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워싱턴DC의 할인정보를 담고 있는 그루폰의 웹사이트(왼쪽 위)와 설립자이자 CEO인 앤드류 메이슨. 뉴욕 유니언스퀘어의 할인행사가 진행 중인 상점 앞을 쇼핑객들이 눈을 맞으며 지나가고 있다.

미국의 불경기에 나타나는 소비자들의 행태 중 하나는 바로 할인하지 않으면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부터 경기침체가 반전된다는 희망을 안겨주기 시작한 소비자들의 구매욕은 이러한 할인정책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한 해의 주요 쇼핑시즌인 지난해 11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두 달 동안 4500억달러 상당의 소비가 이뤄졌다. 무려 70%까지 가는 할인율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난 것이다.

미국의 소비는 경제규모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처럼 저축보다는 소비를 장려한다. 경기침체 와중에 미국 경제는 대량해고 사태와 주택경기 붕괴라는 상황 속에 소비가 가라앉아 주먹 맞은 감투가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쇼핑시즌에 한 해 전체 소비의 3분의 2가 이뤄지면서 올해 경제가 회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했다.

일반적으로 할인 판매는 일정기간 정가 판매를 한 뒤 재고정리 차원이나 혹은 향후 판매할 제품의 홍보 등의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할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이른바 ‘상시할인’ 시대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시할인 시대에 부합하는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업체가 있다. 바로 그루폰(Groupon)이다. 그룹(Group)이라는 단어와 쿠폰(Coupon)이라는 단어를 합친 그루폰은 미국인들에게 그날그날 이뤄지는 할인 품목을 소개하고 필요한 것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면서 급성장했다.

미 전역에서 이미 5000만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할인판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제시받은 할인가격이 마음에 들 경우 이를 구매하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루폰의 운영형태는 아주 간단하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 할인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지역 광고매체에 의존해야 했다. 할인을 하는 업체들이 돈을 들여 광고를 하고, 이 광고가 신문이나 TV, 라디오 등에 알려져 이를 보거나 들은 이들이 찾아와 구매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그루폰에 가입한 회원들은 신문 등 다른 매체를 통하지 않아도 할인 판매에 대한 정보를 이메일로 받는다. 아니면 그루폰 웹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번거로운 선전 문구를 따로 대하지 않아도 된다.

그루폰 측에서는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지역마다 이뤄지는 할인업체들의 동향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이메일을 회원에게 보낸다. 거의 모든 할인업체들이 대상이다. 어느 물건이든, 업소든 가리지 않고 할인판매를 하겠다는 업체는 모두 다룬다.

미용실이 할인을 할 수도 있고, 인근 빵집에서 할인판매를 할 수 있다. 또 집 수리공이 가격을 할인해 수리에 나설 수도 있으며, 타이어 가게에서 할인해 팔 수도 있다. 지역에서 할인하는 업체를 묶어 그 지역에 사는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정보를 보내주면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루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할인 비율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루폰에 등재돼 소개되는 업체들의 할인율은 보통 50% 정도다. ‘반값’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어느 식당에서 음식 코스를 반값인 7달러에 제공한다면서 400명만 신청받는다는 문구를 넣자 3시간 만에 모두 팔리기도 했다. 음식점은 400명의 손님을 3시간 만에 주문받아두니 일주일 장사를 한꺼번에 해치운 셈이다. 별 다른 광고 없이도 400명의 손님을 확보하고, 이미 돈까지 지불받았다. 일주일 내내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면서 몇명의 손님이 올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그루폰이 할인판매 전문 중개소로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경기침체기에 할인판매로 값싼 품목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주목을 받는다는 아주 간단한 이치를 인터넷이라는 매체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이미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회적인 네트워크, 즉 소셜네트워크가 활성화돼 있는 것도 급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워싱턴DC 메트로 지역의 경우 각종 사회적인 연결망이나 회원가입제 사이트 등으로 연계된 이들은 모두 1600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소셜네트워크에 가입된 이들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들에 일정 양식을 통해 소개되는 그루폰의 모습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하는 촉매제가 된 것이다.

그루폰은 지난해 말 구글로부터 인수제의를 받았다. 금액은 60억달러. 그러나 그루폰의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업의 가치가 그 이상은 될 것이라는 점은 물론이며,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에서였다. 오히려 그루폰은 자체 자금 마련에 나서 월스트리트에서 13억5000만달러를 끌어들였다.

지난 2008년 100만달러로 시작된 그루폰은 2년 만에 연 5억달러를 벌어들이는 업체로 성장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브라질,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일본, 폴란드, 터키, 멕시코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당지역의 소비자들은 그루폰에 가입할 경우 해당 지역 할인 정보를 받으며, 필요한 것을 무려 50%에서 9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쇼핑몰이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비슷한 할인판매 사이트 ‘도전장’

이 같은 그루폰의 인기에 비슷한 할인판매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현재 뉴욕 지역에 기반을 둔 ‘스쿠프 스트리트(scoop st.)’를 비롯해 버지니아주를 근거로 한 ‘스쿠프쿠프스(Scoop Coups)’, 조지아주를 기반으로 한 ‘새비라이크미(Savvy LikeMe)’, 워싱턴주를 기반으로 한 ‘딜스 포 디즈(Deals for Deeds)’ 등이 그루폰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 사이트가 한결같이 할인판매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제 정상가격은 발을 붙이기 어려운 판국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처럼 주변에 경쟁업체들이 비슷한 내용의 서비스를 흉내내 달려들면서 오히려 그루폰사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으며, 이들로 인해 순익이 더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올해 그루폰의 매출액은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루폰의 어원이 된 쿠폰의 역사는 할인을 해준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그 역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럼에도 이 오랜 의미의 아이디어가 최근에 인터넷과 만나면서 그 위력을 다시 한번 발휘한 것이다.

최철호 미주경제신문 편집국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