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재고용·후생복지 ‘최고’,

  

숙련 고령근로자가 ‘회사 경쟁력’

다이킨공업은 고령근로자의 천국으로 비유된다. 정년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여러모로 갖췄기 때문이다. 연봉도 생각보다 많이 깎이지 않아 일할 맛을 북돋운다. 고령근로자를 위한 우수한 근무환경은 역사가 길다. 결국 생각이 트인 회사인 셈이다. 그렇다고 고령근로자만 우선하진 않는다. 고령근로자를 위한 실질적인 정년연장 등의 선구적인 근로환경은 오히려 종업원 전체를 위한 수많은 제도적 배려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일할 맛이란 걸 전체 임직원이 고루 느낀다는 의미다. 이는 휴가사용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2009년 유급휴가 취득률은 제조업 평균(54.5%)보다 월등히 높은 90.6%에 이른다. 눈치 안 보고 필요에 따라 쉴 수 있는 조직이란 얘기다. 이밖에도 다양한 근로형태를 비롯해 직원행복을 위한 배려는 상당하다.  

일본 최초·최대 에어컨 메이커

이 회사는 1951년 일본 최초로 에어컨을 개발한 중견기업이다. 지금은 일본 최대 에어컨 업체로 유명하다. 주력인 공업용 에어컨은 40%대의 확고부동한 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가정용도 20% 안팎을 유지한다. 덕분에 공조분야 일본 1위 자리에 올랐다. 가정용은 후발업체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지금은 파나소닉과 호각을 다툰다. 또 64%의 해외매출은 회사를 세계 2위에 올려놨다. 1990년대 중반엔 15%에 불과했었다.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시장 비중이 특히 높다. 시스템에어컨으로 불리는 고효율 에너지절약형 공조기는 판매량 세계 1위다. 회사제품이 시장호평을 얻는 건 놀라운 기술혁신에 있다. 도관 설치를 위한 복잡한 공사를 생략할 수 있고 개별공간의 공조조절이 가능하며 냉난방과 함께 공기정화까지 가능해서다.

다이킨공업은 일반인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애초 B2B식으로 업무용 에어컨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1994년 일반고객을 상대로 하는 양판점 판매비중은 12%에 불과했다. 자사계열 소매망도 부족했다. 그랬던 게 가정용 에어컨 시장진출 이후 일반대중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유명메이커로 부상했다. 직원행복뿐만 아니라 고객행복을 중시하게 된 계기다. 1990년대 후반 본격화된 고객배려 정책은 ‘호스피탤리티(Hospitality)’로 요약된다. 이는 각종 이벤트를 개최해 고객감동을 확보하는 회사특유의 방법론이다. 본사 영업본부장까지 나서 지방점포를 방문하는 등 고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매진한다. 1995년 거점 마련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뒤의 성공스토리도 잘 알려져 있다. 2010년 1600억 엔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중국에서 승승장구중이다. 역시 회사 특유의 인재중시 경영을 주목하는 언론이 많다. 동등한 기회제공을 통해 금전보상을 뛰어넘는 신뢰관계를 구축한 게 그렇다. 우수인재라면 국적불문하고 회사인재로 양성하는 시스템에 대한 호평이다.

〈주간 동양경제〉는 2008년 다이킨공업을 장수기업 조건을 갖춘 일본국내 랭킹 3위 회사로 선정했다. 7가지 장수조건인 돌파력·획득력·연속력·인간력·레버리지력·회수력·진출력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다이킨공업의 향후 장수확률이 최고수준이라 평가했다. 회사매출은 부침이 없지 않지만 비교적 안정성장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1조 엔대 매출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2010년 결산기준 1조240억 엔을 기록했는데 공조·냉동기(9086억 엔)가 전체매출의 88.7%를 차지했다. 화학부문은 862억엔(8.4%), 유류기계·특수기계부문은 292억 엔(2.9%)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매출(1조2911억 엔)보단 다소 줄어들었다. 다만 2010년(2011년 결산기)은 이미 반기실적이 5710억 엔을 기록해 전년대비 실적향상이 기대된다.  

회사는 1994년 취임한 이노우에 노리유키 회장(당시 사장)이 경영을 책임진 후 급성장했다. 일본 경영학계에선 이를 ‘이노우에주의’로 부르며 벤치마킹 교과서에 등재했다. 핵심은 수평적 조직운영을 통한 과감한 의사결정·실행력으로 압축된다. “리더가 직접 참여하며 충분히 토론한 뒤 60%만 검증되면 일단 결정한다”며 “애매한 건 결정 이후 고민하며 수정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이노우에 회장은 설명한다. 수직적 의사결정으로 대량생산·판매하던 고도성장기와 달리 지금은 선견지명·통찰력을 지닌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조직능력이 중요하다고 봐서다. 중요한 건 회사가 강조하는 ‘중의독재(衆議獨裁)’란 단어에서처럼 중의를 모으는 철저한 토의문화다. 이때 결단사항은 일치단결해 실행한다. 추진전략도 비교적 유연하게 운영되는데 그때그때 상황변화에 따라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하루 만에 리더가 바뀌기도 한다. 덕분에 적자누적으로 사업철수를 검토하던 가정용 에어컨은 극적으로 부활했다.

“사람이 희망이다” 이노우에주의 근간

CEO의 독특한 경영철학을 뜻하는 이노우에주의는 직원열정을 끌어내 일할 맛 나는 근무환경을 제공한다는 게 요지다. 지식·기술로 돈을 버는 회사지만 연수 땐 오히려 동기부여·성장자극 등을 강조한다.

결국 이노우에주의의 근간은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다. 직원중시다. 수평조직(Flat)인데도 과감한 의사결정(Speed)이 가능한 것도 그 주체가 인재이기에 가능하다. 또 인재는 연령·직급 등과 무관하게 자질·의욕을 갖췄다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 유연한 인재발탁이다. 실제 2001년 가정용 에어컨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홍보캠페인은 입사 4년차 젊은 직원이 리더로 발탁된 후 추진됐다. 이런 분위기가 성장발판이 됨은 물론이다. 그는 “근로자 한명 한명의 능력과 꿈이 기업성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요컨대 기업경쟁력의 원천이 직원으로 이를 축으로 한 경영추구다. 곧 직원행복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다. 그렇다고 과거의 온정적 가족주의는 아니다. 회사이념·기업풍토에 공감하는 인재에게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높은 귀속의식도 요구한다. 

높은 직원행복은 곧 탄탄한 복리후생을 뜻한다. 회사는 먼저 인재차별 없는 채용기준을 철저히 준수할 뿐 아니라 직원만족도와 직결되는 여러 종류의 근로형태를 고르도록 했다.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적절한 근로형태가 제공된다는 의미다. 다양한 근로형태를 한층 빛내주는 부가제도도 많다. 가령 고령근로자를 위한 실버연금제도, 개호지원책, 인간도크, 종합그룹보험 등이 있다. 개호지원은 개호휴가·개호근무로 나뉘는데 간호가 필요한 가족이 있을 경우 쓸 수 있다. 개호휴가는 대상자 1인당 1년 동안 쓸 수 있는데 상황악화(요개호도) 때마다 1회씩 취득할 수 있다. 개호근무는 역시 1년에 걸쳐 시차근무·플렉스근무·단시간근무(1일 6시간) 등이 가능하다. 55세부터 정년퇴직까지 3일간 유급 특별휴가를 주는 제도(실버휴가)도 있다.

자기책임에 기초한 생활설계가 가능하도록 관련정책도 도입했다. 자가(自家)마련을 중심으로 한 재정지원과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응하는 유아 연금 및 근로재해 부가급부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이념과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정책도 특이하다. 직원이 전부라고 느끼는 기업답게 인재확보에 특별한 제한은 두지 않는다. 기업경쟁력의 원천을 가려 뽑는다는 건 있을 수 없어서다. 덕분에 여성근로자는 2006년 635명에서 2010년 897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직원도 같은 기간 22명에서 53명으로 증가했다. 베테랑으로 표현되는 고령근로자 활용은 일본 기업 중 최고수준이다. 1979년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늘린 걸 필두로 지금은 65세 이후의 실질적인 정년연장까지 적용중이다. 장애인 고용에도 적극적인데 특례자회사인 ㈜다이킨선라이즈셋츠의 경우 74명의 장애근로자가 근무중이다.

- 다이킨의 제품이 설치되는 뉴욕 맨해튼 프리덤 타워(왼쪽)와 친환경 광고.

유연근로제 도입 후 퇴직률 감소 효과

실제 다양한 인재의 능력발휘를 위한 근로형태의 선택지는 다양하다. 회사는 그래서 지난 1991년부터 플렉스타임(Flex-time)제를 채택했다. 2001년에는 연구개발부에 더해 사업운영을 위한 부서에 재량근로제도 도입했다. 보다 유연한 근무형태와 근무시간을 골라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이는 퇴직률을 크게 낮췄다. 정년퇴직을 포함해 다이킨공업의 퇴직률은 3.5%인데 이는 전체 산업평균(14.6%)보다 낮다. 같은 맥락에서 과로사로 연결되는 일본 특유의 장시간근로 문제도 제도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했다. 단순한 양적 근무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대신 주체·창조적인 능력발휘를 위한 환경조성이 그렇다. 결과는 역시 근로형태의 다양화 카드도입이다. 연구·개발·설계·정보추진 등 전문분야만 아니라 지원·사업부문은 물론 재택·외근 등 사업장 이외 근무도 대상으로 했다. 잔업수당 등 시간수당이 아니라 기본급 및 정액수당으로 지급하는 게 그렇다.

일과 가정의 양립조화로도 유명하다. 2007년엔 ‘차세대육성지원대책추진법’이 정한 기준을 통과해 정부인정을 받았을 정도다. 육아휴가대상자와 그 상사에 대해 관련제도가 충분히 활용되도록 배려한 덕분이다. 1992년 일찌감치 육아휴가 및 육아근무제도를 도입했다. 다이킨공업의 경우 중후장대의 사업모델 특성상 여직원 규모는 10%대 초반에 불과하다. 입사단계부터 기술·기능계의 남성비율이 현격히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여직원 숫자는 조금씩 증가세다. 종합직과 일반직의 구분철폐와 육아지원 제도개선 등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일과 가정 모두를 지키도록 배려해서다. 가령 만 1세까지 육아휴직을 제공하는데 개별사정에 따라 최대 2년까지 활용할 수 있다. 초등졸업 때까지 육아근무를 통한 유연한 회사생활이 가능하다. 육아서비스 비용보조제도는 신설됐다. 자녀가 아프거나 잔업·출장일 겨우 베이비시터 비용 등으로 연 20만 엔까지 보조한다.

남성종업원이 육아휴가를 갈 수 있도록 제도도 바꿨다. 자녀 1명당 2회까지 쓸 수 있다. 육아휴가 중엔 사내통신망에 접속해 관련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런 업무복귀를 돕는다. 정보소외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 여성기혼자의 65%가 자녀양육중인 엄마로 조사됐다.

다이킨공업 근로자가 일할 맛 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돋보이는 고령자 복리후생 정책 덕분이다. 사실상 일본 최고수준이다. 다이킨공업의 고령자 근무환경은 비교잣대가 거의 없는 최고수준이다. 2006년 법률이 정한 정년연장·계속고용(재고용·근무연장)·정년폐지 중 계속고용제도를 선택했는데 재고용비율이 83%에 이를 정도다. 대부분 고령자가 정년(60세) 이후에도 계속 일한다는 얘기다. 고령근로의 뜨거운 감자인 임금체계는 심플하다. 공적연금을 포함해 연봉은 일률 540만 엔이다. 정년 이전과 비교하면 20% 떨어진 데 그쳤다. 보통 정년 이후 연봉이 정년 이전의 50~60%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만족스런 결과다. 다양한 근무형태를 제공해 선택하게 함으로써 직원배려도 실현했다. 단시간근로와 격일근무, 정상근무 등이 그렇다. 다만 대부분은 현역시절처럼 9시~5시30분의 정규근무를 택한다. ‘시니어스킬계약사원제도’에 따른 최고령 근로자는 72세다.

정년퇴직자 재고용률 무려 83<%BR>회사가 고령자 근로환경 정비에 착수한 건 역사가 길다. 회사필요에 의한 것이긴 해도 대부분 기업은 생각지도 못한 1975년부터다. 당시 1차 오일쇼크로 판매급감이 계속되면서 공장가동률은 급락했다. 그래서 전국판매망 구축지원을 위해 공장근로자 1800명 중 600명을 영업으로 돌렸다. 유연성을 갖춘 젊은 사원이 중심이 됐다. 신입사원 채용은 힘들었기에 공장근로자의 고령화는 불가피했다. 이때 고령화대응을 위한 조직개혁에 나섰다. 고령자 고용흡수와 근로자 복지향상 차원에서 ㈜복지서비스를 설립해 물품판매·사택관리·서적보관·차량점검 등의 사업을 시작했다.

고령자라도 편한 자세로 작업할 수 있도록 불편한 근무공간과 중량물 등도 조금씩 제거했다. 1981년에는 고령자대응의 라인개선공사를 마쳤고 이후에도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 풍부한 경험을 완전히 활용토록 하는 하드웨어가 개선된 이후엔 고용제도라는 소프트웨어도 개선대상에 올랐다. 1992년의 경우 본인희망 63세·회사선택 65세의 재고용제도를 만들었다. 근무형태도 등록파견·단시간 근무·주3일 근무·소호(SOHO)·프로젝트 근무 등으로 다양화했다. 회사관계자는 “고령근로자는 회사의 지혜주머니인데 출세경쟁 같은 것도 없어 조직문제를 정확히 조언 받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뿐만 아니라 왕년경험을 되살려 경영부진에 빠진 자회사를 회생시킨 고령근로자도 적잖다. 2010년 3월 현재 6379명의 종업원 중 60~64세 근로자는 484명에 이른다. 65세 이상도 57명으로 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