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사회공공안전제품 박람회의 한우지 부스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우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사회공공안전제품 박람회의 한우지 부스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한우지

‘중국의 엔비디아(NVIDIA)’ ‘화웨이(華爲) 인공지능(AI)의 막후 공신(功臣)’. 중국 언론과 인터넷에서 이런 평가를 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AI 주요 처리 장치로 꼽히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에 비유되는 중국 기업은 창업 3년이 채 안 된 한우지커지(寒武纪科技·이하 한우지)다. 2016년 3월 베이징에서 설립된 이 회사의 영문이름은 캄브리콘(Cambricon) 테크놀로지. 회사명은 5억4000만년 전 생물이 대거 출현한 ‘생명 대폭발기’인 캄브리아기를 의미한다. AI 폭발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야심’이 읽힌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는 2017년 세계 최초의 AI 휴대전화 칩셋 ‘기린 970’을 발표하고 동시에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 10’을 내놓았다. 화웨이 계열 반도체 설계회사 하이스(海思⋅하이실리콘)가 개발한 기린 970에 들어간 핵심처리장치인 NPU(신경망처리장치)를 한우지가 제공했다. 딥러닝을 할 수 있는 NPU다. 한우지는 그해 8월 알리바바와 레노버의 계열 창투사 등으로부터 1억달러를 투자받아 세계 AI 반도체 분야 1호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6월엔 수억달러를 추가 투자받으면서 기업가치가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로 불어났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화웨이가 지난해 10월 메이트 20에 적용한 칩셋 기린 980에도 한우지의 NPU 1H처리기가 탑재됐다. 올해 화웨이가 출시할 5G(5세대)스마트폰에 탑재할 기린 1020에도 한우지의 AI 칩이 들어간다.


중국 수재 형제가 공동 창업

한우지는 천윈지(陳雲霽·36)와 천텐스(陳天石·34) 형제가 함께 창업했다. 전기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역사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둘은 중국에서 수재로 통한다. 천윈지는 중국과학원 연구원을 겸하고 있고, 최고경영자(CEO)는 외향적인 천텐스가 맡았다.

천윈지는 14세에 입학한 중국과학기술대(과기대) 소년반을 졸업한 뒤 들어간 중국과학원 컴퓨터연구소에서 24세에 박사를 받았다. 반도체 연구로 33세에 중국청년과학기술상과 중국과학원 청년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천텐스도 형처럼 과기대 소년반과 중국과학원 연구원의 길을 거쳤다.

천텐스는 과기대에서 컴퓨터로 박사를 받고 처리장치와 AI 분야에서 10여년을 연구했다. 인텔 청년학자상과 중국과학원 우수박사 논문상을 받았다. 한우지의 부회장 3명도 중국과학원이나 과기대에서 박사를 받은 이공계 인재들이다. 직원수도 300여명으로 늘었다.

천 CEO는 “수년 전 구글은 1만개 이상의 CPU(중앙처리장치)로 고양이 안면 인식을 훈련시키는 모형을 개발했다”며 “인류 두뇌 수준의 신경망을 갖추려면 CPU나 GPU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상적인 AI칩은 CPU와 GPU의 효율을 훨씬 뛰어 넘어야 한다”며 “스마트 시대에는 전용 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래티카(Tractica)는 2016년 5억달러(약 5600억원)에 달했던 전 세계 AI 관련 딥러닝 칩세트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해 연간 122억달러(약 14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천 CEO는 2017년 새 AI 칩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3년 내 중국 고성능 스마트칩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전 세계 10억대 이상의 스마트 단말장비에 한우지의 칩을 탑재하겠다고 공언했다.


천텐스 한우지 CEO. 사진 한우지
천텐스 한우지 CEO. 사진 한우지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 뒷받침

한우지는 2016년 설립됐지만 회사 사이트에서 소개하는 회사 이력은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우지 창립멤버들이 AI와 업무처리장치 교차 연구를 시작한 해다. 2011년엔 난징대와 협력하고, 2015년 세계 첫 딥러닝 전용 칩을 개발한 뒤 2016년 창업해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대학과 국책연구소의 연구성과 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 정책의 성공 사례 중 하나인 것이다. 스마트 단말기용 AI 칩에 이어 지난해 5월엔 클라우드용 AI칩 MLU 100을 발표한 것도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이 뒷받침됐다. 클라우드용 AI칩 개발은 중국의 기술 공백을 메웠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우지는 중국에서는 단말기와 클라우드용 칩 개발 기술을 보유한 첫번째 중국 기업이 됐다. 이어 작년 11월엔 EE타임스가 가장 주목할 만한 글로벌 반도체회사 60개를 선정한 ‘실리콘 60’ 명단에 2년 연속 올랐다. 올 1월 9일엔 ‘중국 과학기술 혁신 기업 100강’에 들어갔다.

협력관계인 화웨이와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콤파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00대 AI 반도체 기업에서 하이실리콘과 한우지가 12위와 22위에 올랐고, 중국 기업 중에서는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중국 업계에선 AI의 핵심분야인 영상 분석 알고리즘 기술에서 한우지가 돋보인다고 평가한다.


plus point

중국 기업 AI칩 개발 러시

중국 AI 스타트업 쓰비츠의 ‘타이항(Taihang·TH1520)’ AI 칩.
중국 AI 스타트업 쓰비츠의 ‘타이항(Taihang·TH1520)’ AI 칩.

중국 AI 스타트업 쓰비츠(思必驰)는 1월 4일 AI 칩 ‘타이항(Taihang·TH1520)’을 공개했다. 쓰비츠는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와 오는 3월 합작사를 설립해 AI칩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업체 디핑센(地平线)은 2017년 12월 임베디드 AI 영상처리칩을 개발한 후 아우디와 손잡고 자율주행차량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비반도체를 주력사업으로 해온 업체들도 AI칩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 반도체 회사 핑터우거(平头哥)를 설립했다. 작년 4월 인수한 반도체 설계업체 중톈웨이(中天微)시스템과 2017년 설립한 글로벌 연구기관 다모위앤(達摩院)의 반도체 연구·개발 부문을 합친 것이다. 핑터우거는 족제비과에 속하는 동물 이름이다. 몸 길이 60㎝, 몸무게 10㎏ 정도로 작지만 성질이 거칠어 자기보다 큰 동물을 상대하는 속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대형 반도체기업을 상대로 거친 도전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오는 4월 각 지표에서 세계 선두를 차지하는 AI 추론 기능의 신경망칩 ‘AliNPU’를 내놓을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5년 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알리바바 반도체 장기전략이 처음 공개된 작년 4월 마윈(馬雲) 회장은 디지털중국 건설 리더 포럼에서 “핵심기술 장악은 대기업이 양보할 수 없는 책임”이라며 “대기업은 미래의 기술 혁신을 쟁취하고 디지털 장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도 작년 7월 클라우드용 칩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알리바바나 바이두는 순수 반도체 회사와는 달리 자체 생태계를 통해서 반도체 검증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빨리 반영한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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