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차이잉원(蔡英文·앞줄 맨 오른쪽) 대만 총통이 예비군 훈련장을 찾아 전투력 강화를 주문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3월 12일 예비군 훈련이 한창인 대만 북부 타오위안(桃園)의 6군단 산하 사격장을 시찰했다. 작년 말 대만 정부는 예비군 훈련 기간을 기존 5~7일에서 2주로 확대하는 새 제도를 도입했다. 사진 AFP연합
우크라이나 사태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차이잉원(蔡英文·앞줄 맨 오른쪽) 대만 총통이 예비군 훈련장을 찾아 전투력 강화를 주문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3월 12일 예비군 훈련이 한창인 대만 북부 타오위안(桃園)의 6군단 산하 사격장을 시찰했다. 작년 말 대만 정부는 예비군 훈련 기간을 기존 5~7일에서 2주로 확대하는 새 제도를 도입했다. 사진 AFP연합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 ‘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이코노미조선’ 전 편집장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 ‘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이코노미조선’ 전 편집장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이하 우크라)를 침공한 당일,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전문회사) UMC는 50억달러(약 6조원)를 들여 싱가포르에 신공장(12인치 팹)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후 대만의 주간지 ‘비즈니스 투데이’는 UMC가 20년 만에 싱가포르 투자 확대를 결정한 데 대해 “TSMC· UMC는 삼성전자·인텔보다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를 더 많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오늘의 우크라는 내일의 대만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UMC는 작년 4분기 매출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7%로, 같은 대만의 TS MC(52.1%), 한국 삼성전자 파운드리(18.3%)에 이어 세계 3위 파운드리다. 파운드리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 패권 전략의 급소로 떠올랐다.

세계 투자자가 우려하는 올해 최대 리스크 중 하나도 대만을 둘러싼 격렬한 미·중 갈등이다. 한 외국계 은행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3년째 계속되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등을 제치고, 올해 가장 많은 투자자가 꼽은 리스크가 대만 문제였다. 대만의 지정학 리스크가 더 심각해질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1│아프가니스탄·우크라이나의 교훈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과 우크라 사태의 학습효과가 대만 문제 예측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작년 8월 미국은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지난 20년간 이어져 왔던 아프간의 반(反)정부 무장세력 탈레반과 싸움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를 외교정책의 기둥으로 삼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정권의 명분·리더십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아프간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아슈라프 가니 정권의 붕괴를 사실상 방관한 꼴이었기 때문이다.

우크라 사태도 마찬가지다. 전쟁의 직접 책임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있다. 죄 없는 우크라 국민이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것에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동서독 통일을 마무리 짓는 협상에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동쪽으로 단 1인치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9년 폴란드·헝가리·체코, 2004년 불가리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와 발트 3국이 나토에 가입했고, 우크라마저 가입을 추진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는 구(舊)소련 독립국 중 가장 크며 러시아와 교류가 밀접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의 나토 가입 시도를 방조 혹은 지원함으로써 러시아를 크게 자극했다. 미국도 일부 책임이 있지만, 유사시 우크라 방어를 외면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따라서 대만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만은 미국의 첨단반도체를 대신 제조하는 TSMC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전략 거점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TSMC·삼성전자 등 세계에서 최첨단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단 두 곳 모두에 미국에 신공장을 짓도록 했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의 최신 반도체 공장이 미국에 완공되는 건 2025년 전후. 그 이후로 미국의 대만 방어 의지가 달라질 수도 있다.


2│군사력 투입 능력의 불균형 심화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은 두 가지 교훈을 남긴다. 첫 번째는 21세기에도 얼마든지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핵심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다면 미국을 포함해 어떤 다른 나라도 참전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만 흡수통일을 노리는 중국은 이런 상황을 면밀히 연구할 것이다. 유사시 대만을 방어해줄 나라는 사실상 미국과 그 동맹뿐이지만, 이들 나라 역시 대만과 국교 수립 관계가 없으며,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전면 부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 한국·일본과 달리 대만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 않아 유사시 자동 개입이 어렵다.

또 우크라 침공 시 불거졌던 러시아의 병참 실패 혹은 빠른 군사력 투입의 어려움 등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에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중국은 대만 서안에서 불과 130㎞ 떨어져 있으며, 중국 공군기지에서 전투기가 출격하면 대만 TSMC의 본사이자 핵심 거점인 신주(新竹)과학단지를 5분 만에 타격 가능하다. 반면 미국은 일본 오키나와나 미국령 괌에서 투입을 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대만까지도 600㎞다.

한편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3월 20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 중 최소 3곳을 완전히 군사화했다”고 밝혔다. 인공섬의 군사화는 중국이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대만 등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기 때문이지만, 대만 침공 때 미군의 진입을 저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3│중국 정치공작에 의한 대만 정세 불안

민진당 소속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연임이 끝나고 2024년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될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불안 요소다. 대만 독립파인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지만 속단은 이르다. 올해 11월 26일의 지방선거가 전초전인데, 직전인 2018년 선거 때는 민진당이 최대 야당 국민당에 크게 졌다.

중국은 먹고사는 문제로 대만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작년 말 대만 파이스턴그룹(遠東集団)에 4억7400만위안(약 943억원)의 벌금을 매긴 것이 대표적이다. 표면적 이유는 파이스턴그룹이 중국 사업장에서 환경보호 등에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것이지만, 본질은 이 그룹이 민진당에 헌금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파이스턴그룹에 대한 처분은 중국이 대만 기업에 대해 ‘중국에서 돈을 벌 것인가, 민진당을 지지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을 노골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최종 목적은 자금력 있는 대만 기업과 민진당 정권의 관계를 끊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올 11월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의 자금줄을 끊어 친중 성향 국민당의 승리를 돕고, 그 기세로 2024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이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공작에 직간접적으로 동원되는 대만 내 ‘스파이’만 수만 명이라는 보고도 있다. 올해 1월 타이베이 지방법원은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중국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사용해 유권자에게 금품을 살포하며 국민당 후보 당선을 도우려 한 혐의로 5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5명은 모두 중국 후난성에 진출한 기업가나 대만인과 결혼한 전(前) 중국인이었다. 대만에는 대만인과 결혼해 대만 국적을 취득한 전 중국인이 40만 명에 달한다.

2024년 선거에서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해도 문제다. ‘포스트 차이잉원’인 라이칭더(頼清徳) 부총통은 중국이 찍은 요주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차이잉원이 자립을 추구하면서도 중국을 너무 자극하지 않는 온건파인 반면, 라이칭더는 대만 독립을 공개적으로 외치는 급진파에 속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10월 공산당 대회에서 3기 연임이 확실시된다. 성공하면 임기는 2027년까지로 연장된다. 2024년에 라이칭더 같은 급진적인 대만 독립파가 총통에 오른다면, 시 주석이 임기 만료 전에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한다는 극단적 방법을 쓸지도 모른다. 미국 인도·태평양군의 데이비슨 전 사령관은 작년 3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6년 이내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3기 연임이 끝나는 2027년 이전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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