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본부에 성조기가 걸려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본부에 성조기가 걸려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정부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이 관세폭탄에 이어 지식재산권 영역까지 대중(對中) 무역전쟁의 전선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각) 익명의 당국자들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영역까지 대중 무역전선을 넓히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는 별도로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수출 통제와 기소 조치 등 형사처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 업체가 확보하지 못한 첨단기술에 대해선 보다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 대책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한 기소와 제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 법무부는 지난 1일 마이크론의 D램 제조·설계 관련 기술을 빼낸 혐의로 푸젠진화를 기소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해 미국 기업의 생산장비와 소프트웨어, 기술이전 등을 제한하는 수출제한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푸젠진화반도체는 중국의 3대 반도체 업체 중 하나로 2016년 5월부터 56억5000만달러(약 6조4000억원)를 투자해 D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자사의 직원 2명이 기술 자료를 빼돌려 대만 반도체업체 UMC(聯華) 경영진에게 넘겨줬고 UMC가 D램 반도체를 함께 개발하고 있던 푸젠진화에 이 기술을 넘겼다며 미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WSJ는 “미 관료들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와 싸우기 위해 (푸젠진화의 경우와) 비슷한 다른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기업에 제재를 가한 것은 중국 정부 주도의 반도체 육성정책에 대한 견제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세계적인 제조국이 되기 위한 중국제조업 고도화 계획)’의 일부로 10년간 1500억달러(약 169조8000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통해 현재 20% 미만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국 반도체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中興通訊)가 이란과 북한 제재를 위반했다며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내리기도 했다. 결국 ZTE는 17억달러(약 1조8000억원)의 벌금을 내고 경영진을 교체하는 방안에 합의해 미국의 제재를 풀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주도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지난 9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경제 안보는 곧 국가 안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 생각”이라며 “중국이 이익을 내는 건 다른 나라의 기술을 훔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지난 13일 워싱턴포스트(WP)에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 탈취는 물론 중국 시장에 대해 제한적 접근만 허용하는 문제, 국제 규범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양보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중국이 의미 있고 확실한 양보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외교·정치적 압력을 더 높일 것”이라고 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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