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소프트의 인공지능(AI) 도우미 로봇 팔로가 2018년 4월 도쿄 AI 박람회에 전시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일본 후지소프트의 인공지능(AI) 도우미 로봇 팔로가 2018년 4월 도쿄 AI 박람회에 전시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일본 정부가 매년 25만 명의 인공지능(AI)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본의 모든 대학에서 AI 관련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선정하는 등 대학 교육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경제·산업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판단한 일본이 교육 체계까지 전면 수정하면서 AI 인력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월 2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통합혁신전략추진회의를 열고 AI 관련 전문 인력을 매년 25만 명씩 양성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학과 고등전문학교(기술인력을 양성하는 5년제 학교)의 재학생 전원(약 50만 명)에게 기초 AI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구조와 AI 윤리 등 기초 교육을 시키고 수료증도 발급한다.

이 중 25만 명(이공계·보건계열 18만 명+인문계열 7만 명)에게는 심도 있는 딥 러닝과 알고리즘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교육이 제공된다. 딥 러닝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처럼 스스로 배우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초등학교에서 AI를 기초지식처럼 가르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읽고 쓰기나 주판과 같이 모든 학생들에게 AI를 익히게 하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AI 인재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일본의 AI 전문인력이 수요에 훨씬 못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내년 말에 AI 지식을 갖춘 인력이 30만 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도쿄대, 교토대, 와세다대 등 11개 대학에서 연간 배출되는 AI 전문인력은 900명도 안 된다. 전국으로 봐도 연간 2800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일본 내의 AI 전문인력이 부족하게 되면 일본 기업들은 해외에서 AI 전문인력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도요타는 2015년 미 실리콘밸리에 10억달러(약 1조1375억원)를 투자해 AI 연구소를 세웠다.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한 경쟁력을 구축했던 로봇기술이나 첨단 제조기술도 AI 전문인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전문 기술자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인력이 AI 관련 기초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거나 사업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도 AI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발표한 AI 발전계획에서 ‘2020년에 선진국을 따라잡고, 2030년에는 세계 리더가 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AI분야에 1500억달러(약 17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 각 대학에 AI와 빅데이터 관련 분야 학과·전공 400여 개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도 최근 AI 인력 양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행정명령을 통해 모든 연방 기관이 AI 연구·개발(R&D)과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