는 40.9%에 그쳤다.

카오라의 정품 보장 전략은 시장에서도 먹히고 있다. 아이미디어에 따르면 카오라는 중국 소비자들의 해외직구 정품 신뢰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마존이 뒤를 이었다.


plus point

한국 제품, 中 해외직구 3위… 화장품이 가장 잘 팔려
프리미엄, 건강 관련 제품 등에 집중하는 새 전략 필요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특파원


카오라가 지난해 말 베이징에서 개최한 중국 경제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 기업인들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 : 오광진 특파원>

중국이 지난해 가장 많은 제품을 수입한 나라는 한국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對)한국 수입액은 지난해 11.7% 증가한 1775억달러로 중국의 최대 수입 대상국 자리를 지켰다. 일본(1656억달러)과 미국(1539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수입, 이른바 해외직구에서는 한국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중국 최대 해외직구 업체 카오라의 왕샤오 부총재는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일본·미국·한국·호주·독일순으로 많은 상품이 팔렸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수입 대상국 3위에 머문 셈이다.

한국의 반도체 등 중국에 대한 자본재 수출이 많은 현실이 소비재를 주로 다루는 중국의 해외직구 지표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소비가 중국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지난해 소비의 경제성장률 공헌도는 58.8%에 달했다. 게다가 중국은 해외직구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의 유예 대상 도시를 새해 1월부터 허페이·청두·다롄·칭다오·쑤저우 등 5곳을 추가해 15개로 확대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연구중심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중국의 해외직구 규모는 8624억위안(약 144조원)으로 2014년 한 해 동안의 규모(6300억위안)를 크게 웃도는 수준에 달했다.

때문에 중국 해외직구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는 게 필요하고, 이를 위해 프리미엄 소비와 건강 소비 등 새로운 소비흐름에 올라타는 전략을 짜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 등과 협력 희망”

왕샤오 카오라 부총재는 “미용제품의 경우 한국산이 일본에 이어 2위에 올라 있지만 단가로 보면 미국·일본·프랑스보다 낮다”고 말했다. 왕 부총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마스크팩의 경우 단가가 프랑스·미국·호주 제품이 한국산의 3.3배, 1.9배, 1.8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오라를 통해 중국에 역직구되는 한국산 제품의 경우 미용제품 집중도가 가장 높았다.

카오라는 왕이의 콘텐츠 영향력을 활용할 것도 주문했다. 카오라는 한국의 내추럴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레시피(RE:CIPE)’의 자외선차단제 사례를 들었다. 카오라는 중국 후난 TV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타 연예인 구리나자(古力娜扎)가 레시피의 투명 선 스프레이를 사용한 것을 계기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격적으로 이를 알렸다. 최고로 잘 팔릴 때 판매량이 전년 동기의 70배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게 카오라의 설명이다.

카오라는 향후 한국의 화장품은 물론 의류와 액세서리·식품·유아용품 등에서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유명 브랜드와 직접 계약을 한는 것을 비롯해 코트라를 통해 한국의 유망 중소기업 브랜드도 가져올 계획이라고 전했다.이와 함께 한국의 백화점과 할인점 등 유통업체와의 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최근 중국에서 매장을 모두 철수했지만 카오라는 2015년 한국 상품 구매 협력 계약을 한 이후 이마트를 통한 구매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이마트를 우량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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