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16일(현지시각) 자신의 정부에 대한 하원 불신임안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16일(현지시각) 자신의 정부에 대한 하원 불신임안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놓고 영국과 유럽연합(EU)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 의회(하원)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현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부결시켜 메이 총리는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내 의견이 갈리면서 앞으로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16일(현지시각) 제1야당인 노동당이 제출한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해 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부결시켰다. 이로써 메이 총리 퇴진과 조기총선 등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전날(15일) 하원이 부결(찬성 202표‧반대 432표)시킨 ‘브렉시트 합의안(탈퇴 협정 및 미래 관계 정치적 선언)’은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영국과 EU 집행부는 오는 3월 시행되는 브렉시트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2020년 12월 31일까지 21개월간 과도기를 설정해 일시적으로 영국과 EU가 관세동맹에 잔류하며 양측 시민이 자유롭게 왕래하도록 허용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또 영국이 EU에 재정 기여금 390억파운드(약 56조원)를 수년에 걸쳐 내도록 했다. 이런 합의안은 영국이 향후에도 EU의 영향권 아래에 있게 된다는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혀 영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합의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영국은 3월 29일 오후 11시(현지시각)부터 아무런 유예 조건이 없이 EU에서 강제 탈퇴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영국은 곧바로 EU 회원국 지위를 잃고 EU가 제3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도 영국에서 효력을 잃는다. 영국은 EU와 이미 FTA를 체결한 제3국과 개별적으로 다시 협상해야 한다. 탈퇴 이후 영국으로 들어오는 세계 각국의 물품엔 관세가 부과되는데, 이렇게 되면 수입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또 EU 회원국에 거주하는 영국인,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국민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으로 남는 아일랜드 사이에 통행‧통관 절차가 강화(하드 보더‧hard border)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인 수십만 명은 현재 매일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조만간 수정된 합의안을 제시해 영국 의회를 설득할 계획이다.

이렇게 혼란이 계속되자 브렉시트를 아예 무효로 하는 제2의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브렉시트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아무런 협정을 맺지 않고 이별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재앙임을 알고 있는 EU 측이 브렉시트를 2020년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렉시트를 결정했던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번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디언은 “영국 경제계 지도층 인사 172명은 의회가 정쟁(政爭)으로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두 번째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서한은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국민에게 여전히 EU를 떠나고 싶은지 다시 묻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더는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반면 2006년 당시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UKIP) 대표는 유럽의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국민투표가 다시 실시되면 오히려 EU 탈퇴 응답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라지 전 대표는 “영국 사람은 매우 차분하고 침착하지만 그들이 너무 압박을 받으면 사자가 돼서 포효할 것”이라고 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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