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크렘린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크렘린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월 1일(이하 현지시각)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두고 “우리는 역사를 통해 독재자가 침략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그들이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월 27일 연방의회 특별회의에서 푸틴을 전쟁광이라고 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냉전 시기 옛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보다 (세계로부터) 고립된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푸틴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데 이어 올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친(親)러시아 지역인 돈바스 내 두 곳(DPR·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우크라이나 땅에 무력을 행사했다. “유럽 내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자신의 말을 한 달도 안 돼 뒤집은 것이다. 

러시아를 22년간 이끌어온 푸틴은 ‘현대판 히틀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는 1952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시절부터 불량 학생들과 어울리며 비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종종 자신보다 덩치 크고 힘이 센 소년들과 싸움을 벌였고, 이들을 이기기 위해 11세 부터 유도를 시작했다. 그는 2015년 10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레닌그라드 거리는 내게 규칙을 가르쳐줬다. 싸움이 불가피하다면 먼저 주먹을 날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국가보안위원회(KGB)를 찾아가 취직 방법을 물어볼 만큼 대범하고 적극적인 인물이었다. 1975년 레닌그라드대 법학대학을 졸업한 후 KGB에 들어갔고, 냉전 시절 동독 드레스덴 KGB 지부에서 서방의 군사‧산업 정보를 캐고, 첩보 조직을 운영했다. ‘푸틴은 스파이였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푸틴의 정치 입문은 15년간의 KGB 요원 생활을 끝내고, 대학 시절 은사였던 아나톨리 소브차크 레닌그라드 시장을 만나 수석 보좌관으로 일하게 되면서 이뤄졌다. 그는 이후 레닌그라드 부시장, 크렘린 총무국 부국장과 제1부실장,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역임했다. 

푸틴은 1999년 8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전격 발탁된다. 푸틴은 총리 지명 당시에는 지지율이 2%에 불과했지만, 제2차 체첸전에서 강력히 대응하면서 같은 해 11월 74%까지 급상승했다. 옐친은 그해 12월 건강 문제로 중도 퇴임하며 푸틴에게 대통령 직무대행을 떠맡겼고, 푸틴은 이듬해인 2000년 3월 대선에서 50%가 넘는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푸틴은 2004년에 재선에 성공했다. ‘강한 러시아’를 약속하고 취임 이래 6%를 넘는 고성장을 이뤄내면서 70%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 덕분에 오일머니로 국가의 부(富)를 키웠고, 이에 득을 본 중산층이 푸틴의 지지 세력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다시금 군사 대국의 면모를 보이자 러시아인의 자존심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푸틴은 러시아 헌법상 3선 연임 제한으로 2008~2012년에는 총리를 지냈지만, 총리 시절에 4년이었던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 연임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2012년 선거에서 63% 이상의 표를 얻어 정권에 복귀했으며 2018년에도 76% 득표율을 얻으며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4기 임기는 2024년까지지만, 2020년 7월 개헌을 통해 2036년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둔 상황이다.

푸틴이 장기간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그가 보여주는 강인한 면모다. 푸틴은 유도, 낚시, 사냥, 승마, 헬리콥터 비행 등 강인하고 마초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자국민에게 어필했다. 푸틴은 소련의 붕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대참사”라고 표현하며, 무력행사를 통해 냉전 시절 강한 러시아를 그리워하는 국민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그는 이미 임기 내에만 세 번의 침공을 강행해 세 번의 지지율 상승을 경험했다. 1999년 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원하는 체첸공화국과 전쟁이 발발하자, 수도 그로즈니에 무자비한 폭격을 퍼부어 항복을 얻어냈다. 2008년에는 조지아를 침공하고,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합병하면서 내부 결집을 시도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국 주도로 유지돼왔던 국제 질서를 바꾸고 러시아 내부 지지율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푸틴을 ‘독재자’ ‘살인자’라고 평하는 러시아인도 많다. 푸틴의 정적들은 투옥되거나 러시아를 떠나야만 했기 때문이다. 옐친 전 대통령이 총애하던 보리스 베레좁스키와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등은 해외로 망명했고, 러시아 대표 신흥재벌 중 한 명이었던 미하일 호도르콥스키와 반푸틴 시위를 벌인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의 멤버들은 징역을 살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 내부에서도 반전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푸틴의 무력주의 행보는 전 세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은행 간 국제 결제망(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초강력 금융제재에 합의했고, 수출규제도 시행하기로 했다. 러시아 경제 붕괴 우려까지 나온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2월 28일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하고 외국인의 국내 유가증권 매도를 금지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plus point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TV 스타에서 우크라이나 영웅으로

미국의 탈출 제안을 거부하고 항전을 다짐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미국의 탈출 제안을 거부하고 항전을 다짐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보이고 있다. 그는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으로, ‘정부를 이끌 지도력이 없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도력을 보여주며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다. 

젤렌스키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그는 1978년 우크라이나 중부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7세부터 TV 코미디쇼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크이우(키예프)국립경제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뒤 배우, 프로듀서, 연예 기획사 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젤렌스키가 정계에 발을 들이게 된 건 2015년 방영된 TV 드라마 ‘국민의 종’ 때문이다. 그는 당시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된 고등학교 역사 교사 역할을 맡았다. 극 중 정치신인이었던 그는 재벌 척결 등 개혁 정치를 펼치며 국민 배우급 인기를 얻었다. 

그는 국민적 인기를 기반으로 2018년 12월 드라마 제목과 이름이 같은 ‘국민의 종’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행동이 가볍다’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2019년 4월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7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승리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함에 대한 불만, 장기적인 경제불황이 그를 한 나라의 수장으로 이끌었다. 

젤렌스키는 2019년 대선 과정부터 반(反)러시아 행보를 보였다. 그는 러시아의 자매국가로 남지 않겠다고 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의 무력분쟁을 끝내고 푸틴과 담판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당선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더욱 강경히 추진하고, 친러시아 TV 방송국을 폐쇄했다. 그는 지속된 러시아의 위협에도 굽히지 않았으며, 실제 러시아의 침공 이후 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푸틴의 1순위 공격대상임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를 떠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우리가 여기에 있다” “끝까지 싸우자”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면서, 많은 우크라이나인의 결집을 촉구했다. 올해 1월 23%였던 지지율은 순식간에 91%로 올랐다.

젤렌스키 정부는 전 세계에 SNS를 통해 도움을 요청해 러시아를 공격하거나, 우크라이나 국민의 피해를 줄이고 있다.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벌이고 있고, 테슬라·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서 인터넷 통신위성 ‘스타링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빅테크는 러시아 관련 사이트 및 계정·채널을 잇달아 차단하거나 노출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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