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江蘇省) 롄윈강(連雲港)에 있는 항서제약 본사. 항서제약은 항암제와 마취제로 유명한 중국 제약 회사다. <사진 : 항서제약>
중국 장쑤성(江蘇省) 롄윈강(連雲港)에 있는 항서제약 본사. 항서제약은 항암제와 마취제로 유명한 중국 제약 회사다. <사진 : 항서제약>

중국이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의 60세 이상 고령자는 지난해 2억4090만 명으로 전체 인구 중 17.3%를 차지했다. 2016년에 비해 약 1000만 명이 늘었으며 매년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 국가적으로는 고민거리이지만 제약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제약회사 항서제약(Jiangsu Hengrui Medicine)도 그 수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70년 설립된 항서제약은 중국의 대표적인 제네릭(Generic·복제약)업체로, 항암제와 마취제 분야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제약 회사다. 중국 장쑤성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국가가 지정한 마취 관련 약품 생산과 신약 개발의 근간 기업 중 하나다. 중국의 의약산업은 약품 유통은 물론 가격까지 정부가 통제한다.


당뇨병 치료제 美 fda 임상실험 승인 받아

항서제약의 주요 사업은 원료·알약·주사약 등 의약품 개발·생산과 의약품 포장재 제조 분야다. 중국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인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인증도 중국 최초로 받았다. 자체 연구·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류이거레딩’은 중국 최초로 미국 FDA로부터 임상실험 승인을 받았다. 항서제약이 현재 개발단계에 있는 의약품은 종양 치료제 22종 등 102종에 달하고, 특허권은 1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항서제약은 최근 중국에서 가장 발전한 제약사다. 상하이 증시에서 최근 1년 사이에 주가가 58%가 올랐다. 실적도 2015년 매출액 91억6000만위안에서 2016년 108억9100만위안, 지난해 134억800만위안(추정)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36억5800만위안으로 2016년(28억4400만위안)보다 28.6% 증가했다.

항서제약은 2000년대 초반 항암제와 마취 진통제의 제네릭 출시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중국 항암제 시장 점유율은 9%로 로슈에 이어 2위, 마취제 시장 점유율은 24%로 1위에 올라 있다. 항암제 부문 외에도 수술용 전문 의약품과 내분비 치료제, 심혈관 의약품, 항감염제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다.

2006년에는 조영제(MRI나 CT 촬영 시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해주는 약품)를 출시했고, 2014년에는 말기 위암환자를 위한 경구용 표적치료제 리보세라닙(Rivoceranib‧舊 아파티닙)의 중국 독점 판권을 사들여, 출시했다. 2015년 리보세라닙 매출액은 3억위안을 기록했다. 리보세라닙은 출시된 지 3년이 됐지만 부작용에 대한 보고가 없고 높은 효능을 보이면서 매출 증가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위암뿐 아니라 간암, 폐암 등에 대해서도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편 2014년 11월부터 항암 주사제인 시클로포스파미드(Cyclophosphamide)의 미국 판매가 시작되면서 해외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항서제약의 매출 중 해외 비율은 2014년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으나 2015년에 3.8%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신약 개발 중

항서제약은 아직 제네릭이 주력인 회사인만큼 총매출액 중 내수 비중이 97%로 압도적이다. 항서제약은 원료의약품(API)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유럽·일본에 제네릭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해외 임상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 체결로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항암제 시클로포스파미드는 2014년 11월에 FDA 승인을 받은 뒤 2015년 매출액 3억위안을 달성했고, 2016년 미국에서 50% 점유율을 확보했다. 그리고 미국에 8억달러 규모의 면역항암제와 고형암치료제 기술을 수출한 것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해외 수출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항암제 전문 제약사 인사이트(Incyte)와 SHR-1210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SHR-1210은 현재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단계에서 글로벌 신약의 가능성을 보였다. 현재 중국에서 간세포암·식도편평상피암·흑색종·호지킨림프종·비소세포폐암·B세포림프종 등을 대상으로 연구 중이며, 25개 임상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Plus Point

먹는 항암제 ‘리보세라닙’
매출 1등 공신

중국의 한 제약사 연구원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 조선일보 DB>
중국의 한 제약사 연구원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 : 조선일보 DB>

항서제약의 매출 일등공신은 역시 리보세라닙이다. 리보세라닙은 말기 위암환자를 위한 항암제로, 미국 제약사인 어드벤첸 연구소와 합작해서 2014년 세계 최초로 내놓은 경구용 표적치료제다. 대부분 기술은 어드벤첸 연구소가 개발했으나 그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제네릭 회사에서 신약 회사로 진일보하게 됐다. 현재 중국 내 판매권은 항서제약이 독점하고 있다.

리보세라닙 매출액은 판매 첫해인 2015년 3억위안(약 500억원)이었는데, 2016년에는 8억2000만위안(약 1400억원)까지 치솟았다.

리보세라닙은 표적 항암제 중에서는 유일하게 주사제가 아닌 내복용 약품으로, 투약 방법의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현재 간암과 비소형세포 폐암에 대해 임상 3단계(시판을 위한 의약품 연구의 최종 단계)를 진행 중이고, 유방암과 말기 직장암·식도암에서도 임상 2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지난해 7월 보험 급여를 지원받는 중국 국가 지원 의약품 리스트(NRDL)에 올라 향후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