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3월 1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경기 부양법안(American Rescue Plan)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3월 1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경기 부양법안(American Rescue Plan)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법인세·소득세 인상 등 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논의에 돌입했다. 미 행정부가 대대적인 증세를 추진하는 건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3년 이후 28년 만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3월 15일(이하 현지시각) 진행된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 가정은 자신의 공정한 몫보다 더 많이 세금을 내고 있지만 상류층이 자신들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며 증세안에 대한 뜻을 내비쳤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안에는 대선 운동 당시 공약이 반영될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운동을 하면서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렸으나, 이를 다시 상향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연 소득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37→39.6%) △연간 자본소득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에 대한 세율 인상 △기업의 조세 특례 축소와 부동산세 범위 확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비영리단체는 바이든표 증세안이 현실화하면 10년간 2조1000억달러(약 2372조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증세안을 검토 중인 이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뤄진 대대적인 부양책과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총 6차례의 부양책을 실시하며 약 5조6000억달러(약 6325조원)를 지출했다. 연방정부의 2020 회계연도 본예산보다 약 9000억달러(약 1000조원) 정도 많은 수준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추가적인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논의하고 있다. 미국 의회 예산국(CBO)은 “미국 정부 부채가 2051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02%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치권은 커지는 바이든표 증세안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실업률이 높아 증세를 추진할 경우,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법인세 인하 경쟁도 막기 위해 나섰다. 자국의 법인세 인상이 외국인 투자 유치나 기업들의 탈미국을 부추길까 우려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재무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법인세율 하한선 설정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각국이 부양책 수단으로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한도를 12%로 설정하되 이를 어긴 국가에 투자한 다국적 기업에 본국이 그만큼 추가 과세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이 합의에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법인세 하한선이 정해진다고 해도 구속력이 없는 데다 OECD 외 국가로 자금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 AFP연합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1
영국, 반세기 만에 법인세율 인상

미국뿐 아니라 영국도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에 나섰다. 영국은 현행 19%인 법인세율을 2023년까지 25%로 올릴 예정이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 장관은 3월 3일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업들에 1000억파운드(약 157조원) 이상을 긴급 지원했다”며 “우리 경제 회복을 위해 기업들에 기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공정하고 필요하다”고 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과감한 재정 지출에 나선 바 있다. 영국 예산책임처(OBR)에 따르면, 영국의 2020-2021 회계연도 정부 차입 규모는 3550억파운드(약 558조원)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7%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영국의 법인세율 인상은 1974년 이후 47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마거릿 대처의 ‘금융 빅뱅’을 재현하려고 하지만,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 등 대처의 자유주의 행보와는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한국도 종부세 등 세수 확대

국내에서는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3월 15일 제시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19.08%에 달한다. 이는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많이 올렸던 2007년(22.7%)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야 하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년 대비 21만가구(69.6%)가 늘어나 52만 5000가구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이 41만3000가구로 16%에 달한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1주택자까지 대거 종부세 대상이 된 셈이다. 보유세의 또 다른 축인 재산세도 약 36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부동산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지표로, 이번 공시가 인상은 보험료 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역 건강보험료 납부자 127만 명의 보험료도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로 한적한 아일랜드. 사진 블룸버그
코로나19로 한적한 아일랜드.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3
아일랜드, 지난해 GDP 3.4% 성장

아일랜드는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높은 성장을 지속했다. 아일랜드 중앙통계청(CSO)은 3월 5일(현지시각) “지난해 GDP 증가율이 3.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2.3%), 한국(-1%), 미국(-3.5%), 일본(-4.8%), 유로존(-6.8%)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아일랜드가 깜짝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낮은 법인세’가 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최고 12.5%로, OECD 평균(23.5%)의 절반에 그친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 알파벳 등 대형 기술기업과 화이자, 머크, MSD 등 글로벌 제약업체는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본사나 공장을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일랜드의 실업률은 25%에 달했지만,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둔 덕분에 아일랜드는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아일랜드산 의약품의 수출은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아일랜드 내 빅테크 기업, 글로벌 제약사 매출 증가로 법인세가 9% 더 걷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