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2월 15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온라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2월 15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온라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이 엇갈린 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조기 긴축을 저울질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부동산 리스크 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유동성 확대에 나섰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양상으로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중을 비롯, 주요국들이 통화 정책에서 공조를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월 14~15일(이하 현지시각)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성명을 내고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지속하며 인플레이션 수준을 높이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양적 완화 점진적 축소) 속도를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준은 현재 매달 150억달러인 자산 매입 축소 규모를 300억달러로 늘리고, 경기 부양책 마무리 시점을 2022년 3월쯤으로 애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길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 경기 부양을 위해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 왔다.

기준금리는 현재 0.00~0.25%로 동결했다. 다만 내년엔 최소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FOMC 위원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나타낸 도표)를 공개했는데, 연준 위원 18명 중 10명은 내년 0.88~1.12% 수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린다는 의미다.

연준이 이런 조치에 나선 것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6.8% 급등했다. 이는 지난 1982년 6월 이후 40여 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그간 연준은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극복 국면에서 야기된 일시적 문제라고 규정해 왔지만, 이번 성명에서 ‘일시적(transitory)’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5일 별도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높은 물가 상승률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은 유동성 완화에 나섰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2월 15일 지급준비율(이하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인하 후 중국 금융권의 평균 지준율은 8.4%로 낮아진다. 아울러 1조2000억위안(약 223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시장에 풀릴 전망이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내린 것은 지난 7월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당시 중국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충격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지준율을 0.5%포인트 내렸다. 중국의 연내 지준율 추가 인하는 이미 예견됐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2월 3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화상 회견에서 “적기에 지준율을 인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그룹발 부동산 시장 충격 등 급속한 중국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 1분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로 18.3%를 기록했지만, 지난 3분기 4.9%까지 밀렸다. 4분기 성장률은 2~3%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2월 1일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8.5%에서 8.1%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공산당이 내년 경제 운용 기조를 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12월 8~10일)에서 ‘안정’을 내세워 새해에도 재정과 통화 완화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헝다그룹 본사. 사진 블룸버그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헝다그룹 본사.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헝다 충격에 中 부동산 흔들
신규 주택 가격 6년 만에 최대 폭 하락

헝다그룹은 12월 3일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만기 도래한 2억6000만달러(약 3088억원) 규모 채권 이자 상환 이행이 힘들다고 공시했고, 이자 지급일이었던 12월 6일, 실제 이자를 내지 않았다. 지난 6월 기준 헝다그룹의 부채는 1조9700억위안(약 382조원)에 달했다. 이에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12월 9일 헝다그룹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강등했다. 헝다 창업자 쉬자인(許家印) 회장은 회사 지분을 팔고 현금 확보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2월 6~9일 쉬 회장 보유 회사 주식 2억7800만 주가 강제 매각됐다. 매각 대금은 4억9800만홍콩달러(약 758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0.3% 하락했다. 월별 하락 폭으로는 2015년 2월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헝다 충격이 중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업체 세빌스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12월 8일(현지시각)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등의 가면을 쓴 시위대가 복사 지폐를 뿌리며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2월 8일(현지시각)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등의 가면을 쓴 시위대가 복사 지폐를 뿌리며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기준금리 인상하는 글로벌 중앙은행들

전 세계 중앙은행은 올 들어 잇달아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식품 등 공급 부족과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물가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선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1.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0.7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금리 인상 움직임은 물가 상승에 민감한 신흥국을 위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브라질은 12월 8일 기준금리를 7.75%에서 9.25%로 1.5%포인트 올렸다. 올해 들어 7차례 연속 인상이며, 9.25%는 2017년 7월(10.25%)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높다. 올해 10월까지 브라질의 12개월 물가 상승률은 10.25%로 집계됐다. 12개월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16년 2월(10.36%) 이후 5년 6개월여 만이다. 이 밖에 러시아, 헝가리, 멕시코, 페루, 체코, 칠레, 폴란드, 콜롬비아 등도 물가 인상으로 여러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영국,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일부 선진국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금리 올리는 이주열
“새해 1분기 추가 인상 배제 안 해”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방어하는 차원에서다. 통계청은 12월 3일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12월(4.2%) 이후 9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에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월 25일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발표한 직후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상황 개선에 맞춰 과도하게 낮춘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며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1분기에 성장세가 견조하고, 물가도 높고, 금융 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상황 등 정상화할 만한 상황이 된다면 원론적으로 생각해봐도 1분기(인상)를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시기는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