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가 고용 과잉을 낳았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한 책임을 느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11월 8일(이하 현지시각) 메타(구 페이스북) 임원 회의에서 자책하는 마크 저커버그 CEO의 모습을 전했다. 19세에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만든 페이스북을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로 키운 저커버그가 고개를 숙인 지 하루가 지난 11월 9일 메타는 직원의 13% 수준인 1만1000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결정했다. 2004년 메타 창사 이후 18년 만의 첫 대규모 구조조정인 데다, 올해 들어 몸집 줄이기에 나선 빅테크 중에서도 최대 규모의 감원이다.

창사 이래 첫 매출 감소와 1년 새 100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등 위기가 이어지자 공격적으로 확대해온 고용 정책에 칼을 댄 것이다. 메타는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적극적으로 고용을 확대해왔다.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4만2000여 명을 고용했다.


애플 개인정보 보호 강화에 메타 광고 매출 타격

메타 실적 악화의 직격탄은 애플로부터 나왔다. 애플의 새 개인정보 보호정책 시행으로 최대 수익모델인 맞춤형 광고 사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창사 이후 첫 매출 감소를 겪는 등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메타의 올해 3분기 평균 광고 단가는 전년 대비 18% 하락했다.

중국의 짧은 영상 공유 앱 틱톡과의 경쟁 심화로 젊은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배경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페이스북의 전 세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9억3400만 명으로 전 분기 대비 약 200만 명 감소했다.

신규 사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도 부메랑이 됐다. 저커버그 CEO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화 가속이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크게 확대했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고 인정했다. 메타가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사업을 이끄는 ‘리얼리티 랩(Reality Labs)’ 부문에 투자한 금액만 지난해 100억달러(약 14조3400억원)를 넘어섰다. 하지만 메타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44억달러(약 6조3096억원)로 전년 동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총 최근 1년 새 1000조원 증발

실적 악화 시그널이 이어졌지만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10월 26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그는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연구하는 많은 것이 잘 작동하고 잘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메타를 냉대하기 시작했다. 11월 4일 기준 메타의 주가는 90.79달러(약 13만원)로 올해 들어서만 약 73% 하락하며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1년 새 사라진 시가총액만 1000조원을 넘어섰다. 주요 글로벌 금융사들은 메타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65달러(약 24만원)로, 모건스탠리는 105달러(약 15만원)로 17.5~48.7% 하향 조정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3월 18일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달리고 있다. 사진 마크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3월 18일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달리고 있다. 사진 마크 저커버그

연결 포인트 1
中 시장 놓친 저커버그, 친중에서 반중으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중국과 애증의 관계를 보여왔다. 중국은 메타의 페이스북이 서비스되지 않는 국가다. 중국이 2009년부터 미국 SNS 이용을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저커버그 CEO는 당초 중국이 페이스북의 새로운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중국 진출에 공을 들였다. 2015년 9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중국어로 대화한 후 페이스북에 “외국어를 사용해 외국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다. 시진핑 주석과 만남은 큰 영광”이라는 글을 올렸다. 2015년 10월에는 중국 칭화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중국어로 유창하게 강연하며 학생들로부터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중국 진출 계획은 2018년 무산됐다. 중국이 2018년 7월 18일 페이스북에 자회사 ‘페이스북 테크놀로지’ 설립 승인을 내줬다가, 일주일 만에 돌연 취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SNS 기업의 중국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후 저커버그 CEO도 중국의 콘텐츠 검열 관행에 공세를 취했다. 저커버그 CEO는 2019년 10월 17일 미국 워싱턴 D.C. 조지타운대 강연을 통해 “왓츠앱,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들은 강력한 암호화와 프라이버시 보호로 전 세계 시위자들에게 널리 이용되는 반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앱 틱톡은 ‘시위’라는 언급을 하면 미국 내에서조차 검열이 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인터넷인가”라고 비판했다.


연결 포인트 2
‘구조조정 바람’ 부는 美 테크 업계

메타 외에도 트위터, 인텔 등 미국 빅테크와 핀테크, 스타트업 등 기술 업계에서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고용을 확대해온 기술 기업들까지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11월 8일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는 11월 7일 10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팔 역시 11월 3일 “소비자들의 소득에서 휘발유나 음식, 렌트비 지출 비중이 점차 늘면서 임의 소비가 압박을 받고 있다”라며 “이러한 변화에 맞춰 페이팔은 인력 감원 등 비용 감축에 나선다”라고 밝혔다.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적자를 이유로 트위터 직원 7500명 중 절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해고 이메일을 받은 직원은 약 37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도 올해 5~6월과 9월 세 차례에 걸쳐 48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은 기업들도 신규 채용을 중단한 상태다. 아마존은 11월 3일 회사 직원들에게 모든 부문의 고용 동결을 공지했고, 애플 역시 10월부터 연구개발(R&D) 부서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채용을 전면 중단했다. 애플은 내년 9월까지 새 직원을 뽑지 않을 방침이다.

이주형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