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주년을 맞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잇따른 경제·외교 악재로 지지율 회복은 첩첩산중에 빠졌다. 미국 내에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고, 미국 밖에선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가 병력을 집결해 전쟁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중국과의 기술 패권 분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플레에 인기 떨어진 바이든

미국 CBS 방송은 1월 12일(이하 현지시각)부터 14일까지 미국 성인 2094명을 대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1년 국정 운영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4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의 1년 차 지지율로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37%)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미국 CBS 방송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정책 분야에서 물가 정책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로 가장 낮았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도 새해 주된 관심사로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꼽았다. 그는 1월 3일 농장·목장 업체들과 육류 가격 인하 방안 모색을 위한 화상 회의로 새해 첫 행보를 시작했다.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하면 성난 민심에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1월 24일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질문을 한 폭스뉴스 기자에게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혼잣말로 “잘났네, 정말, 인플레가 더 온다고? 멍청한 개자식 같으니”라고 욕설을 한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곤혹을 치렀다.


외교·안보 역량 시험대 오른 바이든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안보 역량을 확인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13만 명이 넘는 병력을 배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 침공 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차원의 군사적 대응과 강력한 경제 제재를 경고했다. 1월 24일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8500명의 미군 병력에 유럽 파병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하루 만에 미군 파병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1월 25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진 않을 것”이라며 파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개인 제재 부과를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미군을 보내지 않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자칫 바이든 정부의 외교 역량 평가에 흠을 낼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철수한 직후 탈레반이 다시 점령하게 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안보 리더십에 금이 갔었는데, 이번에 우방국인 우크라이나마저 러시아에 침공당한다면 체면을 완전히 구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와 함께 전쟁 종료와 승리를 선언했지만, 바이든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취임 초 60%가 넘었던 지지율은 아프가니스탄 철수 직후 2주새 51%까지 떨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블룸버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물가 잡으려고 긴축 속도 내는 美
기준 금리 인상 3월 유력

미국이 기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월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곧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표했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올릴 여력이 충분하다”며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3월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곧’ 금리를 인상한다는 입장을 확인함에 따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끝나는 3월이 인상 시기로 점쳐진 것이다. 미국은 2018년 12월 이후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았다. 연준은 최근까지도 금리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를 밝힌 적이 없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될 수 있다”며 “우리는 물가 안정 목표에 헌신할 것이고, 높은 물가 상승률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가진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공급망 문제는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고,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21년 12월 미국 소비자물가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대 폭인 7%까지 치솟았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反美 연대 강화 나선 시진핑과 푸틴
도전받는 미국 패권

“세계 최강국이 되려는 중국과 냉전 시대 소련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러시아가 미국과 서방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계획하고 있다.”

1월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심층보도 내용 일부다. FT는 “미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전례 없는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해도 중국과의 파트너십 덕에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 제재가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러시아 입장을 지지했다”며 “인권과 민주주의 명분으로 중국과 러시아 내정에 간섭하는 미국의 압박을 대응하는 데 양국이 전략적인 공조를 취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러시아는 최근 아라비아해 서쪽 해역에서 중국과 연합 해상 훈련을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바이든 정부의 외교 역량을 시험하려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CNN 방송은 1월 25일 ‘바이든 대통령을 시험하려 줄 선 미국의 적국들’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미국이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이 각국에 퍼졌다”며 “미국의 권위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 등의)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바이든이 중국의 위협 때문에 (충돌을) 선회하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중국으로선 미국이 유럽에 발이 묶이는 게 좋을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도발 저지를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러시아는 이란 핵 협상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개입이 멈칫할 경우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