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이하 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시청사 건물 앞에 폭격을 맞은 자동차와 건물 잔해가 뒹굴고 있다(왼쪽 사진). 2월 24일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된 우크라이나 크이우의 대피소에서 딸을 안고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 사진 AP연합
3월 1일(이하 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시청사 건물 앞에 폭격을 맞은 자동차와 건물 잔해가 뒹굴고 있다(왼쪽 사진). 2월 24일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된 우크라이나 크이우의 대피소에서 딸을 안고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 사진 AP연합
백주현 유라시아21 포럼 부이사장전 카자흐스탄 대사, 현 법무법인 세종 러시아·중앙아시아 담당고문
백주현 유라시아21 포럼 부이사장전 카자흐스탄 대사, 현 법무법인 세종 러시아·중앙아시아 담당고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희망하던 우크라이나가 국난의 위기를 당했다. 러시아군이 수도 크이우(키예프)를 점령하려는 단계까지 왔다. 러시아의 침공 후 가장 큰 변화는 우크라이나인이 나라 지키기에 용감하게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과 함께 피란길을 떠났던 가장들이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돌아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이우에 남아서 항전하며, 긴급하게 유럽연합(EU) 가입 신청을 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EU 회원국이 되기 위한 열망은 절실하다. 냉전이 종식되고 옛 소련 구성 국가들이나 동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그러한 소망을 가졌고 순차적으로 회원국이 됐다. 1999년 체코, 폴란드, 헝가리의 나토 가입이 이뤄졌다.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 러시아를 지향했던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부터 나토는 확장을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가 민주화할 것이라는 데 근본적인 의구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토의 목적은 냉전 시기 공산주의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집단방위다. 냉전 종식 후 미국과 EU는 러시아의 민주화와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돕는 동시에 나토의 확장을 줄기차게 추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러시아 군대가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진입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전환의 길을 가던 러시아는 오던 길을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왜 지금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사태는 어떻게 전개되고, 이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걸까.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19만여 명의 군 병력을 보내 포위했다. 벨라루스와는 합동 군사훈련도 실시했다. 그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공격을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럴 경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저지할수 있을지 몰라도 너무 큰 정치, 안보, 경제적 압력과 손실을 입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러시아는 머리로 이해할수 없다’는 러시아 격언이 맞아 들어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에 나토 확장 중지와 러시아에 대한 안전보장 문서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와 회담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러시아가 왜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는지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아돌프 히틀러의 소련 침공만 생각해봐도 짐작할 수 있다. 히틀러의 나치즘을 격퇴하는 데 2500만 명의 러시아인이 희생당했지만 냉전 종식 후에도 나토는 다섯 차례에 걸쳐 동쪽으로 확장해 러시아의 안보를 코앞에서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러시아의 도발에 미국과 나토는 제재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EU는 사상 처음으로 5억유로(약 6800억원)어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과 나토는 또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발틱 삼국,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 병력을 증파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벌어진 우크라이나에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파병하지 않고 있다. 금융과 경제 제재에도 나섰다. 스위프트(SWIFT⋅국제금융통신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한 것.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월 27일(현지시각) 의회 연설을 통해 발틱해의 브레멘 등 두 개 도시에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시설을 서둘러 건설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더 높여서 러시아에 에너지 공급을 의존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30년 전의 소련이 아니다. 러시아 인이 변했고, 러시아 체제도 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분석에 중요한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러시아 국민은 러시아가 국제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도록 강한 러시아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배경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러시아 국민은 세계로 자유롭게 여행하고 유학하고, 상거래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탓에 정치, 안보, 경제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 반대하는 러시아 국민이 있다.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면서 든든한 정치적 기반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일어났다. 모스크바와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가 이어지고,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EU는 두 가지 모습을 갖는 러시아와 협력할지 러시아를 고립시킬 것인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엔(UN)을 창설하고 냉전 종식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다시 신냉전 구도로 빠져들고 있다. 푸틴은 2000년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장기 집권에 성공하고, 옛 소련 제국의 부활을 꿈꿔 왔다. 미국과 EU가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제재에 나서자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 언론 등에서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시작되면 나토의 제5조(한 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즉각 개별 회원국 또는 집단으로 대응)가 작동하게 되는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상호 제재의 끝은 짐작하기도 어렵다. 또 다른 논란은 결국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느냐 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로의 파병은 제3차 세계대전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면서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핵 억지력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러시아의 핵 카드에 미국과 나토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려운 판단이 남아 있다.

중국은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공격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식량을 수입하고 군사 협력도 하고 있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의 관문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멈추지 않으면 미국과 나토의 대러 강경 정책이 강화되고, 이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엔 미국이 중국에도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한반도 문제에 비춰보자. 지난 5년간 우리 정부는 줄기차게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북한 비핵화보다는 남북 관계 개선으로 정책의 무게가 옮겨졌다. 

휴전 상태이지만 적대 관계가 끝나지 않은 한반도, 그곳에서 핵무기 같은 비대칭 전력의 우위를 점하게 된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는 제쳐두고 종전선언과 남북 협력의 획기적 발전이 가능할까. 안보 낭만주의는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소련과 미국은 냉전 시기 치열하게 군비 경쟁을 했지만 결국에는 전략무기 제한과 감축 협정에 합의했다. 그런 합의는 상대국에 완전한 승리를 할 수는 없다는 인식에 기반했다. 역설적으로 서로 그런 능력을 갖췄기에 합의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만약 북한이 우리보다 월등한 핵무기 제조 능력과 운반 수단을 갖췄음을 우리가 알면서도 북한의 선의를 기대하는 평화 정책에만 매달린다면, 그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상상하기도 싫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엄청난 전비와 수많은 미국 병사를 희생하는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어갔다. 바이든 행정부가 20년간 주둔했던 아프카니스탄에서 철군한 데는 스스로 국가를 지켜내고자 하는 아프카니스탄 정부의 의지와 능력 부족도 큰 원인을 제공했다. 미국 국민은 의미 없는 전쟁을 멈추기를 바란다. 미국 국민의 한반도 분쟁에 대한 입장은 다른 지역 분쟁에 대한 의견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 군사 억지력을 갖춘 바탕 위에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백주현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