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0월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중국을 찾은 것은 지난 2011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이후 7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고조되면서 일본과 중국이 밀착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현지시각) 오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베이징(北京)에서 공식 회담을 갖고 “중국과 일본의 공통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앞으로도 책임을 다하자는 점에서 (리 총리와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와 리 총리는 방중 일정 첫날인 25일에는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 리셉션에도 함께 참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리셉션에서 “일본과 중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한 나라가 혼자 문제를 풀 수 없으며, 일본과 중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시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6일 저녁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부부 주최 만찬 일정에 참가했다. 중국 지도부가 아베 총리에게 여러 차례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중국이 일·중 관계 개선에 그만큼 몰입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분쟁 이후 얼어붙은 두 나라의 관계가 개선의 여지를 찾은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과 만나 두 나라의 경제협력을 돈독히 하는 데 합의했다. 우선 지난 2013년 중단된 두 나라 중앙은행의 위안화·엔화 통화스와프를 재개하고, 이 규모를 기존의 10배에 달하는 3조엔(약 30조원)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중국해 가스전을 공동 개발하고, 제3국 인프라 투자 분야에서 협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적극적인 경제 협력 의지를 반영하듯 이번 방중 일정에 500명이 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동행했다.
아베 총리의 방중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일본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CNN은 “트럼프 정부의 거세지는 통상 압박을 마주하게 된 중국은 지역 내 정치·경제적 우호세력이 절실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외교 노선 때문에 2차대전 이후 이어졌던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불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을 늘리고 미국산 무기 수입을 확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나카노 고이치 도쿄 소피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일본과 중국 모두 미국의 타깃이 되고 있다”면서 “시 주석은 아베 총리에게 ‘우리는 같은 처지’라고 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일본 모두 미국의 통상 압박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9월 미국 정부는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호주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 달리 지난 3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아 당혹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