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사진 AP연합
사진1. 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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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전역이 화재로 신음하고 있다. 10월 23일(이하 현지시각) 시작된 불이 강풍을 타고 30일까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방 당국에 따르면 10월 23일 이후 20여 건의 크고 작은 산불로 건물 500채 이상이 파괴됐고 14만에이커(566㎢)의 산림이 불에 탔다. 서울시 면적(605㎢)과 비슷한 규모가 잿더미가 된 것이다. 수십만 주민이 인근 학교나 교회로 비상 대피했고 전력 회사는 추가 화재를 막기 위해 단전(斷電)을 단행했다. 캘리포니아주는 10월 27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재난 분석 업체 엔키 리서치는 이번 산불의 피해 규모를 250억4000만달러(약 29조원)로 추산했다.

가장 산불이 심한 지역은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유명 와인 산지 소노마(Sonoma) 카운티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화재 면적의 90% 이상이 이곳에 집중됐다. 150년 역사의 고급 와인 양조장 ‘소다 록(Soda Rock)’ 와이너리도 전소했다(사진2).

10월 30일 오전에는 캘리포니아주 벤투라 카운티 지역의 시미 밸리에서 또 다른 화재가 발생해 인근 주택과 시설에 있던 수천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불길이 돌풍을 타고 인근 임야로 빠르게 확산하자 목장 주인이 황급히 말을 대피시키고 있다(사진1). 이곳 주민이 직접 나서 불길 속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염소를 구하고 있다(사진3).

캘리포니아주에서 올해까지 최근 3년 연속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2년 동안 화재로 14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높은 기온이 유지되는 데다 10월쯤에는 최고 시속 160㎞에 이르는 건조한 강풍이 불어 작은 불꽃도 큰 화재로 이어지기 쉽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덥고 건조한 시기가 길어져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국 서부 최대 전력 회사인 PG&E(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는 지난 2년간의 화재 발생 책임으로 13조원의 손해 배상을 떠안은 상태이며 올해 초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PG&E는 10월 22일 밤 화재 발생 직전에 23만V 송전선이 오작동했다는 점을 밝혀 화재 책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5월 주 의회에서 산불 예방을 위해 긴급 단전할 수 있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PG&E는 그동안 간간이 소규모 단전을 지속해오다 10월 26일에는 대규모 단전을 감행해 270만 명의 주민이 전기 없이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