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갱도에 있는 전시장. 사진 조선일보 DB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갱도에 있는 전시장. 사진 조선일보 DB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현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강사, 전 한국경제신문 온라인총괄 부국장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현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강사, 전 한국경제신문 온라인총괄 부국장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본 사도섬(佐渡島)이 화제다. 일본 정부는 2월 1일 사도섬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추천했다. 2월 12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정의용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에게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천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사도섬이 한·일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태평양전쟁 기간 중 조선인 노동자가 대거 동원돼 사도광산에서 구리 등 전쟁 물자를 채굴했기 때문이다. 동해 건너편에 있는 사도섬에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가 남아 있다. 사도섬 이슈를 계기로 일본의 지리적 실체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한반도와 연관 깊은 동해 건너 사도섬

일본의 혼슈(본섬) 북쪽 연해에 있는 사도섬은 한반도와 가깝다. 일본 중서부 니가타(新潟)현 앞바다에 있다. 니가타항에서 쾌속선으로 70분 정도 걸린다. 사도섬은 풍광이 아름다운 데다 사도킨잔(佐渡金山·사도의 금광) 덕분에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사도섬은 니가타현 사도시에 속한다. 사도야히코산국립공원, 사도지질공원에 포함된다. 인구는 5만2135명(2020년 기준). 면적은 854.76㎢로 혼슈 등 주요 4개 섬과 북방영토(쿠릴열도 4개 섬)를 제외하면, 오키나와 다음으로 크다. 둘레는 262.7㎞이며, 가장 높은 곳은 킨포쿠산(1172m)이다. 

 


1601년 사도섬에서 사도킨잔이 발견됐다. 사도킨잔의 금 산출량이 늘어나자 당시 도쿠가와막부는 사도섬을 ‘번’에 소속시키지 않고 직할령으로 관리했다. 메이지유신 이후 1876년 니가타현에 편입됐다. 사도킨잔은 전성기에 일본 1위의 금 산출량을 자랑했다. 도쿠가와막부 말기부터 쇠퇴하기 시작, 상업 채굴은 1951년 종료됐다. 사도광산은 원래 사도섬에 있는 40여 개 광산을 통칭했다. 이번에 일본이 유네스코에 추천한 곳은 섬의 서북쪽에 있는 아이카와·쓰루시(相川·鶴子) 금은(金銀)산과 니시미가와(西三川) 사금(砂金)산이다. 사도광산의 400㎞에 이르는 전체 갱도 일부에 과거 채굴 작업 광경을 재현한 관광용 탐방 코스가 설치돼 있다.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이듬해 ‘중요 광산물증산법’을 공포하고 채굴량을 대폭 확대했다. 현재 남아 있는 사도 금은산의 중요 유적은 대부분 이 시기에 건립된 것이다.

사도광산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의 현장이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따르면 일본의 조선인 강제 동원은 1939년 7월 28일 ‘조선인 노무자 내지(內地) 이주에 관한 건’이란 이름의 ‘정책 통첩’에 근거한다. 실제로 사도광산의 조선인 동원은 이보다 앞선 1939년 2월에 시작됐다. 모집책이 임금 일부를 제하고 지급하는 청부제로 조선인을 동원했다. 문제는 일부를 뺀 임금마저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사도광산에서 노역한 조선인은 2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한국인에게 관광지로 유명한 니가타

니가타는 한국인에게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니가타현은 일본의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하나다. 일본의 행정 구역은 1도(도쿄 都), 1도(홋카이 道), 2부(교토, 오사카 府), 43현(縣)이다. 니가타 지역에는 눈이 많이 내려 품질 좋은 스키장과 유명 온천이 곳곳에 있다. 우리나라의 니혼슈(청주)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고시노칸바이’ ‘핫카이산’ 등 명주의 생산지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雪國)’의 무대이기도 하다. 

니가타현 중심지인 니가타시는 항구도시다. 외국과 많은 항로로 연결된 니가타시는 국제 무역항으로 번성하고 있는 일본 1위 항구도시다. 니가타시는 인구 80만 명이 넘는 정령지정도시(정부의 명으로 도시로 지정된 곳, 인구 50만 이상이 조건)다. 일본에서 네 번째로 넓은 에치고평야도 펼쳐져 있다. 니가타항은 메이지유신 이후 1869년 개항, 올해 개항 153주년을 맞는다. 1900년대 초반, 일본제국주의 시기에 대륙 공략을 위한 항구로 개발됐다. 중·일전쟁을 거치며 정기 항로가 열렸고, 많은 물자와 인력이 니가타항을 기점으로 출발했다. 니가타항에는 일본 북쪽 해안에서는 유일한 국제 무역 컨테이너 터미널이 있다. 한국 부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칭다오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무역 항로가 연결돼 있다. 


일본, 작은 나라(倭國) 아니다

보통 ‘일본’을 작은 섬나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일본의 ‘실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식이다. 삼국지 등 고대 중국 역사서에는 일본을 ‘왜국(倭國·작은 나라)’으로 표기했다. 국토가 광대한 중국 기준에서 보면 ‘작은 나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인구, 국토 면적, GDP(국내총생산) 등 각종 지표로 보면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일본은 아시아 대륙 동쪽 끝에 동서(또는 남북) 3000㎞에 걸쳐 7000여 개 섬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 4개 섬은 혼슈(본섬), 시코쿠, 규슈, 홋카이도다. 국토 면적은 약 37만8000㎢로, 말레이시아보다 조금 넓다. 미국과 중국의 25분의 1, 인도네시아의 5분의 1 정도다. 유엔해양법조약에서 정한 영해를 포함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은 447만㎢에 달해 캐나다에 이은 세계 6위 국가다. EEZ 기준으론 일본이 중국보다 더 넓다. 국제적으로 EEZ 안쪽에서는 어류 등 해산 자원, 석유·천연가스·메탄하이브리드 등 에너지 자원, 망간 등 희소 금속을 포함한 광물자원의 배타적 경제 개발이 인정된다.

일본 총인구는 1억2650만 명으로 중국(14억1505만 명), 인도(13억5406만 명), 미국(3억2677만 명) 등에 이은 세계 11위다(2018년 기준). 인구밀도는 ㎢당 341명에 달해 세계 25위다. GDP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일본열도는 높은 산과 깊은 협곡이 많은 산악 지형이다. 국토의 약 70%가 산지 또는 구릉지다. 농업용지 12%, 택지 3%, 공업용지 0.4% 등이다. 환태평양지진대에 있어 화산 활동이 활발하고, 대지진이 자주 생긴다. 2011년 3월 11일, 동북 지방에서 매그니튜드 9.0의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 2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20세기 이후만 해도 1923년 관동대지진(매그니튜드 7.9), 1995년 한신대지진(매그니튜드 7.2)이 발생, 많은 사상자와 재산 피해를 냈다.

혼슈 중앙부에 3000m급 높은 산들이 몰려 있다. 이들 고산 지역을 유럽의 알프스와 비유해 ‘일본 알프스’로 부른다. 기타다케(3193m), 야리가다케(3180m), 다테야마(3015m) 등 3000m급 산들이 줄지어 있다. 강은 대부분 짧고 급류가 많다. 가장 긴 강인 시나노가와(信濃川)도 367㎞에 불과하다. 호수도 전국 곳곳에 많다. 가장 큰 비와호(琵琶湖)의 면적은 674㎢에 달한다.

후지산과 기타다케 등 전국을 대표하는 산이 ‘백명산(百名山)’에 들어간다. 일본인이 가장 신성시하는 산은 최고봉 후지산(富士山)이다. 높이는 3776m이며, 1707년에 대규모로 분화한 적이 있는 활화산이다. 불(火)의 산으로 알려진 후지산은 전설과 신앙의 산이기도 하다. 산악신앙을 대표하는 또 다른 산은 중부 지역에 있는 온타케산(御嶽山· 3067m)이다. 2014년 정상에서 분화구가 폭발해 57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는 전후 최악의 화산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건국설화가 담긴 ‘일본서기’에도 온타케산이 등장한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이웃 나라다. 일본 각지에는 고대부터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한·일 양국은 긴 역사를 거치며 애증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익 관점에서 일본과 경제, 정치·외교적 협력이 불가피하다. 일본을 깊이 분석해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