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전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또 다른 유인 달 탐사가 8월 29일(이하 현지시각), 초읽기에 들어선다. 반세기 전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우주 경쟁을 촉발한 것처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신냉전이 우주 공간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임무를 수행할 오리온 우주선은 건물 30층 높이만큼 거대한 우주 발사 시스템(SLS) 로켓을 타고 달로 향한다. 오리온은 임무를 모두 완수할 경우 10월 10일 지구로 되돌아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안을 따라 낙하할 예정이다. 


29일 아르테미스 1호 발사

8월 16일 미국 나사(NASA·항공우주국)에 따르면 SLS는 29일 오전 8시 33분(한국시각 같은 날 오후 9시 33분)에 발사된다. 2014년부터 개발된 SLS는 2단으로 이뤄진 나사의 차세대 우주로켓으로, 높이만 111.25m에 이르는 30층 건물 정도의 초대형 로켓이다. 지구 저궤도에 143t의 탑재체를 올릴 수 있어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로켓 가운데 추진력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사는 실제로 인간을 달로 보내기 전 SLS의 성능과 오리온 우주선의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진행되기 때문에 인간이 탑승하지는 않고 마네킹이 대신 우주선에 오른다. 이를 ‘아르테미스 1’ 미션이라고 구분 짓는데, 성공적으로 끝나면 내년에 실제 우주비행사를 태워 시험비행하는 ‘아르테미스 2’ 미션, 늦어도 2025년까지는 여성과 유색 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3’ 미션 등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SLS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는 전제하에 발사된 후 80~90분 정도가 지나면 오리온은 달로 향하는 궤적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지구에서 45만㎞ 떨어진 지점에 도달해 42일간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달 방사선 환경 조사와 우주 비행 스트레스 평가, 달 역행 궤도에 머무는 것 등이 주요 임무다. 

미국은 러시아·중국과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우주 경쟁에서 격차를 벌리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고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참여하는 방식의 이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 투자하는 예산 규모를 봐도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나사 예산으로 260억달러(약 34조6060억원)를 편성했는데, 이 중 29%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관련 분야에 배정됐다. 

미국의 장기적인 목표는 미지의 영역인 화성에 유인 탐사를 추진하면서 주요 프로젝트에 아르테미스 협정국들을 적극 참여시키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명시적 목표는 우주 탐사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광활한 자원 개발과 최첨단 무기 개발 등 경제·안보 분야에 상당한 비중을 둘 전망이다. 달에는 네오디뮴과 스칸듐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최첨단 공격·방어 무기를 개발할 때 통상 우주 개발을 내세워왔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의 조립동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1’ 오리온 유인 우주선이 탑재된 아르테미스 로켓이 시스템 점검과 발사 카운트다운 시험을 위해 39B 발사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의 조립동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1’ 오리온 유인 우주선이 탑재된 아르테미스 로켓이 시스템 점검과 발사 카운트다운 시험을 위해 39B 발사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1
8국→21국 체제 확장
美 vs 中·러 우주 경쟁 본격화

미국이 우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진행 중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인 2020년 10월 호주·캐나다·일본·룩셈부르크·이탈리아·영국·아랍에미리트(UAE) 8국 체제로 시작했다. 당시에는 1967년 발효된 유엔 우주 조약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이후 한국·브라질·이스라엘·프랑스 등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21국 체제로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미국이 동맹 및 협력 체제를 우주로 확장하는 글로벌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영미권 핵심 안보 동맹인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 한국과 일본이 참여했다. 중동에서도 우방국인 이스라엘, 군사 협력 관계인 아랍에미리트·바레인 등도 멤버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도 가입했다. 중미와 남미의 패권국으로 미국과 이해관계가 얽힌 멕시코와 브라질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입했다. 

전통적 친미·우파 국가였던 남미 콜롬비아는 지난 5월 대통령 선거를 3주 앞두고 가입했다. 이 대선에선 좌파 진영이 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확장 전략은 중국·러시아와 치열한 우주 경쟁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9년 1월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의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과 우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임무 수행 상상도. 사진 NASA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임무 수행 상상도. 사진 NASA

연결 포인트 2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밟을 女 우주비행사는 누가 될까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이름을 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인류 역사상 최초로 여성과 유색 인종 우주비행사를 달로 보내는 프로젝트다. 여성 후보자의 연령은 30대 초반부터 50대 중반까지 다양하며 실제 전쟁터를 누빈 여군 출신 우주비행사까지 다양한 경력의 후보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나사가 공개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우주비행사 후보 18명 중 절반(9명)이 여성이다. 이 중 우주 비행 경력이 가장 많은 후보는 케일라 배런(34)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 경력 5년 차 우주비행사다. 그는 현재까지 총 176일 2시간 39분 동안 우주에서 머물렀으며, 올해 3월 지구로 귀환했다. 크리스티나 코흐(43)는 328일간 ISS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단일 임무로 우주에 가장 오랫동안 체류한 여성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조종사 출신의 니콜 맨(45)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47번의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 이 밖에도 지질학을 전공한 제시카 왓킨스(34), 우주로 나아간 역대 두 번째 흑인 여성으로 기록된 아프리카계 미국인 스테파니 윌슨(55) 역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