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중국 정부가 연간 성장률 목표치를 6% 아래로 정한 것은 톈안먼 사태 충격이 강타한 1991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하반기 들어 경기 하강 흐름이 뚜렷했다. 부동산 시장 위축과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꺾였다. 최근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불안과 세계 금융·원자재 시장 혼란도 커졌다.

중국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국제 금융권 전망보다 높은 수준의 성장률 목표치를 내놨다. 앞서 국제기구나 외국 금융사들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게는 4%대, 높게는 5%대 초·중반으로 제시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꺼내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경제가 맞닥뜨린 위험을 부각시킨 후 이를 극복해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를 굳건히 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올가을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 확정을 앞두고 있어, 중국이 정치·경제·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올해 중국의 최우선 정책 과제가 경제 안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급격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올해 재정·통화 부양책을 더 내놓을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경제 안정을 업무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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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수축, 공급 충격, 기대 약화 3중고

리 총리는 3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제5차 회의 개막식 정부 업무 보고에서 2022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올해 최소 5%대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리 총리는 이날 약 1만6000자 업무 보고에서 올해 중국 경제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와 도전을 상세하게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 코로나19 대유행 지속으로 세계 경제 회복 동력이 부족하며, 원자재 가격 급등과 변동으로 외부 환경이 더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졌다”며 “중국 경제 발전은 수요 수축, 공급 충격, 기대 약화란 3중 압력에 맞닥뜨렸다”고 진단했다. 중국 내 산발적 감염병 발생과 더딘 소비·투자 회복, 수출 어려움, 에너지원과 원자재 공급 부족, 중소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의 생산·경영난, 취업 안정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또 “중요 분야 혁신 뒷받침 능력이 강하지 않고, 일부 지역의 재정 수지 모순이 커졌으며, 경제·금융 분야의 위험과 감춰진 폐해가 많으며, 민생 분야 단점도 여전히 많다”고도 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빠른 코로나19 통제를 바탕으로 지난해 ‘6% 이상’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고 실제 8.1%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4.0%까지 떨어질 정도로 하반기 들어 성장세가 약해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헝다(에버그란데)가 규제 강화 영향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것을 시작으로 부동산 분야 위기가 고조됐다. 단 한 명의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 지속으로 소비와 서비스업도 타격이 컸다. 시 주석이 선언한 공동부유(다 함께 잘살기)는 기업 통제 강화로 이어졌다. 

리 총리는 단순히 중국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어려움이 클수록, 더 자신감을 갖고 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중국 경제는 하강 압력을 견뎌내고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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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통화 더 푼다

중국은 올해 GDP 대비 재정 적자율을 2.8% 안팎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목표와 같은 수준이다. 2020년과 2021년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 적자율 목표치를 각각 3.6% 이상, 3.2%로 올렸었다.

재정 적자율을 낮추겠다는 목표는 표면적으론 중국 정부가 올해 재정 지출을 줄인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정부 업무 보고에 따르면, 올해 재정 수입은 계속 늘고 국유 금융기관과 국유 독점 기업의 초과 이익도 정부로 귀속된다. 올해 중국 정부는 전년 대비 재정 지출을 2조위안(약 390조원) 이상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취훙빈 HSBC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재정 지출은 전년 실제 지출 대비 8%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2020년(2.8%)과 2021년(0.3%)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탄약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상반기엔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프라 투자용 지방정부 특수목적 채권 신규 발행 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3조6500억위안(약 713조원)으로 정해졌다. 올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배정하는 자금은 9조8000억위안(약 1915조원) 규모로, 연간 증가율이 18%에 달한다. 올해 세금 환급과 감면 규모는 2조5000억위안(약 505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리 총리는 “올해 적극적 재정 정책의 효능, 정밀성,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통화 부양책도 추가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리 총리는 업무 보고에서 “온건한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경제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고 합리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기준금리와 시중 은행 지급준비율을 잇달아 인하하며 자금을 풀었다. 중국 국내외 투자은행들은 인민은행이 올해 기준금리와 은행 지급준비율을 더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통화 완화에 여유가 있는 것은 미국·유럽 등에 비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중국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3% 안팎으로 정했다. 일본 노무라는 중국이 위안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외화를 더 사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3│시진핑 3연임 앞두고 ‘안정’ 방점

이번 전인대는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 샹둥 국무원연구실 부주임은 3월 5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정부 업무 보고에서 안정이란 단어가 76번 언급됐다”고 했다.

경제 안정의 핵심은 일자리와 주거다. 중국 정부는 올해 도시 일자리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100만 개 이상 창출하고 도시 실업률을 5.5% 이내로 통제하겠다고 했다. 올해 중국 대학에서 배출되는 졸업자 수가 역대 최대로 전망되기 때문에 고용 환경 안정이 중국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중국 정부는 토지·주택 가격 안정도 강조했다. 임대주택 공급도 늘리고, 투기가 아닌 실수요자의 주택 수요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도입 논의가 있었던 부동산세는 올해 정부 업무 보고에서 빠졌다.

베이징=김남희 조선비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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