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싱(金星) 신양커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 신양커지
진싱(金星) 신양커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 신양커지

중국 최대 온라인 의료·미용 서비스 업체 신양커지(新氧科技) 창업자 진싱(金星·40) 최고경영자(CEO)는 5월 2일 미국 나스닥에서 상장 벨을 울렸다. 두 번의 창업 실패를 딛고 세 번째 창업에서 성공신화를 일구는 순간이었다.

창업 6년 만에 중국 온라인 의료·미용 기업으로선 처음 나스닥에 입성한 이 회사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고받은 콘텐츠 뷰만 해도 작년 4분기 기준으로 월평균 2.4억 회를 웃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의료·미용 모바일 앱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시간의 84.1%가 신양커지 앱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신양커지의 플랫폼에서 이뤄진 의료·미용 거래액은 21억위안(약 3600억원)으로 중국 온라인 의료·미용 서비스 시장의 33.1%에 달했다.

중국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는 요즘이지만, 이 회사 실적에는 불황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올 1분기 신양커지 플랫폼 거래액은 6억94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4% 급증했다. 덕분에 같은 기간 매출과 순이익은 2억600만위안과 4590만위안으로 각각 81.8%, 49.9% 증가했다.

진싱은 톈진대를 나와 인터넷 업체 톰온라인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명품을 구매하는 여성이 쇼핑 경험을 나누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메이리자주(美麗家族)’로 2007년 첫 창업을 감행했지만 1년 뒤 문을 닫아야 했다. 2008년 투자 유치를 즈음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탓도 있었지만 시기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

진싱은 훗날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메이리자주보다 2년 뒤 비슷한 사업을 시작한 메이리숴(美丽说) 모구제(蘑菇街) 등이 성공한 것을 언급하며 “성숙하지 않은 시장에 너무 빨리 들어간 실책이었다”고 술회했다.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기능이 핵심인데, 스마트폰 보급은 2009년 이후에서야 점진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PC로 옮긴 뒤 사진을 올리는 번거로움이 시장의 성장을 막았다. 후발 주자인 메이리숴는 2009년이 돼서야 활성화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덕을 봤다.

정보 공유 환경이 무르익기 전에 시작한 게 실패 요인임을 깨달은 진싱은 더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텐센트에 입사했다. 하지만 메이리숴가 폭발 성장하는 걸 지켜보던 진싱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2011년 비슷한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또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다른 업체들이 이미 자리를 잡은 터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진싱은 “사업은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 된다는 걸 배웠다”고 말한다.


신양커지 공식 웹페이지 초기화면. 사진 신양커지
신양커지 공식 웹페이지 초기화면. 사진 신양커지

한국에서 확인한 중국 시장의 잠재력

진싱이 성형외과 의사를 모친으로 두긴 했지만 그게 신양커지를 창업한 배경은 아니다. 2013년 만난 투자자 샤오훈(邵琿)의 제안이 신사업의 기회를 보는 계기가 됐다. 해외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는 중국 부호를 겨냥한 고급 의료 온라인 플랫폼이 어떻겠냐는 제안에 진싱은 고객이 너무 적다고 고개를 저었다. 샤오훈은 그러면 미용 사업은 어떠냐며 춘제(설)마다 한국으로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춘제 때 귀향하는 사람만큼 많다고 했다. 진싱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와 한 달을 지켜본 뒤 중국에서 다시 시장 조사를 했다. 중국의 의료·미용 시장의 잠재력을 본 그는 시장에 인터넷 기업이 아직 없다는 게 확인되자, 곧바로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이듬해인 2014년 8월 인터넷과 의료·미용 서비스를 결합한 플랫폼을 개설했다. 창업 3년 만인 2017년 첫 업무일, 신양커지는 “회사가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그해 신양커지는 의료·미용 분야 중국 1위 모바일 앱으로 올라섰다.

신양커지는 “성형병원도 아니고, 성형수술 중개인도 아니다”고 말한다. 아름다워지기를 원하는 여성을 기술로 도와주는 서비스 회사가 이 회사의 포지셔닝이다. 이를 위해 신뢰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친구나 미디어, 때로는 인터넷을 통해 접해온 의료·미용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의사들과 교류하면서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양커지 플랫폼에는 의료·미용 기구가 7000여 종, 성형·피부·치과·양생 등 정규 의료·미용 분야 의사가 1만5000여 명 등록돼 있다. 유료 서비스를 하는 의료기구는 올 3월 말 기준 2701개로 전년 동기보다 37.45% 증가했다.

불신이 적지 않은 의료·미용 시장에 신뢰를 판 셈이다. 동종 업종에서 가장 먼저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해 얼굴 특징과 수술 후 효과 등을 분석하기도 했다. 호응은 뜨거웠다. 신양커지 모바일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올 1분기 19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7% 급증했다. 유료 사용자는 같은 기간 12.73만 명으로 84.9% 늘었다. 신양커지는 정보 서비스와 예약 서비스 2곳에서 매출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진 CEO가 내세우는 ‘작은 목표’는 1억 명을 미녀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기초로 시총 1000억위안(약 17조원)대의 기업을 일구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상장 첫날 주가가 31.8% 급등한 신양커지는 시가총액 19억달러(약 127억위안·5월 8일 기준) 기업이 됐다.


plus point

급성장하는 중국 의료·미용 시장

중국 화장품 기업 즈란탕(自然堂)의 인쇄광고. 사진 즈란탕
중국 화장품 기업 즈란탕(自然堂)의 인쇄광고. 사진 즈란탕

중국 의료·미용 시장이 고성장할 것이라는 신양커지 창업자 진싱 CEO의 기대는 맞아떨어졌다. 창업 이듬해인 2014년 777억위안(약 13조2090억원)이던 중국 시장 규모는 지난해 2245억위안(약 38조165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국을 보면 중국 의료·미용 시장은 아직도 6배 정도 성장 여력이 있다는 게 신양커지의 분석이다. 중국 18~40세 여성의 의료·미용 서비스 침투율은 지난해 7.4%로 3년 새 세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한국(42%)의 6분의 1 수준이다. 신양커지는 얖으로 1억 명 이상이 의료·미용 관련 소비를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의료·미용 소비자는 30세 이하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신양커지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미용 소비자 가운데 20~25세가 약 40%로 가장 많았다. 반면 31세 이상 인구는 17.53%로 전년 대비 5.19%포인트 하락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의료·미용 서비스 이용률 차이도 크다. 18~40세 기준으로 1선도시의 의료 미용 침투율은 21.16%인 반면 2선(4.22%), 3선(1.95%), 4선(0.69%) 이하 도시는 5%도 안 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은 성형외과 의사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100만 명당 성형외과 의사 수는 미국(20.18명), 일본(17.54명)에 비해 크게 낮은 2.88명 수준이다.

중국의 소득 수준 향상으로 의료·미용을 넘어 치아교정, 시력검사, 건강검진을 아우르는 소비의료 서비스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의료 서비스 시장은 5607억위안(약 95조3190억원)에 달했다. 2023년이면 이 시장 규모가 1조3955억위안(약 237조 23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장 크기가 성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진싱 CEO에 따르면 중국에서 의료·미용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기업의 95%가 도산했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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