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의 결혼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한 해 20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사진은 인도 테니스 스타 사니아 미르자(오른쪽)와 파키스탄의 크리켓 스타 쇼아이브 말리크의 결혼식 모습.

지난 3월 인도 여당 유력 정치인이 아들 결혼식을 초호화판으로 치러 물의를 빚은 사건이 발생했다.

집권 국민회의당(INC) 간부이자 부자 기업인인 칸와르 싱 탄와르는 아들의 결혼식에 자그마치 1400만 파운드(약 254억원)를 썼다. 1만8000명이나 되는 하객을 초대했고, 이들 모두에게 5만원이 넘는 현금과 옷 한 벌, 은화를 선물했다. 신부 측은 신랑 측에 400만 파운드(약 72억원)의 헬리콥터를 결혼선물로 줬다. 결혼식을 위해 고용한 사람만도 1000여명에 달했다. 이에 대해 안팎에서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정부의 부정부패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높은 물가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랬다.

지난 1월에는 인도 청춘 남녀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 결혼식의 주인공은 인도인 백만장자 비크람 아디티야 쿠마르와 미스 인도 출신으로 오클랜드 의대 출신 의사인 푸자 치트코페커.

결혼식은 시작부터 격이 달랐다. 신랑은 친구 53명과 9대의 헬리콥터에 나누어 타고 행사장 인근에 도착했다. 이어 그는 붉은 카펫을 밟고 걸어가 치장한 말 7마리를 타고 식장으로 이동했다. 당초에는 사자와 치타를 동원해 타고 갈 계획이었으나 이를 구할 수 없어 모두 말로 대체한 것. 결혼식을 촬영하는 데 동원된 비디오 카메라만도 원격조종 헬기에 탑재한 것을 포함해 무려 10대였다.

이 결혼식에 든 비용은 200만 달러(약 23억원)였다. 이는 비록 정치인 탄와르가 쓴 돈의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사상 최대의 결혼식 비용이어서 크게 화제가 됐다.

2004년 인도 철강 재벌 락시미 미탈 회장의 딸 결혼식은 상상을 초월했다. 20쪽이 넘는 초대장을 모두 은으로 만들었을 정도. 약혼식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결혼식은 보 르 비콩트 성(城)에서 개최했다. 보 르 비콩트 성은 루이 14세의 재무경(卿)이던 니콜라 푸케가 당시 어느 궁전보다 호화롭게 지었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 몰락했다는 사연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인도의 최고 인기배우인 샤룩 칸을 부르고, 오페라를 비롯한 갖가지 공연까지 닷새 결혼행사에 들어간 돈은 무려 5500만 달러(약 6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 가운데 수위에 올랐다.

인도인들은 예로부터 많은 돈을 들여 화려한 결혼식 행사를 치른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명성,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인도인 가족(혹은 가문)에게 있어 결혼식은 인생에서 가장 큰 행사다. 남녀간의 결혼은 단순히 신랑과 신부 둘의 만남이 아니라 가문과 친척, 친구들의 결합을 의미한다.

인도인들의 결혼식 전통과 방식은 지역과 신분, 종교, 카스트 등에 따라 다르다. 이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몇몇 공통점이 있다. 큰돈을 들이고, 결혼식이 행운을 뜻하는 붉은 색깔로 뒤덮이며, 신부에게 예물을 주고, 신부는 가족과 이별하는 행사를 갖고, 신랑 측에서는 대규모 손님접대 파티를 치른다는 점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인도인들은 대개 중매결혼을 한다. 부모들은 자식이 혼기가 차면 배필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물론 우리처럼 중매쟁이가 개입하기도 한다. 요즘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연애결혼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중매가 많다.

우리는 인도의 중매결혼이 전근대적이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인도 젊은이들은 연애결혼보다 중매결혼을 선호한다. 결혼 전까지 자유롭게 다양한 이성교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최대의 행사인 결혼식에 인도인들은 어느 정도의 돈을 쓸까. 인도의 유력 신문인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사람들은 결혼식 행사에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의 약 5분의 1을 소비한다고 한다. 인도 중상층 이상의 가정에서 결혼식 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최소 50만 루피(약 1300만원)에서 5000만 루피(13억원)에 달한다.

혼수(다우리)비용으로 신부들은 평균 5만 루피(약 130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귀금속 비용으로는 평균 50만 루피를 지출한다. 결혼식 한 건당 소비되는 금의 양은 30~40g 정도다.

결혼식 장소로 서민층은 주로 신랑신부의 집이나 근처 공원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중상층은 도시 인근의 힌두교 사원이나 별장 같은 대저택인 팜하우스(Farm house), 혹은 5성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앞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초특급 결혼식을 원하는 인도 최상류층의 결혼식 장소와 예식규모,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 상류층은 결혼장소로 국내보다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모리셔스, 그리스, 모로코, 프랑스 등 해외를 선호한다. 이때 지출하는 돈은 2억6000만원에서 13억2000만원에 달한다.

인도 결혼식과 관련해 최근 눈에 띄는 사실은 젊은 세대들의 기호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고급 브랜드 웨딩상품을 선호하고 기존과는 다른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구매력이 늘고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결혼식도 감각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전통 결혼식보다 해변가 결혼식, 무굴(Mughul) 스타일 결혼식 등 특별한 테마가 있는 결혼식을 치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인도의 웨딩산업은 최근 매년 25~3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 해 200억 달러인 인도 결혼시장은 향후 15년 내에 두 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웨딩산업 가운데 주목할 시장은 성형과 미용이다. 인도 중산층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외모 및 몸매 가꾸기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4위인 인도 성형시장은 지난 5년간 뉴델리, 뭄바이, 콜카타, 첸나이, 방갈로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05년 6180만 달러였던 성형시장 규모는 2007년 약 1억1070만 달러로 연평균 33.8%의 빠른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약 3억 달러 규모로 5년 전에 비해 5배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인도에서 시행된 성형수술 건수는 외과적 수술이 68만3160건, 비수술적 성형 21만1540건으로 총 89만4700건에 달했다. 현재 성형대국 1위는 미국, 2위는 브라질, 3위는 중국이다. ISAPS는 특히 떠오르는 성형시장으로 인도와 중국을 꼽았다.



- 인도인들이 신혼여행으로 많이 가는 라자스탄의 한 호텔.

지방흡입술 등 성형 관련 수요도 증가세

성형 부위는 얼굴뿐만 아니라 몸매의 중요성도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지방흡입술이나 가슴확대수술, 종아리 성형 등 체형윤곽 교정수술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들은 보톡스와 지방흡입술, 가슴확대수술을 선호하는 데 비해 예비 신랑들은 가슴축소수술, 제모 및 모발이식 등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인도는 가난한 나라지만 비만인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지방흡입술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식과 관련한 인도 미용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화장품회사인 로레알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 미용시장 규모는 약 11억 달러에 달한다. 인도 미용시장은 한 해 1000만 건에 달하는 결혼식과 여성들의 사회진출 확대, 소득수준 향상, 미용관리 인식의 변화로 화장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여성뿐 아니라 최근 인도 남성들도 미용시장의 중요한 고객이다. 인도 내 미용 관련 체인점의 전체 회원 중 25~30%가 남성 고객일 정도로 인도 미용시장에서 남성들의 수요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급속히 성장하는 인도 결혼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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