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가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전 해제한 2월 1일(현지시각)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 블룸버그
덴마크가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전 해제한 2월 1일(현지시각)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 사진 블룸버그

덴마크는 2월 1일(이하 현지시각) “코로나19를 더는 ‘사회적으로 치명적인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백신 패스, 진단검사 의무 등을 없앴다. 덴마크가 유럽연합(EU) 국가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전히 해제한 것이다.

같은 날 노르웨이도 사실상 거의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식당 등의 주류 판매 시간 제한(11시)을 풀고, 재택근무 의무, 사적 모임 인원 제한(10명), 입국자 코로나19 검사 의무도 폐지했다. 코로나19 감염자의 자가 격리 의무 기간은 6일에서 4일로 줄였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방역 조치 해제로 감염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중증 환자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백신이 보호해주고 있고, 이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함께 살 수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백신 패스 등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관련 방역 조치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한국에서 방역 조치 완화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 같은 유럽 방역 당국의 방향성이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안드레아 코스타 이탈리아 보건부 차관은 2월 7일 ANSA통신과 인터뷰에서 2월 10일 만료되는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2021년 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을 이유로 야외 마스크 착용을 전면 의무화한 바 있다. 다만 실내 마스크 의무화 방침은 유지된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2월 2일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을 위한 방역 지침 완화 시간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드라기 총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상관없이 초등학교 수업을 재개하고, 유치원도 확진자가 4인 이하일 경우 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애초 이탈리아는 한 학급에 최소 2명 이상 확진 사례가 나오면 학급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도록 했었다. 아울러 백신 3차 접종 완료자에게는 음식점이나 문화시설 출입 시 필요한 백신패스(그린패스) 유효 기간을 두지 않기로 했다. 기존 유효 기간은 접종 후 6개월이었다.

이탈리아의 이런 조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와 백신 접종률 상승세가 배경이 됐다. 2월 7일 기준 이탈리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1247명으로, 2021년 12월 23일 이후 가장 적었다. 같은 날 기준 이탈리아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총인구(약 5930만 명) 대비 80.4%, 3차 접종률은 58.3%로 집계됐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네덜란드는 앞서 1월 26일 봉쇄 조치를 풀고 식당, 술집 등 영업을 허용했다. 극장, 공연장, 박물관, 축구 경기장 등도 문을 열었다. 그간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방역 정책을 펼치는 국가로 꼽혔었다. 프랑스는 2월 2일부터 공공장소 입장 인원 제한, 실외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의무 등을 철회했고, 영국도 실내 마스크 착용, 대형 행사장 백신패스 사용 등 방역 규제를 담은 ‘플랜 B’를 최근 해제했다. 3월부터는 확진자 자가 격리 의무도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오스트리아는 2월 들어 식당과 상점의 영업 제한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밤 12시로 연장하고, 일반 상점 출입 시 방역패스 제시 의무를 폐지했다. 스위스도 2월 초 밀접 접촉자 격리와 재택근무 의무를 없앴고, 스웨덴은 2월 9일부터 코로나19 방역을 해제했으며, 핀란드는 방역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해 2월 말 대부분 끝낸다는 구상이다.

국가마다 사정은 다소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오미크론발(發) 확진자가 늘고 있는데도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배경엔 중증으로의 진행이 적은 현실이 있다. 방역 조치를 완화하거나 해제해 독감처럼 코로나19와 공존을 택하는 쪽으로 방역 당국이 방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장. 사진 셔터스톡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장. 사진 셔터스톡

연결 포인트 1
WHO “유럽 팬데믹 곧 최종 단계로”

유럽이 몇 달 내 코로나19 대유행의 마지막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장은 2월 3일 화상 브리핑에서 1월 24~31일 기준 유럽에서 신규 확진자 1200만 명이 나왔고,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래 주간 신규 확진자로는 가장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클루게 소장은 “이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에 따른 것으로, 중환자실 입원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은 향후 몇 달 내 코로나19 대유행 마지막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며 “팬데믹이 끝났다는 것은 아니지만 감염을 통제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는 △신규 확진자와 중환자실 입원 사례가 급증하지 않은 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덜 전파되는 따뜻한 날씨로 계절이 바뀌고 있는 점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성이 낮은 점 등을 꼽았다. 다만 클루게 소장은 “이런 낙관적 시나리오는 계속적인 백신 접종과 새로운 변이 출현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4일 백악관에서 1월 일자리 보고서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4일 백악관에서 1월 일자리 보고서 관련 연설을 하고 있
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미국도 방역완화 움직임

미국에서도 주정부 차원의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2월 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저지주(州)는 학교와 보육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3월 7일부터 해제한다. 코네티컷주는 2월 28일부터 주 전역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 을 해제하며, 델라웨어주도 3월 31일부터 학교와 보육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월 15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종료하며, 오리건주도 3월 말 마스크를 벗을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백악관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포스트 코로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이 2월 7일 보도했다. 다만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지금 우리의 초점은 오미크론 변이와 싸우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방역 완화 기류는 확진자 수 감소세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1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1월 13일 기준 82만 명이었지만, 2월 7일 기준 25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1월 29일 캐나다 오타와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백신 의무화 반대 트럭 시위가 열리고 있다. 블룸버그
1월 29일 캐나다 오타와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백신 의무화 반대 트럭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3
캐나다·뉴질랜드 ‘백신 반대’ 트럭 시위

미국과 유럽이 방역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방역 고삐를 죄고 있는 나라에서는 반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1월 29일 수도 오타와에서 시작된 시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 반대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촉발했다. 이후 시민들의 합류가 늘면서 전국 단위의 시위로 확산했다.

뉴질랜드에서도 캐나다 시위를 모방한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2월 8일 AFP에 따르면, 1000여 명의 시위대는 수도 웰링턴의 국회의사당 인근에 트럭과 캠핑카 등을 세워두고 경적을 울리거나 ‘자유를 돌려 달라’ 등을 쓴 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였다.

미국 극우 세력도 이런 상황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극우 인사들이 메신저 등을 통해 캐나다 시위 상황을 전달하며, 비슷한 시위를 벌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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