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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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지부장·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지부장·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로켓처럼 치솟는 모습으로 성장한다는 의미의 스타트업(Start-Up)은 199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용어다. 당시에는 정보통신업계만을 스타트업의 ‘놀이터’로 한정했다. 흔히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벤처기업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혁신성과 확장성 면에서 스타트업에 더 커다란 방점이 찍힌다. 특히 고위험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산업 지형이 요동치면서 고성장과 고수익을 넘어 기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과 개선은 물론 국가 차원의 산업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확대에 필수 불가결한 파트너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포천’ 500대 기업들도 스타트업과 손잡고 끊임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존의 마케팅 채널로는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문을 넓히기 힘들고 우후죽순 솟아나는 경쟁자에게 공격당해 하루아침에 침몰할 정도로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스타트업 브랜치는 국내 스타트업과 글로벌 리더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포천 500 커넥트(Fortune 500 Connect)’를 시행 중이다. 그동안 니베아, BMW, 샤넬, 아마존 등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부터 태국 대기업, 중동 투자자, 브라질 액셀러레이터 등과 만남을 주선해 2018년 12월 이후 2020년 말까지 글로벌 대기업 67개와 우리 스타트업 간에 600여 건의 상담을 성사시켰다.

2021년 들어서는 포르쉐, 바이엘, 아마존 등 ‘포천’ 순위 상위에 포진한 글로벌 리더와 매칭을 통해 투자 유치, 기술 협업, 제품 수출, 파트너십 체결 등의 성과를 낳고 있다. 국내 유통 대기업 및 종합상사 그리고 중견기업과 미트업(Meet up) 행사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다.

국내 스타트업과 해외 시장을 연결하는 실증사업(투자 유치와 전략적 제휴 등)도 잇따라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월마트, 타이슨푸드 등 글로벌 대기업과 6건의 기밀유지협약이 체결됐고 독일과 스페인을 중심으로 비슷한 조치가 가시화하고 있다. 또한 기업 차원을 뛰어넘어 국가 간 테스트베드 교환사업인 ‘CBT(Cross Border Testing) 프로그램’도 도입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를 통한 수십 개 외국 스타트업의 성능 테스트도 모색되고 있다.


기술융합이 혁신의 핵심 열쇠

글로벌 톱 기업들이 갓 탄생한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엄청나 거금을 들여 몸체를 합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험과 기술 그리고 인력 수준을 감안할 때 상대가 안 되는데 말이다.

우선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라는 새로운 혁신 모델이 코로나19라는 폭풍 속에서 살아남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는 디지털의 가속화는 물론 때로는 기존 사업 모델의 단절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부에서 새로운 기술을 수혈받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아멜리아(Amelia)라는 화이트칼라 로봇이 등장해 호텔과 은행 업무를 20여 개 언어로 동시에 수천 건씩 처리하고 있다. 기존 화장품에 디바이스(전자기기)를 결합해 피부 흡수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디지털 의약품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등장해 뇌졸중과 폐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글로벌 톱 기업이라도 내부에 없는 기술을 스타트업을 통해 수혈해야만 내일을 약속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특히 기술융합이 혁신의 핵심 열쇠가 되면서 스타트업 몸값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출현과 함께 악화되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상도도 최근 확실하게 반전을 그리고 있다.

오퍼튜니티 인사이츠(Opportunity in-sights)에 따르면 2020년 910만 개의 중소기업이 코로나19 등으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0년 3월 이후 미국 내 운송, 금융, 여행 분야 스타트업 일자리 7만 개가 사라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혁신 가속화로 2021년 들어 1분기 중 미국 내 벤처캐피털의 스타트업 투자 건수와 금액은 각각 3987건과 690억달러(약 83조원)에 달했다. 금액 기준으로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93% 급증했다. 2021년 연간으로는 2800억달러(약 338조원)에 도달해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확실시된다. 또한 2020년 76개의 신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전 세계에서 탄생했는데 이 중 62%인 47개 사가 미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은 코로나19 이후 영역확장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감염병으로 B2B(기업 간 거래) 클라우드가 붐을 이루고 원격의료(제약회사 중심)와 화상회의 시스템에 자금이 몰리면서 신기술이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주문 플랫폼은 비대면 상거래에서 교육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불어 물류배송,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혁신, 로봇공학, 핀테크가 혁신의 주인공 자리를 다투고 있다.


스타트업 성공전략 4가지

스타트업의 성공전략은 크게 4가지 모델을 통해 시현되고 있다. 우선 네트워크의 확대다. 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가기보다 특정 지역의 유력 업체로 우뚝 서려는 GTM(Go-To-Market)을 도모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전자상거래 업체를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기치로 확장전략을 펼치고 있다. 필요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세 번째로는 제품 개발을 통해 우수 고객에 대한 만족도와 서비스 확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핀테크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끝으로 인공지능(AI), 생명공학, 헬스케어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심층기술에 도전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움직임을 파고들면 결국 경제의 나갈 바를 알게 된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스스로는 물론 다른 기업의 혁신을 유도해 외연을 넓힌다. 무엇보다 환경 변화에 뒤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수요를 앞장서 창출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경영환경 변화는 어쩌면 스타트업 붐에 고속도로를 연결해 주고 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코로나19 공존 시대에 스타트업은 한 나라의 경제와 일자리를 로켓처럼 성장시키는 일등 공신이 될 것이라는 데 이론(異論)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