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21일 티베트 자치구 린즈 공항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시진핑의 티베트 방문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고, 2013년 국가주석 자리에 오른 뒤로는 처음이다. 사진 AP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21일 티베트 자치구 린즈 공항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시진핑의 티베트 방문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고, 2013년 국가주석 자리에 오른 뒤로는 처음이다. 사진 AP연합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전 한국산업은행 산은경제연구소장, 전 한국산업은행 중국본부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전 한국산업은행 산은경제연구소장, 전 한국산업은행 중국본부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작년 말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의 민간기업 옥죄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작년 11월 뉴욕증시 상장을 며칠 앞두고 금융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갑작스레 중국 최대 핀테크 기업 앤트파이낸셜의 상장을 중지시킨 데 이어 올 1월 반독점법 수정 초안을 발표해 알리바바, 텐센트 등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6월 말 미국 증시 상장 직후 데이터 안보 등을 이유로 중국 내에서 신규 고객 모집을 사실상 금지당하는 처벌을 받고 있다. 또한 배달 업체인 메이퇀은 반독점법 위반에 이어 배달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문제 등으로 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다. 1000억달러(약 117조원)가 넘는 사교육 시장도 갑작스러운 사교육 금지 정책으로 커다란 리스크에 직면했다.

중국 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갑작스러운 규제는 거의 폭격 수준에 가까워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놀래키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자사 사이트만을 이용하라는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행위 등을 금지해 공정경쟁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관련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불편은 고려치 않고 세력 키우기에 몰두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예컨대 알리바바는 자기 플랫폼에서 알리페이만 쓰도록 하고 이에 대응해 텐센트도 자기 플랫폼에서 위챗페이만 쓰게 했다. 이런 관행들은 중국 정부의 ‘선 시행, 후 규제’라는 신산업 육성 원칙하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경영 활동을 영위해온 데 기인한다.

그러나 선 시행으로 관련 산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중국 정부의 후 규제 조치가 거침없이 쏟아지며 시장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학교가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관계 당국이 7월 사교육비 부담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해외에 상장된 온라인 교육 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사교육 업체인 신둥팡은 고점 대비 90% 가까이 폭락했다. 사교육 금지 조치로 많은 가계가 사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비밀과외가 성행해 사교육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 가운데 여기서 우리는 중국 정부의 과격해 보이는 정책 추진의 배경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에 휩싸이게 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정치적 배경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내년 10월이 되면 중국은 커다란 정치 행사가 개최된다. 바로 중국 공산당 제20대 전국대표대회다. 공산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거기서 시진핑 주석의 3기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3연임 이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시 주석으로선 각종 정치, 경제적 성과를 내야만 하는 엄중한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 기술전쟁에서 성과를 내야 하고, 사회적 안정을 통한 지지 기반 확대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시 주석은 과다한 정책 구호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로부터 견제받는 역효과를 야기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순항하는 데 공헌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7월 1일에는 공산당 설립 100주년을 맞아 중산층 사회를 의미하는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의 생활이 풍족하고 편안함) 사회 실현을 선언했다.


3연임 앞둔 시진핑의 숙제 ‘빈부 격차 축소’

그러나 소득 불평등 해소라는 사회적 문제는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이 2012년 제18대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임명된 이후 대대적인 부패 공무원 숙청에 나섰지만 빈부 격차 해소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중국은 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2002년부터 10년간 내놓지 않았다. 지니계수를 발표하기 힘들 만큼 소득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지금도 중국의 지니계수는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0.5에 근접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균형적 경제 발전을 의미하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을 통해 어느 정도 경제 발전을 이룩한 지금, 이제는 소득 불균형을 해소해 사회 안정을 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교육비가 과다해 인구 증가가 억제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실정에서 중국 정부는 사교육 산업 붕괴라는 경제적 측면과 사교육비 부담 해소를 통한 사회 불안 요소 제거라는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경우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정책 집행 강도가 세며 그 처리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것이 강점이라고 하지만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정책 스탠스가 급격히 변화해 투자 리스크가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입법 등을 통해 사전 예고를 한다 하더라도 정책의 실행 방법이나 강도 등에 있어 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집행될 경우 그 충격은 더욱 크다.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가 부처 간 입장이 달라 혼선을 빚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자기업이 중국 진출 때 인허가 과정에서는 지방정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외교부 등의 환영을 받지만, 일단 중국 시장에 진입한 후에는 공업신식화부 등 또 다른 부처에 의해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의 희생양이 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이나 해외 진출 등에 있어서도 부처마다 입장이 다른 경우 급격한 정책 변화로 보일 수 있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베팅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전에 종합적인 리스크를 평가하기가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중국 규제 강화, 한국 기업에 양날의 검

중국의 정책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는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강화, 사회 안정을 위한 기업 활동 규제 등으로 중국 기업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다소 호전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중국 기업에 투자한 많은 한국 투자자는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가 투자 기업들의 주가 하락, 사업 활동 위축 등으로 투자 손실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많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해온 해외 상장 중국 기업들은 상당수가 VIE(Variable Interest Entity·가변이익실체)라고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VIE 구조는 중국 정부가 규정한 외국인 투자 금지 업종에 대해 이를 회피하여 우회 투자를 할 수 있는 편법적 구조다. 이러한 변칙적 방법을 근 20년간에 걸쳐 묵인해 온 중국 정부가 수년 전부터 이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혀 왔으며 이번 디디추싱 문제를 계기로 그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중국의 민간기업과 이들 기업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득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민간기업에 대한 규제를 거침없이 가하는 현 상황에서 차이나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