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궈타이밍(오른쪽) 폭스콘 회장이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주 폭스콘 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첫삽을 뜨는 모습. 사진 AP통신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궈타이밍(오른쪽) 폭스콘 회장이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주 폭스콘 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첫삽을 뜨는 모습. 사진 AP통신

대만 최대 부호인 궈타이밍(郭台銘·68) 폭스콘(훙하이·鴻海) 회장이 내년 1월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폭스콘은 애플의 최대 협력사이자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 생산 업체다. 중국 본토에서만 100만 명 넘게 고용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궈 회장은 17일(현지시각) 타이베이의 국민당 당사를 방문한 뒤 “대선 후보 선정을 위한 당내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전까지는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이 국민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됐다. 한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포함한 전체 대선 후보군 중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대선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그런데 지난해 ‘포브스’ 추정 자산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로 대만 부호 순위 1위인 궈 회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궈 회장은 1950년 대만에서 태어났다. 중국 산시성 출신 아버지와 산둥성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3형제 중 맏이다. 장제스의 국민당에 가담해 마오쩌둥의 공산당과 싸웠던 부친과 달리 궈 회장은 대만을 대표하는 친중 기업인이다.

타이베이의 중국해사전과학교(우리나라의 해양대에 해당)를 졸업하고 해운 회사에 다니던 그는 스물네 살이던 1974년 어머니가 보태준 10만대만달러(약 369만원)를 포함해 30만대만달러(약 1100만원)를 자본금으로 폭스콘의 전신인 훙하이플라스틱을 세웠다. TV 부품을 주로 생산했던 훙하이플라스틱의 당시 직원은 10명이었다.

‘훙(鴻)’은 기러기를, ‘하이(海)’는 바다를 뜻한다. 중국 송나라 시대 역사서 ‘통감절요’에 나오는 “기러기는 천리를 날고 바다는 백 개의 강에서 물을 받아들인다”는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 1988년엔 중국 광둥성 선전에 전자제품 조립 공장을 세우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1996년 컴팩에 PC 본체를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IBM과 HP 등 당시 내로라하는 PC 제조 업체들의 물량을 도맡다시피했다. 이후 애플 아이팟과 아이폰 생산까지 맡으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6년에는 일본 샤프를 사들여 TV와 가전제품 등 소비자 제품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샤프 인수 직후 궈 회장은 100만 임직원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샤프의 중국 TV 판매량을 1년 만에 네 배로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는 미국 위스콘신주 남동부 라신 카운티 마운트플레전트 빌리지의 200만㎡ 부지에 총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입해 대규모 LCD 제조단지를 짓기로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가졌다.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의 약 90%를 중국에서 생산해 왔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수입원 다변화를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궈 회장의 총통 선거 출마가 폭스콘 그룹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궈 회장은 2005년 아내와 사별한 뒤 2008년 24세 연하의 발레리나와 재혼해 세 자녀를 얻었다. 당시 결혼식 하객 앞에서 푸시업 30개를 해 보이며 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