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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지부장·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지부장·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한국의 물리적 영토 크기는 1004만ha로 그 순위가 세계 108위로 크게 밀린다. 그런데 경제 영토로 눈을 돌리면 말이 달라진다. 경제 영토는 좀 생소한 개념이지만 우리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관세를 물지 않고 다른 나라로 운송하고 팔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한다. 이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계산하면 전 세계의 80%(57개국, 2021년 말 기준)에 육박한다. 단연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에서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과 FTA를 모두 체결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아세안,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올해 1월(한국은 2월) 발효되면서 경제 강국 일본이 새로운 FTA 파트너로 추가된다.


FTA 경제 효과 수혜자 준비에 달려있다

우리나라가 자유무역의 깃발을 드높이며 경제적 측면의 국경인 관세장벽을 허무는 것은 높은 경제적 위상과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기저에 깔려있다. 자본주의 원리인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논리를 실천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FTA의 이점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해외 시장에 출시할 때 관세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에 K푸드의 대표선수 격인 떡볶이가 상륙하기 위해 원래 35%의 관세를 물어야 하지만 FTA를 이용하면 제로(0%)로 급전직하한다. 기업 마케팅에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국내 생산분에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자국 내 투자를 늘리고 더불어 일자리도 늘어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발휘된다.

대부분 FTA를 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FTA는 체결국 상호 간에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입한 완제품이나 원재료로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발생해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 이는 다시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낮은 가격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연결돼 경제 활동을 윤택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관세 감면에 따른 국가의 재정 수입이 줄어드는 마이너스 효과도 발생하지만 경제 활성화라는 사이클을 통해 보전되기도 한다.

글로벌 경제에서 FTA가 만병통치약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우선 상대국에 진입할 때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는 데 전제 조건이 있다. 기업 스스로 신청해야 하고 복잡한 서류 준비를 통해 해당 제품의 제조 공정과 원자재(부품이나 원료)가 해당국에서 조달됐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니 전문인력이 없는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 차원에서 관심을 두고 필요에 따라 직접 교육(컨설팅)도 받고 원자재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데 투자도 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혜택은 적은데 투자 비용이 더 많아 실익이 없는 품목도 있고 혜택에서 아예 제외된 품목도 부지기수다.

더 중요한 점은 협정별로 혜택을 주는 조건이 다르다는 점이다. 챙겨야 할 서류가 다르고 복잡한 산식을 동원해 원자재 조달 비율도 제각각인 산식으로 따져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베트남이라도 기본적으로 한·아세안 간 혜택을 확인하고, 그다음에 한·베트남 간 FTA를 서로 비교해 유리한 조건을 따라야 한다. 여러 나라와 동시에 FTA를 체결하면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 그리고 통관절차 및 표준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과 인력이 더 들어가 거래 비용 절감이라는 애초 기대효과가 반감되는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가 나타난다. 좋은 음식이라도 면끼리 얽혀 있으면 먹기 힘든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

고의 여부를 떠나 서류나 계산 과정에 잘못이 있으면 무서운 벌금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포드자동차는 1996년부터 멕시코로부터 자동차 부품을 수입했고, FTA에 따라 수입신고 시 멕시코 공급 업체의 원산지 증명에 기초해 특혜관세를 신청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제출한 원산지 증빙 서류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포드자동차에 2000만달러(약 242억원)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했다. 원산지 규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섬유 분야에서 원산지 검증을 통한 벌금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터키 관세 당국은 수입 통관 후 원산지 검증을 하면서 위반 사례가 나오면 FTA 혜택을 배제할 뿐만 아니라 관세 차액의 세 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어 기업의 존재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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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PTPP 4월께 가입 신청 예정

2004년에 칠레와 손을 잡으면서 시작된 한국의 FTA 역사는 올해 큰 이정표를 앞두고 있다. 향후 국제무역의 틀을 좌우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4월쯤 가입 신청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RCEP은 경제 규모로는 거대하지만 노동, 환경, 국유기업 등에 대한 조항이 없고 상품의 관세 인하 수준도 낮은 편이어서 파장이 크지 않다. 그러나 기존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지면서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새롭게 추진한 CPTPP는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상품에 대한 100% 관세 철폐 △금융 및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 △고급 인력 이동 보장 △투자 시 기술 이전 강요 금지 △국유기업에 의한 시장 왜곡 방지 △데이터 거래 활성화 등을 내걸고 있어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무역의 룰 세터(Rule Setter·규범 제정자)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을 선두로 영국, 한국, 대만은 물론 미국도 다시 가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드높아지는 형국이다. 경제 대국 중국은 비시장경제 국가(Non-Market Country)인 데다 가입 조건을 쉽게 충족하지 못해 배제가 유력하지만 10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양보안이 회자되고 있다. 회원국 대부분이 중국과 교역 비중이 20%를 넘어 회원국들의 실익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은 역내 협력체의 외연 확장을 통한 무역 원활화와 외교안보(중국 견제)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걸림돌이 있지만 반중 카르텔로 CPTPP가 진화하면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한국은 농산물 개방이 커다란 걸림돌이고 일본의 경제적 견제와 외교적 냉전도 넘어서야 한다.

FTA는 무차별주의라는 글로벌 무역 룰을 깨는 조치다. 그럼에도 모두가 용인하는 것은 특정국에 대해 장벽을 높이는 것이 아닌 낮추는 방식으로 차별하기 때문이다. WTO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무역의 새로운 룰을 세팅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FTA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공급망의 안정적 구축과 미·중 대결로 요약되는 신냉전에 대한 전위대 역할도 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FTA는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의제가 되고 있다. 안으로는 중소기업이 쉽게 FTA를 이용해 실리를 챙기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밖으로는 투명한 글로벌 규범 확립과 외교안보의 디딤돌이 되도록 능동적 역할을 해야 한다.

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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