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롱베이는 베트남 최대 관광지지만 하노이까지 가는 교통여건이 불편하다.
- 하롱베이는 베트남 최대 관광지지만 하노이까지 가는 교통여건이 불편하다.

수도 하노이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꽝닌(廣寧·Quang Ninh)성은 베트남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이다. 우선 북쪽으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인적, 물적 교역량이 상당하다. 뿐만 아니라 꽝닌에는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하롱베이(下龍灣)가 있어 베트남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라면 한 번씩 꼭 거쳐 간다. 바다 건너 쳐들어온 침입자를 막기 위해 용(龍)이 하늘에서 내려와(下) 입에서 보석과 구슬을 뿜은 것이 갖가지 모양의 기암(奇巖)이 됐다는 전설을 가진 하롱베이는 베트남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명승지다. 꽝닌성 성도(省都)인 하롱 역시 여느 베트남 지방 도시보다 전체적인 풍경이 활기차다.

그러나 정작 하롱베이를 바라보는 베트남 정부의 고민은 따로 있다. 풍경은 동남아시아에서 최고로 꼽히지만 문제는 교통 인프라가 낙후돼 있다는 데 있다. 수도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가려면 좁은 2차선 도로를 따라 3~4시간가량 달려야 한다. 인근에 마땅한 관광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탓에 고작 몇 시간 하롱베이를 둘러보기 위해  왕복 6~8시간을 길에서 허비해야 한다는 점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불편사항이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2000여개 석회암 섬으로 이뤄진 하롱베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부 크루즈선(船)이 홍콩과 대만을 거쳐 하롱베이까지 가는 정기선을 운영하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하노이 노이바이(內排·Noi Bai)국제공항에 내려 차로 갈아타고 현장으로 가야 한다.

- 베트남 정부는 현재 번돈국제공항 예정지와 하롱베이를 잇는 도로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사진은 번돈국제공항 예정지.
- 베트남 정부는 현재 번돈국제공항 예정지와 하롱베이를 잇는 도로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사진은 번돈국제공항 예정지.

매년 항공 수요 20~25% 늘어나
하지만 하롱베이로 가는 교통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경제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베트남 정부로선 관광산업 육성만을 내세우며 교통인프라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 게 쉽지 않다. 현재로선 해외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꽝닌성 번돈(雲屯·Van Don) 일대를 경제개발특구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베트남 정부를 비롯해 꽝닌성 정부를 상대로 한 외국 투자 자본들의 구애는 대단하다. 그 중에서도 선두주자는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전역에 막대한 공적개발원조(ODA)자금을 뿌리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은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부터 하롱베이까지의 도로, 교량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항공인프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하롱베이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번돈국제공항 개발에 착수한 상태며 우리 민간기업인 조이너스가 우선사업대상자로 지정돼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노이바이(하노이), 떤썬(Tan Son Nhat·호찌민 소재), 다낭(Da Nang·다낭 소재) 등 3개의 국제공항이 들어서 있다. 국토가 바나나 모양처럼 긴 탓에 국내선 공항은 21개에 달한다. 물류수송공항으로 이용되고 있는 하이퐁(海防·Hai Phong) 공항을 확대·증축하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노이바이국제공항과는 차로 2시간, 하롱베이와는 1시간 거리에 있다는 점을 이유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더 많다. 때문에 현재 베트남 정부는 하롱베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번돈에 국제공항을 짓는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중원 조이너스 부회장은 “매년 항공 수요가 20~25%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 대비 투자는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번돈에 들어서는 국제공항은 베트남 북부지역 관광과 투자의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이너스는 현재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계약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영국의 인프라 투자 전문회사인 캐슬파인스에서 11억 달러를 조달하기로 했다. 양사는 지난해 8월22일 투자 협약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상태다. 당초 이 프로젝트는 샌즈, 겐팅 등 복합리조트 기업이 눈독을 들였지만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조이너스가 사업권을 따냈다.

번돈 지역은 대부분이 석회석 토양으로 돼 있어 시멘트 관련 산업이 발달해 있다. 여느 베트남 도시와는 다르게 물류 수송을 위한 철도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번돈국제공항과 하롱베이를 빠르게 연결하기 위해 도로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장으로 가는 도중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 부회장은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가 꽝닌성 당국에 해당 업체들과의 협의를 거쳐 건설·운영 후 정부에 기부 채납하는 BOT 형태의 사업계획을 입안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정부의 의지는 상당하다”고 밝혔다.

400㏊ 부지에 들어설 번돈 국제공항 개발 사업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활주로, 공항 청사, 격납고, 부속시설 등 전체 공항시설에 대한 1단계 공사는 올해 내로 착공에 들어간다. 개발계획에 따르면, 조이너스는 준공 후 35년 동안 운영, 기술 지원, 기자재 구매 등을 책임지게 된다. 2·3단계 공사는 항공수요를 봐가며 차례로 진행된다.

35년 운영 후 베트남 정부에 기부 채납
이와는 별도로 조이너스는 하롱베이 인근에 300㏊ 부지에 4성급·6성급 호텔 2동, 470동의 콘도미니엄, 27홀 규모의 골프장 등이 들어서는 종합휴양 단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인근 선착장에서 배를 탔다. 하롱베이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면서 10여분을 달리니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평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배를 몬 베트남 선장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 시절 최고의 휴양지로 꼽혔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산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그동안 개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 온 덕분에 무엇보다 경관이 수려했다. 현재 조이너스는 전체 면적의 3분의 2가량은 토지보상을 완료했다. 리조트 단지 건설과 관련된 인허가는 이미 완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