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 ‘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 ‘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세계 최대 인터넷 광고 기업 구글이 ‘종합 모바일 디바이스(device·기기) 회사’가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자사의 개발자 행사 ‘구글 I/O(Input/Output) 2022’에서였다. 행사는 현지시각으로 5월 11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에서 열렸다.

구글은 무려 6종류의 모바일 제품을 발표했다.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6a’, 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 7(픽셀 7프로 포함)’, 태블릿 PC인 ‘픽셀 태블릿’, 검색·통역 등을 더 편리하게 해주는 ‘AR(증강현실) 스마트글라스(안경)’가 그것이다.

구글은 세계 모바일 제품 운영체제(OS)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안드로이드’를 제공하고, 그 기반으로 모바일 시장을 장악해 광고·수수료로 큰 수익을 내왔다. 그동안 꾸준히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도 내놓긴 했지만, 관련 시장 점유율은 1%에 그쳤다. 이번에 구글이 제품 풀라인업을 내놓고 핵심 칩 내재화도 확대함으로써, 소프트웨어 OS와 제품을 모두 장악한 애플 같은 존재가 되겠다고 본격 선언한 셈이다. 이 제품들은 한국에 판매되지 않지만, 삼성전자라는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판매 세계 1위 기업에는 차츰 영향이 커질 수 있다.


구글의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 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구글의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 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1│구글 최초의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 

구글 최초의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가 올가을 발매된다(이하 모든 제품은 미국 기준, 한국은 판매 대상에서 제외). 애플 워치, 갤럭시 워치와 격돌한다. 구글은 작년 5월 ‘구글 I/O 2021’에서 웨어러블 기기용 OS ‘웨어OS’를 새로 공개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에 탑재했던 자체 OS ‘타이젠’을 포기하고 웨어OS로 갈아탔다. 삼성은 웨어OS 를 얹은 ‘갤럭시 워치4’를 내놓아 웨어러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도 했는데, 이제 구글이 OS뿐 아니라 제품까지 꺼내 든 것이다. 픽셀 워치는 시선으로도 조작되는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개선된다. 다양한 자체 앱도 탑재되는데, ‘구글 홈’ 앱을 쓰면 워치의 디스플레이를 탭 하는 것만으로 스마트 홈 디바이스를 조작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 ‘핏빗’을 만드는 핏빗이 구글 산하에 들어간 것도 픽셀 워치 성능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6a’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6a’ 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2│구글의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6a’

구글의 보급형 스마트폰 신제품 ‘픽셀 6a’가 7월 출시된다. 미국 기준 449달러(약 57만원). 구글은 작년 하반기 내놓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 6’에 처음으로 자체 개발 고성능 칩 ‘텐서(Tensor)’를 탑재해 화제가 됐다. 인공지능(AI)·머신러닝 효율을 높이기 위해 6~7년 전부터 서버용 칩(TPU·텐서프로세싱유닛)을 만들어 오긴 했지만, 휴대전화에 독자 칩을 넣은 건 처음이었다.

이번에 눈여겨볼 점은 이 ‘텐서’ 칩이 픽셀 6a에도 똑같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직전의 보급형 모델 픽셀 5a는 비용 절감을 위해 퀄컴의 중급 프로세서가 탑재됐었다. 이는 애플이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SE에도 아이폰 13과 같은 칩을 탑재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단가만 따지면 보급형에 비싼 칩을 넣는 게 손해이더라도, 보급형에서도 소프트웨어 성능을 충분히 즐기게 해 판매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칩은 많이 만들수록 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엔 비용 대비 효과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같은 칩을 채택한 덕분에, 픽셀 6a는 플래그십 모델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능을 제공한다. 감도가 높아진 야간촬영 모드나 피부색의 미묘한 차이를 재현한다는 리얼 톤을 이용할 수 있고, 음성 입력도 더 빠르고 정확해질 수 있다. 애플·구글에서 보듯, 플래그십용 고성능 칩을 보급형에도 넣어주는 게 대세다. ‘보급형엔 낮은 성능의 칩’이 상식이었던 다른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업체의 전략에 수정이 필요해질지 모른다.

디자인은 자사 플래그십인 픽셀 6와 비슷하지만, OLED 화면 크기가 6.1인치로 약간 작아졌다(그래도 4.7인치인 아이폰 SE보다 훨씬 크다). 화면 주사율도 60㎐로 억제됐다. 이미지센서도 픽셀 6보다 작다. 전작인 픽셀 5a는 미국·일본 구글스토어에서만 판매됐지만, 픽셀 6a는 미국·일본·영국·호주·인도 등 13개국에서 판매된다.


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 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3│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

작년 출시된 무선 이어폰 구글 ‘픽셀 버즈 A시리즈’에 이은 신제품으로 ‘픽셀 버즈 프로’가 출시됐다. 199달러(약 25만원). 7월에 나온다. A시리즈와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주변 소리를 차단하는 액티브노이즈캔슬링과 외부음 도입 모드를 추가했다. 노트북 사용 중에 스마트폰에 전화가 오면 스마트폰으로 자동 전환되고, 통화를 끊으면 다시 노트북으로 연결되는 등의 심리스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구글이 자체 개발한 칩으로 동작한다는 것에 주목해볼 만하다. 기기 간의 매끄러운 연동을 위해 OS만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무선 이어폰에 들어가는 칩까지 내재화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 7’과 ‘픽셀 7 프로’ 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구글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 7’과 ‘픽셀 7 프로’ 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4│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 7’ ‘픽셀 7 프로’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픽셀 7’ ‘픽셀 7 프로’가 픽셀 워치와 비슷한 시기인 올가을 출시된다. 음성·사진 처리, 비디오 촬영, 보안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텐서 칩과 차기 OS인 ‘안드로이드 13’이 탑재된다.


태블릿 PC ‘픽셀 태블릿’ 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태블릿 PC ‘픽셀 태블릿’ 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5│태블릿 PC ‘픽셀 태블릿’

구글의 자체 태블릿 PC인 ‘픽셀 태블릿’이 발표됐다. 내년 출시 예정. 구글 최초의 태블릿은 아니지만,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PC에서도 최적화하기 시작한 이후 나오는 첫 번째 구글 태블릿 PC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픽셀 태블릿에도 텐서 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즉 구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보급형 스마트폰, 태블릿 PC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칩을 탑재한다는 것인데, 이는 애플의 반도체 전략을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AR 스마트글라스’ 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AR 스마트글라스’ 사진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6│AR 스마트글라스

이번 행사에서 구글은 AR 스마트글라스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실시간 번역을 해주는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다. 상대가 말하는 외국어를 실시간 번역해 스마트글라스 착용자의 시야에 표시해 준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2024년쯤 판매가 예상된다. 

구글은 자사가 내놓은 제품이 시스템으로 동작하도록 연결성을 높일 것이다. 제품 하나의 디자인·완성도가 경쟁사 개별 제품보다 낫지 않더라도, 제품 전체의 통합 사용 환경이 주는 이득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력 시장인 인터넷 검색 광고 시장을 계속 확대하고,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모빌리티 데이터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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