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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021년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장기화 속 부동산 침체, 전력난,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 리스크 등이 얽힌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17일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이 4%(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2분기(3.2%) 이후 약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8.3%, 7.9%를 기록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듯했지만, 3분기(4.9%)부터 흐름이 급격히 꺾였고, 4분기까지 둔화세가 이어졌다.

코로나19 중국 내 재확산이 중국 성장세가 둔화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2021년 12월 중국 내 하루 확진자는 1년 만에 300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톈진, 허난성, 산시성 등으로 확산세가 이어졌고, 심지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도 최소 9개 도시로 퍼진 상태다.

‘제로 코로나’를 표방한 중국 정부는 강력한 봉쇄 조치에 나섰다. 산시성 시안 주민 1300만 명은 한 달째 ‘자택 감금’ 상태이며, 톈진 등에서는 진단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여파로 2021년 12월 중국 소매 판매 증가율이 전달(3.9%)보다 급락한 1.7%를 기록하는 등 내수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중국의 봉쇄 정책은 전 세계 공급망 불안도 심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시안), LG전자·폴크스바겐·도요타(톈진), 애플(장저우) 등 중국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미크론을 억제하기 위한 중국의 전쟁은 스마트폰, 가구 등 제품 생산과 물류 흐름을 위협한다”며 “이런 정책이 길어지면 세계 제조업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중국 정부 규제에 따른 전력난, 부동산 경기 침체 등도 경제 둔화 요인이 됐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하고 환경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유로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고 석탄 사용을 억제했다. 이것이 석탄 공급 부족과 전력난을 야기, 반도체 생산 지연 등 결과를 낳았다. 부동산 부채 감축을 위해 시행한 고강도 대출 규제는 부동산 산업 침체로 이어졌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회사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고, 2021년 중국 부동산 투자는 전년보다 4.4% 증가에 그쳤다. 핀테크, 사교육, 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한 규제는 혁신 동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률이 지난해 전체로는 목표치 6%를 웃도는 8.1%를 기록했지만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5%대 성장률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무원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5.3%로 예측했다. 그러나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8%에서 4.3%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도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5.4%에서 5.1%로 내렸다.


1월 13일 보안 요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1월 13일 보안 요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각종 리스크에 올림픽 흥행 ‘빨간불’

중국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월 18일 올림픽 경기장 입장권을 일반인에게 판매하지 않고 코로나19 관련 방역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특정 그룹 관객에게만 판매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특정 그룹’에는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 베이징 시내 대학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월 4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은 2021년 7월 일본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코로나19 사태 속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한 경제적 부양 효과를 노리고 있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쏟는 막대한 비용은 중계권료나 스폰서 계약, 입장권 판매 수익 등으로 만회한다. 그러나 개막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문제를 명분으로 한 미국과 그 동맹국(영국·캐나다·호주 등)의 외교 보이콧 등 연이어 악재가 터지며 올림픽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이 심각할 경우 도쿄 올림픽처럼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베이징 올림픽 경제 효과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주경기장 베이징 내셔널스타디움. 사진 셔터스톡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주경기장 베이징 내셔널스타디움. 사진 셔터스톡

연결 포인트 2
딜레마 빠진 베이징 올림픽 후원사들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올림픽 후원 기업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치러질 경우 이들 입장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지불하는 막대한 후원금 대가인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후원사들을 향한 전 세계 인권 단체의 눈길이 곱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 세계 200여 개 인권 관련 단체는 최근 반도체 기업 인텔, 음료 업체 코카콜라,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에 베이징 올림픽 후원 및 경기 중계 방송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올림픽을 지원하는 것은 곧 신장 위구르와 홍콩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들 대부분 기업은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시장의 ‘큰손’인 중국을 비판하거나 후원을 철회하면 불매 운동 등 경제적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은행. 사진 블룸버그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은행.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3
잇따른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 나선 中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작년 4분기 성장률이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발표된 1월 17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기존 2.95%에서 2.85%로 0.1%포인트 내렸다. MLF 금리를 내린 것은 2020년 4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MLF는 인민은행이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정책 자금 금리로, 유동성과 금리를 조절하는 수단이 된다. MLF 금리를 낮추면 은행의 자금 조달 원가가 낮아지게 된다. 지난 20일에는 사실상 중국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1년 만기 기준) 내렸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통화 완화 정책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2021년 12월 1년 만기 LPR을 기존 대비 0.05%포인트 낮췄고, 지급준비율(RRR·이하 지준율)도 0.5%포인트 인하했다. 지준율은 각 은행이 평소 중앙은행에 예비금으로 예치해야 하는 현금 비율로, 지준율이 낮아지면 은행 대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