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폭발이 일어나 화염이 치솟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사진 AP연합
2월 24일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폭발이 일어나 화염이 치솟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AP연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두 곳의 독립을 승인하고 군 병력을 투입하면서 키예프에 포성이 울려퍼졌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경제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월 21일(이하 현지시각) 친(親)러시아 반군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간스크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을 보내겠다고 했다. 해당 지역은 2014년부터 친러시아 반군이 독립을 목적으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일으켜왔던 곳으로, 현재까지 1만4000여 명이 사망했다. 푸틴은 2월 24일 돈바스 지역에 특별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서방은 즉각 제재에 착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두 지역에 신규 투자, 무역, 자금 조달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러시아가 군사 지원 조약을 발표하자 러시아 대외경제개발은행, 군사은행 등 은행 두 곳과 푸틴 측근에 대한 제재도 추가로 지시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리 조율돼 있었던 미·러 외교장관 회담도 취소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월 22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금 시점에 외무장관 회의를 진척시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2월 24일 예정돼 있던 미·러 외무장관 회담 취소 사실을 알렸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등도 잇따라 제재 조치에 동참했다. 영국은 러시아 은행 다섯 곳과 푸틴의 최측근 기업인인 겐나디 팀첸코 등 개인 세 명의 자산 동결 및 여행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프랑스는 2월 25일 예정돼 있었던 프·러 외무장관 회담을 취소했다. 

러시아의 숙원 사업이었던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진행도 불투명해졌다. 독일 정부는 가스관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은 운영사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러시아 국부의 원천인 가스 수출을 차단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둔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푸틴의 주도권 회복이 목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 서방화하는 것을 반대하고, 미·중 양국이 주도하는 21세기 신냉전 대치 속 러시아의 지위 회복을 노리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회식 날 조지아를 침공해 4일 만에 항복을 얻어냈고, 남오세티야·압하지야 자치공화국을 독립시켰다. 2014년에는 소치 동계 올림픽 폐막 직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 병력을 투입해 강제로 합병했다. 

 

 

연결 포인트 1
푸틴 편들던 시진핑의 딜레마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전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은 외견상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월 19일 뮌헨 안보회의 화상연설에서 “각국은 각자의 우려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모든 국가의 주권, 독립, 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하며, 우크라이나는 동서의 교량이 돼야지 최전선이 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중국이 러시아 편에 서 있던 모습과는 대조된다. 중국은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방중으로 소련을 견제했지만, 50년 지난 현재 미국과 외교·군사·경제 등에 걸친 전방위적 갈등을 겪으며 다시 러시아와 손잡았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주석 취임 후 푸틴 대통령과 대면·화상으로 38번이나 만날 정도로 러시아에 대한 친밀감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중국이 유독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만큼은 중립적인 모습을 취한 건 복잡한 이해 득실 상황 때문이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주요 유럽 관문으로, 러시아 지지 시 중국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정치적으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도네츠크·루간스크 공화국 분리독립을 인정할 경우, 중국 내부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에서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의 자결권에 바탕을 둔 분리독립 열기가 고조될 수 있는 탓이다. AP는 “중국은 경제·정치적으로 (협력을 통해) 부상하고 있어 냉전 전술로 회귀하면서 고립되는 러시아와 대조된다”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로 흔들리는 증시. 사진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로 흔들리는 증시.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美 증시 연중 최저치, 유가 100달러 돌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러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하고, 원유와 금값은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월 23일 현재까지 5거래일 연속 내리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S&P500은 2년 만에 전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는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2월 24일 장중 러시아 RTS지수는 전날보다 48% 이상 급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수급이나 비철금속 공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탓에 원유, 비철금속 가격은 상승세다. 2020년 기준 러시아는 세계 원유 수출 시장에서 1위(16.4%)를 차지했으며, LNG(액화천연가스)는 3위(19.6%), 유연탄은 2위(16.2%) 수출국이다. 에너지 수급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2월 24일 브렌트유는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의 부담인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비축유 방출을 비롯해 원자재 할당관세 인하 폭과 대상 확대까지 검토하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값도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의 인기가 하락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값을 다시 끌어올린 셈이다. 존핸콕 투자 운용의 매트 미스킨 수석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위험 회피를 위해 금을 찾고 있다”며 “2020년 8월에 기록한 최고가(온스당 2051.5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금값이 온스당 1860~1880달러를 넘으면 금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며 “최고가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일리FX의 크리스 베키오 수석 전략가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금이 사상 최고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웰스파고의 크리스 하비 주식 전략 헤드는 “장기적으로는 미 연준의 정책이 더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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