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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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로이터연합
사진2. 로이터연합
사진3. AP연합
사진3.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에 의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를 방문했지만, 원유 증산에 대한 구체적인 확답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 ‘외교 달인’으로 불리는 바이든이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에서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15일(이하 현지시각) 사우디 알 살람 왕궁이 있는 해변 도시 제다를 방문했다. 이날 바이든(왼쪽) 대통령은 왕궁 앞까지 마중 나온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눴다(사진1).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 왕따 시대’가 끝났다고 보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미국 정보 당국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지목한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사건을 인권 탄압이라며 문제 삼았고,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포기한 것이라는 정치적 비판을 무릅쓰면서도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것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우디의 원유 증산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 선거가 임박한 점도 영향을 줬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득보다 실이 더 컸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16일 걸프협력회의(GCC)와 중동 9개국과 정상회담에 참석해 원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약속을 얻어내지 못했다(사진2). 정상회담에 참석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를 넘어서는 추가 생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언론들은 인권 문제를 포기하면서까지 방문한 사우디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을 질타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인권을 옹호하는 바이든의 명성은 빈살만과 주먹을 맞대는 사진이 전 세계에 퍼져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끝난 지 3일 만인 7월 19일 이란 수도인 테헤란을 방문, 에브라힘 라이시(가운데)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옛 터키) 대통령과 3자 정상회담을 열고 반미 연대를 과시했다(사진3).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