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이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TV방송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사람들은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과 같은 거부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중 일부는 존경심을 품는다. ‘헤지펀드의 대부’라고 불리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도 ‘선망의 대상’이 되는 거부 중 한 명이다.

그는 1975년 미국 뉴욕의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이하 ‘브리지워터’)를 창업했고,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로 성장했다. 1600억달러(약 171조2000억원) 규모의 운용 자산을 보유한 이 펀드는 연기금과 대학교 등 350개 이상의 기관 투자자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집계해 3월 6일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달리오 회장은 재산 177억달러(약 18조9390억원)로 67위에 이름을 올렸다.

달리오 회장은 한국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달리오 회장은 중국의 개방 초기부터 공산당과 교류해왔고, 중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의 한 증권사 객장 시세판 앞에 개인 투자자들이 앉아 있다. 중국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급락장을 겪으며 투자 구루들의 팬이 됐다. <사진 : 블룸버그>


소셜미디어에서 책 내용 광범위하게 공유

지난달 27일 달리오 회장은 자신의 저서 ‘원칙(Principles)’ 중문판 출간을 기념해 중국 베이징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행사를 개최했다. 그의 강연은 중국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됐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달리오 회장이 최근 중국 대중매체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그의 TV 인터뷰와 그가 쓴 책의 구절이 소셜미디어에서 광범위하게 퍼졌다”라며 “이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는 중국에서 마치 록 스타와 같은 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출간된 ‘원칙’의 중문판은 올해 1월 발간됐다. SCMP에 따르면 발간 후 중국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JD.com)이나 당당(Dangdang.com)에서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다.

달리오 회장이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30여 년간 중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6년 만인 1984년, 중국 국영기업인 중신(中信·CITIC)그룹 초청으로 처음 중국 땅을 밟았다. 이후 시장경제와 금융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배우기 원하는 중국 공산당 인물들과 친분을 쌓았다. 1989년엔 세계에 경제를 개방하기 위해 중국에 주식시장을 만드는 작업을 후원했다.

최근 중국 증시가 폭락한 것도 중국인들이 달리오 회장에게 관심을 갖게 된 한 이유다. SCMP는 “1억 명이 넘는 중국 개인 투자자 중 많은 사람들은 변덕스러운 주식시장 때문에 손실을 입어 고통받았다”며 “이들은 주식에 장기간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워런 버핏이니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 구루의 팬이 됐다”고 했다.

브리지워터는 개별 종목이 아닌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ETF는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투자할 수 있어 변동성이 적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브리지워터는 창립 이후 2017년까지 헤지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익을 내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에드먼드 드 로스차일드그룹 산하 헤지펀드 투자회사인 LCH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브리지워터는 총 497억달러(약 53조1790억원)의 수익을 냈다.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보다 58억달러 많다.


미국 경제는 악평, 중국 경제는 호평

브리지워터가 주로 투자하는 ETF는 뱅가드 FTSE 이머징 마켓 ETF, 스파이더 S&P 500 ETF, 아이셰어 MSCI 이머징 마켓 ETF, 아이셰어 코어 MSCI 이머징 마켓 등이다.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뱅가드 FTSE 이머징 마켓 ETF는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 대만 TSMC, 남아프리카공화국 미디어 기업이면서 텐센트 최대주주인 내스퍼스, 중국 전자 상거래 회사 알리바바, 중국건설은행 등에 많은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

달리오 회장은 베이징에서 열린 강연에서 투자를 뒷받침할 원칙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많아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한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교수는 지난 1월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중국 경제는 높은 부채로 부양되고 있다”며 “중국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터지면 세계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의 궈수칭(郭樹清) 주석도 지난 1월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금융 리스크를 통제하는 것은 시진핑 2기 정부에서도 주요 안건으로 상정했다”며 “특히 급속도로 늘어나는 가계 부채를 낮추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달리오 회장은 이들과 달리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브리지워터의 운용 자금 중 상당한 규모가 중국에 투자돼 있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중국국제TV방송(CGTN)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 경제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 관료들이 부채 문제를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 알고 있고, 중국 기업가들의 에너지도 있어 괜찮다는 설명이다.

반면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달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 행사에서 “미국은 현재 거품 단계로 들어갈 수 있는 거품 직전 단계에 와 있다”며 “2020년 대선까지 미국 경제에 침체가 찾아올 확률이 70%”라고 했다.

손덕호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