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이 미국 시카고의 mHUB 이노베이션 센터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이 미국 시카고의 mHUB 이노베이션 센터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난 15일 폭등한 데 이어 그다음 날에도 소폭 상승하며 장중 한때 10년물 금리가 3.09%를 기록했다.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미 국채 금리는 미국 경기지표 개선으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된 미국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증가했고,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도 20.1로 시장 예상치인 15를 훌쩍 웃돌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제로(0)를 기점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만큼 경기 확장 가능성을 크게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관계자들도 통화 긴축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채 금리 상승에 일조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단기 경기 전망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올바른 일”이라고 평가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도 올해 서너차례 금리를 올리는 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릴 가능성을 51%로 올려잡기도 했다. 미국 경기 전망이 좋아지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국채 금리도 빠르게 오르게 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계획도 채권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인프라 투자를 위해선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국채 발행은 곧 국채 가격 하락(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달러화 가치도 덩달아 뛰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오른 1081.2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 2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이 한국 주식시장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원곤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3~4% 수준에 머물렀던 시기에 S&P500지수는 대체로 양호한 움직임을 보였다”며 “금리가 급등하지만 않는다면 3%를 웃돈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미 연준위원들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미 국채 금리 상승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중국의 3월 기준 미 국채 보유고는 5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미국 재무부 발표를 인용해 3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잔고가 1조1900억달러(약 1285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 2위는 일본(1조400억달러)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 분쟁에서 마지막 순간에 미 국채 매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