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세를 자랑하는 중국 공산당은 자국에서 단순한 하나의 정당이 아니다. ‘당이 모든 것을 지도한다(党是领导一切的)’는 슬로건이 보여주듯 중국에서 공산당은 국가의 핵심이자 심장이다. 이런 중국의 경제 시스템을 가장 잘 압축한 말은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지에서 ‘중국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라는 말로도 해석된다. 공산당이 지도하는 사회주의가 갖는 원래의 의미는 국가가 특정한 기업들을 직접 관리해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에서 자본주의보다 더 규제가 없는 듯 보이고 기업이나 개인의 사적인 이익 추구가 어느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유로운 것 같다며 놀라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 이런 모습은 1979년부터 개혁개방을 통해 이윤 추구를 허용하는 실용주의를 채택한 결과다. 그래서 경제 측면에서 중국이 왜 사회주의 국가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할 정도다.
그러나 현재가 아닌 미래 관점으로 초점을 옮기면 정부 역할론이 급격히 부상한다. 여전히 정부 주도로 중장기 경제 계획과 비전을 선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기관차 노릇까지 주저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도 계획은 있다’는 논리로 글로벌 톱 규모로 올라선 현재도 정부가 끊임없이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년 3월 초에 진행되는 양회(兩會)라는 독특한 행사다. 양회는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통해 당해 연도의 경제 골격을 확정하는 행사다. 재정 계획은 물론 경제 성장률 그리고 물가와 실업률 등 중요한 경제 목표를 최종적으로 설정한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 ‘국가자본주의’
세계 언론은 중국의 경제 위상이 치솟으면서 이런 지표를 빠짐없이 전한다. 이런 기사는 각국이 경제 정책을 펼 때 중요 참조 사항이며, 기업 차원에서는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마케팅할지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최근 중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먼저 피해를 입었지만 회복 속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V 자를 그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이 여타 국가와 달리 플러스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선 60%대 증가율을 찍기도 했다. 올해 경제 성장 목표치로 6%(실제로는 8%대 예상)가 나오면서 많은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 경제 정책의 근간은 5년짜리 중기 계획에서 나온다. 1953년부터 발표된 플랜으로 올해 버전(14차)은 2025년까지의 목표를 담아야 하는데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과거처럼 5년 단위의 경제 성장 목표는 찾기 힘들고 2035년까지의 장기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안정적 성장(穩中求進)을 기조로 매년 4∼5%대 성장세를 유지하여 2035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약 2300만원)대에 올라서면서 중진국에 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는 목표가 앞당겨 달성되면서 정부의 치적으로 선전될 것으로 보인다. 신중국 설립 100년이 되는 2049년에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비전에 대한 중간 목표로 해석된다. 이런 장기적인 목표는 국민에게 안정감과 희망을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년도 잘 모르는 판에 너무 무지갯빛이라는 혹평도 있다.
이런 목표치 설정은 단순한 구호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의 저력을 느낀다. 중국은 경제 외형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서 있다는 점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수출 주도 경제를 내세우면서 2009년에 연간 수출액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고, 그다음 해에 수출에 수입을 더한 무역액에서 미국을 넘어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코로나19라는 폭풍 속에서 중국은 지난해 의미 있는 또 다른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액에서 부동의 1위였던 미국은 크게 감소했지만 중국은 1630억달러(약 190조7000억원)로 4%가 늘어 미국을 추월했다.
G1(세계 1위)이라는 표현은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시현하는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고 중국 내부를 결속시켜 안정을 도모하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G1과 관련 경제 부문에서 남은 과제는 2개다. 국내총생산(GDP) 총량에서 미국을 뛰어넘는 것이 하나이고, 그다음은 1인당 국민소득에서 세계 최고에 올라서는 것이다. GDP 1위는 당초 예견된 2030년 정도보다 앞당겨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은 2050년으로 애드벌룬을 띄운 상황이다. 신중국 설립 100주년이 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선다”
중국은 질적 측면에서도 세계 1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최근 들어 디지털 성과와 해당 산업에 대한 육성 전략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터넷 사용자 1위(9억9000만 명, 2020년 말 기준)를 기반으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규모와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AI)에서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정부가 중점 육성할 산업 목록이 구체적으로 계속 업데이트된다.
그 시초로 2010년에 발표된 7대 산업육성전략이 지목된다. 차세대 정보기술(IT)이 핵심이고 친환경, 신소재, 신에너지 등을 담고 있어 향후 질적인 측면에서 세계 1위로 나가는 데 필요한 것을 망라하고 있다. 업그레이드 버전은 2015년 얼굴을 내민 ‘중국제조 2025’. 최고의 제조 강국이자 기술 강국으로 독자적인 기틀을 다진다는 것이 비전의 핵심이다. 올해 양회에서 언급된 8대 산업(회토류, 로봇, 신에너지 등)과 7대 과학기술(AI, 바이오 등)과도 연결된다.
중국이 세계 1위에 집착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중국인의 꿈(中國夢·중국몽) 시현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중국몽의 ‘부활’이라는 수식어다. 처음이 아니라 이전에 있었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점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최근 급부상한 중국만 기억하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중국은 이미 오래전에 세계 경제를 호령한 바 있다. 10세기쯤 송나라 경제 규모는 당시 구매력으로 265억달러(약 30조4000억원)에 달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7%였다. 같은 시기 일본의 비중은 2.7%였고 미국은 흔적도 찾기 힘들다. 청나라로 넘어오면 중국의 GDP 비중은 30%를 넘나들지만 당시 많은 식민지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은 5%대이고 미국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 주도의 경제 운용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코로나19를 적극 헤쳐 나가고 있는 중국은 당분간 효율성(일사불란)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디지털과 첨단 분야에서 중국이 내건 다양한 목표가 여타 국가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전망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2035년까지 퇴출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움직임은 관련 원자재의 수급에 곧바로 충격을 줄 정도로 영향력이 지대하고 중국은 물론 미국 등 제3국 시장에서 상품의 경쟁 구도 변화를 야기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이 내건 목표는 여타 국가와 기업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