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리 ZTE 미국 법인 기술담당 부사장이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행사 도중 신형 스마트폰을 소개하고 있다. / 블룸버그

세계 4위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중싱그룹(ZTE)이 영업 활동을 중단했다. 미국 상무부가 북한·이란과 거래한 ZTE와 자국 기업의 거래를 향후 7년간 금지한다고 발표한 지 한 달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지난 9일(현지시각) “ZTE가 홍콩증권거래소에 ‘회사의 주요 영업 활동이 중단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중국 주요 매체들도 ZTE 휴대전화의 판매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중단됐다고 전했다. 홍콩거래소에서 주식 거래도 중단됐고 주주총회도 연기됐다. ZTE가 화웨이와 샤오미 등 경쟁사에 모바일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지만, 관련 기업들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ZTE는 중국 선전(深圳)에 본사를 둔 통신장비업체로 스마트폰과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의 25∼30%를 미국에서 조달한다. ZTE는 미국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LG전자에 이은 4위의 휴대전화 판매업체다.

미국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통신장비를 만들기 때문에 미국 기업과 거래 중단으로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IBS는 ZTE가 지난해 미국 기업에서 최대 16억달러(약 1조7000억원) 상당의 반도체를 사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ZTE는 지난해 북한·이란과 거래 혐의로 텍사스 연방법원으로부터 11억80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와 함께 제재 위반에 관여한 고위 임원 해고와 직원 상여금 삭감 등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상무부의 설명이다.

상무부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지난달 16일 퀄컴 등 자국 기업에 향후 7년 동안 ZTE와 거래 금지를 명령했다. 영국도 이날 자국 이동통신업자들에 ZTE 장비 이용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중국 정부가 영국 통신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ZTE는 9일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중국이 자국 시장에서 외국 기술기업의 활동을 통제하는 것을 문제 삼아 또 다른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 알리바바는 아무런 제한 없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반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중국에서 현지 합작 파트너에 기술이전을 강요당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보복 조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제한하거나 중국 기업 알리바바의 미국 내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을 막는 방안이 채택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