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오프라인 매장 설치…

영업사원에 인센티브 제공 판매 독려





- 델이 인도에서 처음 선보인 오프라인 매장.

미국 컴퓨터 업체 3위, 종업원 수 9만6000명, <포춘> 500 기업 가운데 38위, 가장 선호하는 기업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델은 컴퓨터 업계의 신화 같은 존재다. 창업자인 마이클 델이 지난 1984년 텍사스 주립대 학생시절 자신의 기숙사에서 당시 컴퓨터의 독보적 존재였던 IBM의 부품이나 컴퓨터를 조립해 팔면서 출발했다.

그런 델은 현재 컴퓨터 외에도 TV를 비롯해 휴대전화, 오디오 플레이어, 프린터 등 갖가지 전자기기 제품을 판매한다. 이 회사는 제휴와 인수 합병이나 다른 회사의 제품에 델의 이름을 달아 판매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델은 최근 미국,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이어 인도를 주요 무대로 새로운 성장기반을 확보했다. PC 제조 판매업체 가운데 3위인 델은 인도 시장에서만큼은 1위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과연 델이 IBM과 휴렛패커드사(HP) 등 먼저 기선을 잡고 있던 업체들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델이 신흥시장 가운데 떠오르는 황금시장인 인도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배경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다양한 업체들이 중국 다음의 거대 시장으로서 인도를 공략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이나 한국 등이 아직 두각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델의 인도 성공사례는 눈여겨 봄직하다.

- 2007년 마이클 델이 뉴델리에서 열린 CEO포럼에서 인도공장 건립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경영학계에서 모범 사례로 삼아

미국 경영학계에서는 인도 시장을 점령한 델의 사례를 또 하나의 교과서적인 모범 사례, 혹은 세일즈 경영에서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사례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델이 인도에 들어가기 이전’과 ‘그 이후’를 나누는 말로 기원전이라는 말의 B.C.(Before Christ) 처럼 ‘델이 있기 이전 시대’란 의미의 ‘in the B.D. era(Before Dell)’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의미있게 여긴다.

‘델 이전 시대의 인도’라는 거대시장은 컴퓨터 업계만을 볼 때 HP와 중국 업체인 레노버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HP는 지난 1989년에 인도에 진출했으며, 이전에는 IBM만이 인도 시장에서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후 IBM은 레노버에 의해 인수돼 결국 인도는 이웃한 중국의 업체인 레노버의 아성이 될 상황이었다.

델이 인도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한 것은 2007년. 당시 델은 동남아시아에 초점을 맞춰 자사 제조공장을 말레이시아 패낭에 두고 있었기에 인도시장은 한국과 비슷한 입장이었다. 델은 점차 구매력이 커지는 인도시장에서 온라인을 통해 주문을 받아 판매했고, 이 과정에서 제품이 인도 소비자 손에 들어가는 데 무려 한달 정도가 소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은 온라인 주문 판매를 통해 2007년에만 무려 7만9244대의 컴퓨터를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다. 당시 HP는 무려 100만대, 레노버는 60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어 비교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세는 금세 역전됐다. 지난해 델은 110만대의 PC와 노트북을 인도에서 판매했다. 인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막강한 경쟁자들을 3년도 안돼 추월, 인도 최대의 컴퓨터 공급업체로 발돋움한 것이다. 같은 기간 HP가 100만대, 레노보는 60만대를 판매한 것을 보면 2007년의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델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15.3%로 14.7%의 HP를 앞섰다. 델의 인도시장 매출은 10억달러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 전체의 2%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출 증가율은 55%에 달할 정도로 성장세는 어느 시장보다 빠르다. 이러한 성장률을 감안하면 향후 수익규모가 어느 정도로 커질지는 짐작할 수 있다.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 원동력

그렇다면 델이 이처럼 인도에서 성공한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델의 인도 진출과정을 살펴보자.

델이 인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현지화 덕분이다. 델이 인도에 첫발을 디디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공장을 설립한 것이다. 인도 담당 총괄매니저 M.R.순다레산은 “일단 인도에 제조공장을 설립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제품 전달 시간과 비용을 절반 이상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지의 공장설립은 시장진출의 핵심요소라는 말이다.

공장이 설립되자 델은 판매방식을 크게 변경시켰다. 기존의 온라인을 통한 구매방식은 그대로 두고 인도 전역에 전문매장을 설치해 나갔다. 이는 델이 세계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소매판매 모델이다. 델은 이 매장을 통해 먼저 신제품의 판매 가능성을 타진하고 시장을 점검했다. 그러면서 델은 영업전문 지점망을 설립하거나, 현지 업체와 제휴를 맺고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등 영업을 강화했다.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는 영업사원들의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게 한 요인이었다. 셈에 매우 밝은 인도인들은 이 같은 인센티브에 상당한 반응을 보였고, 이로 인한 확산속도는 매우 빨랐다.

일단 매장에서 인도 소비자들이 델 제품에 손을 대면 이들은 거침없이 구매를 유도하는 자세를 보였다. 델은 인도에서 이렇다 할 물류센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판매에 전혀 지장을 없을 정도로 주문을 받았다.

수천명의 영업사원을 고용해 소비자들에게 1대 1로 밀착해 정보를 알려주고 제품을 시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역시 성공요인이다. 델은 현지인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소비행태와 기업들의 판매 방식 등에서 신뢰감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던 인도 소비자들은 전시해 둔 컴퓨터를 직접 만져보고 성능을 시험해보면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영업사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은 인도인들의 생리를 잘 이용한 판매방식이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인도 판매를 담당했던 델 인도법인의 총수 라잔 아난단은 “사실 인도를 들어가면서 이렇다 할 규정이나 방식 혹은 청사진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고백하면서 “우리는 그저 시장에 들어가서 부딪히면서 공략해 가자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술회했다.

인도를 제대로 아는 인력으로 전담팀 구성

2006년 인도에 들어간 아난단은 무작정 인도에서 3년 안에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각오만을 다졌다. 이 목표는 그러나 쉽게 이뤄졌다.

물론 3년 내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1년이 더 소요됐다. 하지만 1년이란 세월 동안 이들은 판매에 총력을 기울인 셈이다.

아난단은 “이러한 매출은 경쟁 업체들로부터 들어보지도 못했던 규모이며, 중국에서도 델은 10억달러의 판매를 달성하는 데 무려 5~6년이 소요됐다”고 말해 결코 쉽지 않은 목표였음을 드러냈다.

10억달러 달성 배경에는 ‘10억달러 핵심팀’이 원동력이 됐다. 아난단이 처음 인도에 투입되면서 구성한 이 팀은 HP를 비롯해 IBM의 인도 전문인력들로 구성됐다. 여기에 힌두스탄 유니레버, 월풀 인도, 에어텔 인디아, 순다렌산 등 다른 업체의 인도 인력들이 대거 스카우트돼 구성된 팀이다.

인도를 제대로 아는 인력들을 모아 판매 전략팀으로 구성한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현지 사정을 몸으로 익혀 습득한 이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 결국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앞서나가는 힘이 됐다는 말이다.

이들은 인도를 모두 35개 권역으로 나누었다. 이들이 판매구역을 정한 권역은 그 당시 인도를 공략하던 보험사들의 영업권역을 그대로 활용했다. 이 권역 내에서 바로 인센티브를 제시받았던 영업사원들이 나름대로 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수천명에 달하는 이들 영업사원은 자신의 인센티브를 위해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들의 활동은 인도 내에서 델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효했다.

이와 함께 델은 인도 전체에 38개 전담 매장을 설치,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와 델 제품을 눈과 손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델은 타라그룹 코마사와 퓨처그룹 이존사 등 다른 제품을 다루는 매장에도 ‘샵-인-샵’ 개념으로 델 매장을 설치, 같은 효과를 노렸다.

인도를 공략한 업체들은 한결같이 인도시장에서는 지역단위를 배경으로 강력한 판매망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델에 앞서 인도를 선점하고 있던 레노버 역시 이 같은 강력한 대면 방식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영업사원들이 도심뿐 아닌 한적한 교외까지 판매활동을 펼친 것이 가장 큰 강점이었다.

델은 이 같은 노하우를 바로 이들의 판매 인력을 흡수함으로써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또 친아시아적 요소와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대면 판매방식이 온라인 방식으로 대별되는 서구의 판매추세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차별화를 발휘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경제권에서 온라인 판매와 인터넷을 통한 판매전략이 인도와 같은 시장에서는 큰 매력을 끌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입증됐다. 세계는 한곳의 성공방식이 또 다른 곳의 성공으로 이어질 만큼 좁은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최철호 미주경제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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