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3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도쿄 신주쿠공원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2019년 4월 13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도쿄 신주쿠공원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지난해 12월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같은 달 21~22일 일본 전역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지지율은 38%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조사 당시 44%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논란이 일었던 201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한 직접적인 원인은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 때문이다. 벚꽃을 보는 모임은 ‘각계 공적·공로가 있는 인사들을 불러 평소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치르는 공식 국가 행사다. 비용도 국가 예산으로 충당한다.

아베 총리가 집권한 2013년 이후 이 행사의 초청객과 지출액이 많이 증가했다. 참석자는 집권 초기인 2014년 1만2000여 명에서 지난해 1만8200여 명으로 늘었고, 지출액도 같은 시기 3005만엔(약 3억1971만원)에서 5518만엔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야당과 언론에서는 “늘어난 참석자 중 상당수가 아베 총리 지지단체”라고 행사 직후인 2019년 5월부터 의혹을 제기했다.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행사를 총리가 사유화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8일 다무라 도모코(田村智子) 참의원의 질의로 이번 스캔들이 재점화됐다. 도모코 의원은 “모임에 총리 후원회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다”고 추궁했다. 총리 지역사무소가 지역 유권자에게 모임 참석을 안내한 문서가 공개됐다. 정부가 “공인(公人)이 아닌 사인(私人)”이라고 한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의 초청자 ‘추천 몫’이 있는 것도 드러났다.

부적절한 인물이 초청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반사회적 세력’으로 보이는 인물과 찍은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일본에서 반사회적 세력은 폭력·위력·사기 등의 수법으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나 개인을 뜻한다.

다단계 판매로 행정지도 처분을 받은 야마구치 다카요시(山口隆祥) 재팬라이프 전 회장이 2015년 아베 총리 추천으로 초대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일본공산당이 입수한 이 회사의 전단지에는 벚꽃을 보는 모임 초대장의 사진이 게재돼 있었다. 마치 정부의 보증을 얻은 것처럼 다단계 판매 선전에 모임을 이용한 것이다.

일각에선 벚꽃을 보는 모임 관련 관광투어가 정치자금 규정법과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15일 기자단과 만나 “이미 의회에서 말씀 드린 대로 사무소에서 확실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벚꽃을 보는 모임에 대한 아베 총리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은 74%였다. 또 벚꽃을 보는 모임 참석자 명부를 폐기하고 복구할 수 없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도 76%였다.


연결 포인트 1
공문서 파기 일상화된 스캔들

이번 스캔들은 정부 차원의 공문서 폐기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5월 9일 공산당 소속 미야모토 도루(宮本徹) 중의원이 의회 질의를 위해 벚꽃을 보는 모임 초대자 명부 자료를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5월 21일 “명부가 폐기됐다”면서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자료 요청 한 시간 후 자료를 대형 파쇄기로 없애버린 사실이 드러났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2일 참의원 본회의에 참석해 “파쇄기 이용 상황과 단축근무가 적용되는 장애인 담당자의 근무시간 등을 조정한 결과 파기 예정일이 5월 9일이 됐다”고 해명했다.

스가 관방장관이 지난해 12월 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5월 7~9일 무렵 (명부) 자료를 삭제한 후 최대 8주간 (백업 파일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명부가 폐기됐어도 제출할 전자문서가 5월 중에 남아있었지만 정부에서 이를 함구한 것이다.

일본 내부에선 “아베 총리는 위기마다 문서 파쇄로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베 총리 부부가 관련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당시에도 재무성이 관련 공문서를 파쇄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안을 취재하고 있는 한 일본 기자는 “이번 스캔들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일본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아베 총리의 연임이 어려워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9년 선거 승리를 알리는 붉은 종이를 자민당 후보 이름에 붙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아베 신조 총리가 2019년 선거 승리를 알리는 붉은 종이를 자민당 후보 이름에 붙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장기집권 피로도 쌓여

지난해 아베 총리는 11월 20일 기준으로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 전 총리의 임기였던 2886일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장수 총리에 등극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부터 51세 나이로 ‘전후 최연소 총리’가 됐으나 366일 만에 각종 스캔들이 잇따르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실상 정치 인생이 끝났다는 평가 속에서도 세력을 모아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자민당은 원래 총재의 연임 횟수를 2회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3회로 바꿔 아베 총리 임기를 2021년 9월까지 늘렸다. 최근엔 4선을 위한 당칙 개정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만일 총리 4연임이 이뤄지면 아베 총리 임기는 2024년 9월까지로 늘어나게 된다.

일본 내부에선 1인·1당 독주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지지통신의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이 장기집권으로 느슨해졌다’는 평가는 68.6%나 됐다. ‘아베 정권이 역대 최장기 정권답게 행동하느냐’는 질문에는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37.5%, ‘걸맞다’는 평가가 29%로 각각 나타났다.


해상자위대 잠수함. 사진 블룸버그
해상자위대 잠수함.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3
아베 내각, 국민 신임 잃어 ‘삐꺽’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해상자위대 잠수함 ‘우즈시오’에 탑승해 잠항(潛航) 체험을 한 사실이 지난해 12월 3일 도쿄신문 특종으로 드러났다. 잠항 체험 당일인 5월 18일은 우즈시오가 소속된 군부대인 해상자위대 제2잠수대의 휴일인 토요일이었다.

아소 부총리는 방위성과는 업무상 관계가 없어 잠수함 체험이 불필요하다. 해상자위대는 “과거 예산을 담당하는 재무성 직원의 업무를 돕기 위해 체험 항해를 진행한 적은 있었지만, 각료가 잠수함에 승선한 사례는 기록이 남아 있는 지난 5년간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아소 부총리가 개인적 호기심에 자위대를 사유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19일엔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키모토 쓰카사(秋元司) 전 국토교통성 부대신(현 중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사업에 관심을 가진 중국 기업이 수백만엔을 신고하지 않고 일본으로 반입했는데, 아키모토 의원이 이 일과 관련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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