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 초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 2. 도야마 시내 우동 맛집 이토쇼, 800엔(약 7900원) 선에 왕새우가 올려진 우동을 먹을 수 있다.3. 호텔 다카야마 아소시아리조트의 노천 온천탕. 4. 8월 초 다테야마 정상 인근 풍경. 눈과 야생화를 함께 볼 수 있다. 5. 가미코치 전경. 사진 최인한 소장
1. 8월 초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 2. 도야마 시내 우동 맛집 이토쇼, 800엔(약 7900원) 선에 왕새우가 올려진 우동을 먹을 수 있다.3. 호텔 다카야마 아소시아리조트의 노천 온천탕. 4. 8월 초 다테야마 정상 인근 풍경. 눈과 야생화를 함께 볼 수 있다. 5. 가미코치 전경. 사진 최인한 소장
최인한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전 일본 유통과학대객원교수, 전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최인한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전 일본 유통과학대객원교수, 전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가미코치(上高地)와 다테야마(立山) 등 ‘일본 알프스’ 지역을 둘러 보고 8월 초 귀국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선포된 2020년 초 이후 첫 일본 방문이다.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다 비자까지 받아야 해 일본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확진자가 급증,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양국의 입국과 출국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 관리를 위한 일본의 ‘MySOS’ 애플리케이션(앱)은 잘 작동했다. 한·일 모두 해외 여행객이 적어 통관 시간이 코로나19 이전보다도 덜 걸렸다. 

고베, 다카야마 등 지방 도시와 산촌(山村)을 일주일 동안 다녔다. 코로나19 사태와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일본에 큰 변화가 있을 걸로 예상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 사회가 바뀌지 않았음을 곳곳에서 확인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속에 체감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낮았다.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일본인은 여전히 ‘변화’보다 ‘안정’ 쪽을 택한 듯하다. 2022년 여름, 일본 현장을 찾아봤다.

한·일 국제공항을 이용하면서 디지털 행정 시스템의 품질을 비교할 수 있었다. 일본에 입국하거나 우리나라로 귀국하려면 PCR 검사의 음성 증명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에 들어가기 전에 스마트폰에 MySOS 앱을 설치하고, 국적, 해외 체류 이력,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별다른 통제 없이 곧바로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이 앱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공항에서 입국 통로가 다르다. 코로나19 방역 절차를 추가로 거쳐야 해 1~2시간 더 소요된다. 

한국에 들어올 때는 ‘검역 정보 사전 입력 시스템(Q-CODE)’을 활용하면 된다. 출국 48시간 전에 일본 의료기관에서 PCR 검사를 받은 뒤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고 공항에 가야 한다. 실제로 양국의 두 앱을 사전 입력하고 이용한 결과 큰 기술적 차이가 없었다. 사용자 입장에서 입력 절차나 걸리는 시간이 비슷했다. 코로나19 방역 앱 기준으론 두 나라 간 디지털 기술 격차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PCR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서를 받기까지 시간은 일본이 조금 더 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후 4시쯤 검사받았는데, 다음 날 오전 10시 전에 확인 가능했다. 일본에서는 24시간이 지나 결과물을 메일로 받았다. 검사 비용은 의료기관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필자의 경우 한국에서 10만2000원, 일본에서 4만원 정도 들었다.


아날로그 방식 여전, 고령 근로자 더 늘어

일본은 6월 말부터 외국인의 단체 관광을 허용했지만, PCR 검사에다 입국 비자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가미코치, 다테야마와 세계문화유산 ‘시라카와고’에도 외국인이 눈에 띄지 않았다. 관광지 숙박업소나 식당 등에서 일하는 고령자들은 3년 전보다 훨씬 많았다. 간사이국제공항에도 노인들이 입·출국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8월 1일 귀국길에 이용한 고베 유료도로 톨게이트에서는 고령 근로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통행료 210엔(약 2000원)을 현금으로만 받았다. 코로나19 이전 일본 여행을 갈 때면 현금을 꼭 챙겨가곤 했다. 지방이나 시골에선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매장이 많아 낭패를 겪은 경험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화가 많이 진전됐을 걸로 기대했으나 여전히 현금만 받는 매장이 꽤 있다. 물론, 대기업이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프랜차이즈 업소는 신용카드를 받았다. 편의점 로손이나 세븐일레븐은 고객이 직접 단말기에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 차원에서 대인 접촉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전통 있는 호텔이나 료칸(旅館)의 ‘일본식’ 운영 방식은 3년 전과 똑같다. 다테야마 입구에 위치한 ‘다테야먀국제호텔’의 경우 종이 노트에 적힌 예약자를 확인한 뒤 예스러운 열쇠를 내줬다. 가미코치에 가기 전에 머문 ‘호텔 다카야마 아소시아리조트’에서도 온욕천을 하다 깜짝 놀랐다. 일본 온천의 경우 남녀 탕의 위치가 하루씩 바뀌고, 온도나 수질 관리를 위해 관리인이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다. 사람이 없는 새벽 6시쯤 노천 온천을 하는 중에 중년 여성이 불쑥 들어와 탕 내 청소를 하고 나갔다. 


한국보다 싼 체감 물가

일본 알프스 지역을 승용차로 1500㎞ 이상을 이동하며 주유소를 여러 차례 이용했다. 자동차용 기름값이 우리나라보다 싸다. 리터당 가격은 휘발유(도야마 시내, 셀프 기준) 164엔(약 1624원), 경유 139엔(1376원) 정도. 8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800~1900원 선이다. 생필품이나 서비스 요금도 국내보다 저렴했다. 일본 알프스 지역의 경우 좋은 온천이 붙어 있고, 아침과 저녁이 코스요리로 제공되는 유명 호텔도 1인당 2만엔(약 19만8000원·2인 1실 기준) 선에 이용이 가능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이용객이 예전보다 줄어들어 10여 년 전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대도시 식당의 음식값은 가성비가 좋았다. 가미코치로 가는 길의 휴게소에서 먹은 스테이크 체인점 ‘이키나리’의 1200엔(약 1만1800원)짜리 스테이크는 양과 품질 모두 만족스러웠다. 귀국 전날 고베 시내에서 먹은 ‘고베규’ 정식은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었다. 세 사람이 일본에서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고베산 소고기와 냉면, 생맥주 500㏄ 6잔(잔당 500엔·약 4950원)을 아주 맛있게 먹었는데, 1만8000엔(약 17만8000원)을 냈다. 글로벌 브랜드인 맥도널드 햄버거나 스타벅스 커피 가격도 우리나라보다 낮다. 다수 생필품이나 서비스 가격에서 한·일 간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부는 여성 등산 붐

중부 산악 지역에 있는 ‘일본 알프스’는 여름 휴양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2000~ 3000m급 고산지대여서 7~8월 한여름에도 만년설이 쌓여 있다. 필자가 오른 노리쿠라다케 정상(3026m)이나 다테야마로 가는 길은 군데군데 눈이 남아 있다. 산 음지쪽 비탈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꽤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등산이나 걷기를 하는 일본인이 아주 많았다. 특히 여성 등산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다테야마 입구역에는 오전 6시 전부터 산악열차를 타려고 사람들이 100여 명 이상 줄지어 서 있었다. 등산객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안내를 맡은 박혁신 여행 블로거는 “여성을 중심으로 등산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