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이 멀다. 그러나 ‘탄소중립’ 등 목표 달성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11월 2일(이하 현지시각) 메인 이벤트인 기후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내뱉은 말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 공조가 쉽지 않은 현실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기후정상회의에서 190여 개국이 모두 동참하는 탄소중립 시점 단일 목표를 도출하지 못한 것과 무관치 않다.
앞서 10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13.5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한다’고 합의했지만, 탄소중립 시점을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그룹이 제시해온 2050년으로 못 박지 못하고 ‘금세기 중반’이라는 모호한 목표 시한 제시에 머물렀다. COP26 190여 당사국 대표단은 11월 12일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등을 두고 실무협의를 벌일 예정이지만, 10~20년에 이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개도국) 리더 그룹 간 탄소중립 격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COP26 기후정상회의 첫날 11월 1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탄소중립 시점을 2070년으로 제시했다. 세계 3위 탄소 배출국 인도뿐 아니라 1위인 중국도 선진국의 탄소중립 시점 단일화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지난해 제시한 2060년 탄소중립 시점을 고수하고 있는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COP26에도 불참했다. 시 주석은 서면 인사말에서 “선진국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더 행동해야 할 뿐 아니라 개도국이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 넘게 막대한 탄소를 배출해온 선진국이 뒤늦게 탄소 배출이 늘고 있는 개도국의 탄소 감축을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동남아 일부 개도국들은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한 것을 후회하는 듯 선진국 책임론을 내세우는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 리더 그룹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개도국의 맏형을 자처하는 중국의 행보에 미국은 견제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 주석을 겨냥하며 “중국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며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진국과 개도국 리더 그룹 간 탈탄소 동상이몽(同床異夢)은 COP26 정상들이 합의한 ‘2030년 메탄가스 배출량 30% 감축 서약’에서도 드러난다. 100여 개국 정상이 서명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은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정상들이 기후 변화 해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연결 포인트 1
G20 정상들, IT 공룡에 디지털세 부과
“디지털 시대, 돈 번 나라에 세금 내야”
G20 정상들이 10월 31일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세를 2023년부터 시행하는 합의안을 공식 추인했다.
디지털세는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하며 수익을 내는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본사를 둔 본국의 법인세뿐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하고 매출을 올리는 나라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온라인 시장 확대로 해외에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기존 오프라인 기업처럼 영업장 위치를 기준으로 한 세금만 내온 미국 구글·애플·페이스북 같은 빅테크가 주요 대상이라, 일명 ‘구글세’로도 불린다. 국내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디지털세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디지털세는 ‘매출 발생국 과세권 배분(필라1)’과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필라2)’으로 구성된다. 매출 발생국 과세권은 연간 매출액이 200억유로(약 27조원), 이익률이 10% 이상인 대기업 매출에 대한 과세권을 시장 소재국(매출 발생국)에 배분한다는 것이 골자다. 빅테크들은 2023년부터 글로벌 매출 가운데 통상 이익률(10%)을 넘는 초과 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각 시장 소재국에 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100여 개 글로벌 기업이 매출 발생국 과세권 배분 대상이며, 이로 인해 해마다 1250억달러(약 149조원)에 달하는 과세권이 각국에 재분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인 글로벌 기업에 대해 어느 나라에서 사업을 하든 최소 15%의 세율을 적용하는 개념이다. 빅테크들이 조세회피처나 저세율 국가에 법인을 세우고 이익을 빼돌려 세금을 줄이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OECD는 글로벌 최저한세로 전 세계에서 연간 1500억달러(약 179조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디지털세 합의는 디지털화 시대에서 정의가 구현되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연결 포인트 2
美 바이든, G20 기간 14개 동맹국 소집
“더러운 중국산” 탈중국 공급망 독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월 31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콩고 등 미국의 주요 동맹 14개국 정상을 긴급 소집했다. 글로벌 공급망 대책을 논의하는 정상회의를 긴급 소집한 것으로 최근 ‘물류 대란’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국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공급망을 동맹국과 함깨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는 지적이다. 콩고를 참여시킨 것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실패할 수 있는 하나의 원천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우리 공급망은 다각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 해소를 위해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 국가에 추가 자금 지원, 국방 비축분 사용 관련 행정명령 발동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발언에서 ‘중국’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공급망이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고, 노동자의 존엄성과 목소리를 지원해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미국은 신장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강제 노동 등 인권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EU와 정상회담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끝내는 내용에 합의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중국과 같은 나라의 더러운(dirty) 철강이 우리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상으로 참석한 G20 정상회의에서 “인위적으로 소그룹을 만들거나 이념으로 선을 긋는 것은 간격을 만들고 장애를 늘릴 뿐”이라며 미국이 주도한 ‘반(反)중국’ 회의를 우회적으로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