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현지시각)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원유 처리 시설들. 15일 미국 정부와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제공한 사진. 붉은선 안이 피해 시설이다. 사진 AP연합
9월 14일(현지시각)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원유 처리 시설들. 15일 미국 정부와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제공한 사진. 붉은선 안이 피해 시설이다. 사진 AP연합

9월 14일(이하 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에 있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유전이 친이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아 불탔다. 국제 유가는 즉각 15%나 치솟았다. 아람코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인해 하루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 시설이 정지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량의 절반,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6%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이번 테러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량의 절반,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6% 정도가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영국 에너지컨설팅업체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체 원유 생산량의 약 72%를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중국·일본은 미국의 제재 조치에 따라 이란과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을 늘려왔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에너지애스펙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약 188만 배럴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한국과 일본은 연간 원유 수입량의 약 30%를 사우디아라비아산이 차지하고 있다.

WSJ는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 감소가 아시아권에 미치는 영향은 운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상 앞으로 수주 후에 나타나겠지만, 이미 시장에선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실제 아람코는 피격사건 발생 하루 뒤인 15일 “16일까지 줄어든 원유 생산량 가운데 3분의 1 정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기간 국제 유가는 15% 급등했다. WSJ는 “원유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된다면 사우디는 일부 아시아 고객에게 ‘불가항력 조항’ 실행을 선포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불가항력 조항’이란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 때문에 공급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하는 것을 말한다.

사건 발생 직후 예멘 후티 반군이 이번 공격의 배후임을 자처했지만, 미국과 사우디 정부는 이번 공격을 이란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에도 예멘 북부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된 후티 반군이 드론을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친이란계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동지역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오랜 갈등 때문이다. 수니파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종주국이며 시아파는 이란이 종주국이다. 수니파에는 이집트·레바논·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 속해 있다. 시아파에는 이라크·바레인·시리아정부군·헤즈볼라(레바논에 있는 무장조직)가 속해 있다. 미국은 수니파를, 러시아는 시아파를 각각 지지한다.


연결 포인트 1
미국의 반사 이익
셰일가스 경쟁력 높아질 듯

이번 사태로 미국이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른바 ‘셰일혁명’이라고 불린 셰일가스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며 국제 원유 시장의 새로운 리더로 떠올랐다. 2014년까지만 해도 셰일가스 생산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60~80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배럴당 40~60달러 수준으로 33% 낮아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은 2010년 6160억㎥에서 2020년 2조2810억㎥로 증가할 전망이다. 아직은 중동 원유 생산 단가에 비해서는 셰일가스 생산 단가가 높지만,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면 셰일가스의 상대적인 경제성이 강화된다. 특히 원유의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셰일가스를 직접 생산하는 핵심 국가임을 고려하면 미국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배가될 가능성이 크다.


연결 포인트 2
한·일 부담 증가
호르무즈해협 방위비 분담 압박

한국과 일본은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 압박이 커질 가능성에 직면했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한다. 이 해협은 미국이 지키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과 리스크를 미국이 홀로 부담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셰일혁명을 통해 이미 산유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중동지역에서 석유를 사올 필요가 줄어 방위금을 다른 국가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중동 안보 문제가 불거질수록 한국과 일본에 대한 트럼프의 청구서에는 높은 가격이 매겨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15일 이번 사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시사한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18일 “이란의 전쟁 행위”라고 비판했다.


연결 포인트 3
커지는 드론 공포
정밀도 강화되는 드론 테러

드론 테러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테러는 불과 10기의 드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8월 17일 후티 반군이 10기의 드론을 사용해서 사우디아라비아 남동부 샤이바 유전의 원유 및 가스 시설을 공격해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은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예멘 국경에서 1100㎞ 떨어져 있다. NYT에 따르면 이들 드론은 대당 가격이 1만5000달러(약 1800만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비행거리는 1200㎞에 이른다. 공격 능력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 GPS에 의한 정밀 조정, 미사일 탑재 등의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드론은 저공으로 비행할 경우 레이더 탐지가 어렵다.

향후 대량의 드론을 투입해서 군사기지나 정규군을 공격하는 테러로 확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안티드론(Anti-drone)’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안티드론’은 테러 및 폭격용 드론을 초정밀 레이더로 포착, 전파교란과 레이저 포격 등으로 격추시키는 기술을 총칭하는 말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중동 전장에서 공격용 드론과 대치 중인 국가들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안티드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안티드론 시장이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