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09년 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코노미플러스>는 세계경영연구원(IGM)과 공동으로 2009년 경제 트렌드를 분석해 키워드 20개를 선정했다.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2009년 한 해 동안 경제 현장을 달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위기’와 ‘극복’ 그리고 ‘생존’이었다. 2009년은 경제위기가 할퀸 상처와 이를 치유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한 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1년간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터널 속에 놓인 암흑기였다. 모든 경제주체가 ‘생존’을 위해 내실 다지기와 부실 제거에 온힘을 쏟았다.

KEYWORD 01

출구전략

경기 회복 신호 있지만 출구전략 논의 성급


김주영 기자 maybe@chosun.com

출구전략 논란 분분 실행 타이밍은 내년 중 결정될 듯

전대미문의 금융위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 초부터 논의된 출구전략의 시행시기를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에선 신중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출구전략을 구사하려면 경기 회복에 대해 ‘상당한’ 확신이 있어야 하고, 섣부른 출구전략 시행은 경제를 다시 침체시켜 ‘더블딥’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한국선진화포럼 초청 조찬강연에서 “G20과 출구전략 시행시기에 대해 공조하는 게 경기 회복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후퇴’ 군사용어에서 유래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부터 서서히 경제지표가 되살아나는 경기 회복의 조짐이 있는 경제 상황에서 침체기간 동안 시중에 풀린 과도한 유동성을 부작용이 생기기 전에 회수하려는 전략이다. 2009년 4월 미국의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이 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세계 금융위기 이후의 중요 대책으로 꼽으면서 출구전략 논란이 무성해졌다. 이 전략이 거론되는 배경은 지나치게 낮은 금리와 과잉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는 위기 극복 이후 경제를 다시 불안하게 만들 소지가 크므로 선제적으로 긴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본래 군사용어에서 유래한 출구전략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계획이라는 개념으로 실시 타이밍을 잘못 결정하면 적의 전술에 역이용 당해 패전할 수도 있다.

출구전략 서두르면 경제 회복에 찬물 끼얹을 수도

국내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수출 전망도 낙관할 수 없다. 국내 투자와 고용 부진의 지속 등으로 내수 회복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구전략의 시행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출구전략의 시기를 미뤄 경제위기 시의 비상조치들을 계속 시행할 경우 기업 및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경제 펀더멘털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출구전략의 시행은 다시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면서도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단행됐던 비상대책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전문가 분석 

지금은 확장적 거시경제정책 유지할 때


출구전략 시행시기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나 확장적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상황을 봐가면서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통화금융정책의 출구전략’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은 정부 규제로 상승세가 약해져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경제 성장세가 확인되는 내년 상반기에나 금리 인상 여부를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이 빠르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세를 저해할 우려가 높다는 설명이다.

KEYWORD 02

그리노믹스

녹색바람, 전 세계 경제를 휩쓸다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세계 경제 이끄는 신성장 동력

환경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환경(Green)과 경제(Economics)를 결합한 그리노믹스가 일상용어가 되고 있다. 그리노믹스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성장을 이뤄가는 친환경 경제 개발전략을 의미한다. 정보 기술(IT)을 환경·에너지 기술과 결합한 그리노믹스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녹색산업을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끄는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산업계 또한 친환경 위주의 그리노믹스를 추구하느라 바쁘다. 녹색바람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이미 현 정부 들어 녹색성장이 국가적인 전략으로 채택돼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환경에 기반을 둔 녹색성장

그리노믹스는 환경에 기반을 두고 녹색성장을 통해 이룩해가는 경제를 말한다. 이는 환경과 경제가 상충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 즉, 경제 성장이 환경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옛 개념에서 벗어나 환경을 더 개선해야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환경을 새로운 동력으로 삼는 경제 성장을 이루자는 것이다. 그리노믹스는 녹색을 바탕으로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녹색을 환경론적 시각에서만 보는 환경경제학과는 다르다.

경제에 커다란 변화 요구

기후 변화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기후 변화 대응은 ‘청정개발체제(CDM)’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발전, 생산, 운송, 건축, 소비 등 모든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과 적용이 신사업 영역이 된다. 초절전 전자제품, 스마트 빌딩, 스마트 그리드, 태양전지 자동차, 신ㆍ재생에너지 발전, 조림사업, 생물환경 복원사업, 생태관광 등이 각광받는 사업 분야가 될 전망이다.

기후 변화는 우리가 사는 방식의 근본적이고도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국가 탄소저감 목표 설정, 탄소세 도입 근거 마련,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을 담은 ‘기후 변화기본법’도 준비하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되는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저탄소형 주택에 살며 탄소를 흡수하는 삼림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그린 이코노미(Green Economy)’ 시대가 온다.

  전문가 분석 

새로운 문명의 대안

 ‘그리노믹스’가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해법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전략은 지구 온난화 방지와 녹색성장을 실천하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미영 IGM 선임연구원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환경과 경제가 모순 관계였지만 이제는 경제 성장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그린 비즈니스 경제’가 새로운 문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KEYWORD 03

세종시

“수정해야” vs “원안대로” 극한대립

김주영 기자 maybe@chosun.com

세종시 수정안 마련 본궤도

당초 2015년까지 충청권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자는 계획이었던 세종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일면서 수정론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원안, 수정을 놓고 극명한 대립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세종시 수정안 마련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행복도시라는 명패 들고 등장한 세종시

세종특별자치시는 충청남도 연기군 일대에 2015년까지 정부 부처가 이전할 것으로 계획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말한다. 조선 제4대 왕인 세종에서 이름을 따온 세종시는 참여정부 시절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지역 불균형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신행정수도를 충청북도 연기군에 건설하자고 주장한 것. 그러나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이 나면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행복도시라는 명패를 내걸고 다시 등장했다. 2005년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에서 통과된 이 법이 현재 논란이 되는 ‘세종시 원안’이다. 수도권 과밀 현상을 억제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행정수도가 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자는 것이 골자다. 

기업 투자로 인한 고용 창출, 경제 성장 기대돼

국토연구원 등 6개 기관은 참여정부 시절 발간한 ‘행정수도 이전 효과 분석 및 국내외 사례조사 연구’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세종시 이전으로 국내총생산이 75조4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충청권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추진한다고 해서 얻는 경제적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독일이 통일 후 본과 베를린으로 행정부처가 분리되면서 행정 비효율, 국가 안보 등 부작용을 초래한 것을 보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보다는 국가적 손실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수정안에 따라 세종시를 자족도시로 육성함으로써 얻어지는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교육단지, 지식산업단지, 기초과학연구기관, 연구개발단지 등 4개 축으로 구성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면 정부가 예상하는 생산유발효과만 212조7000억원, 고용유발효과만 136만1000명에 달한다. 또 대덕연구특구와 연계돼 있는 만큼 과학연구와 산업이 연계된 클러스터로 발전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 분석 

세종시 수정 가속화 필요 

세종시 논란에 대해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수정론이 지배적이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는 “연기·공주 지역은 경부 성장 축에 있고 수도권과 인접해 국토 불균형이 오히려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신행정수도와 고속철도 사업이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는 2011년 충청북도와 충청남도 GRDP(지역 내 총생산)가 각각 5조2000억원, 3조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희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충청도 GRDP는 증가하는 반면 수도권의 경우 부가가치가 6097억2000만원 감소하고 1만4056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KEYWORD 04

4대강


 ‘살리기냐, 죽이기냐’ 논란 속 일단 착공

조석근  기자 gypsygirl2@chosun.com

시민·환경단체 반발 여전

지난 11월10일 그동안 논란이 무성했던 4대강 정비사업 공사가 착공에 들어갔다. 낙동강과 영산강의 보(洑) 가물막이 공사(하천의 물을 막는 공사)를 필두로 전체 15개 보 건설이 우선 시작됐다. 그러나 이러한 일정과는 별개로 국회에서는 4대강 정비사업 예산안을 두고 격론이 오갔다. 정부가 세운 내년도 4대강 정비사업 관련 예산은 6조7000억원. 내년도 예산 291조8000억원의 2%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4대강 정비사업 자체에 대한 환경·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여전히 뜨겁다. 이래저래 4대강 정비사업은 애초 시작부터 논란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4년간 22조6000억원, 초대형 프로젝트

4대강 정비사업은 2008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초대형 국책사업이며, ‘녹색 뉴딜’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할당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체 예산만 22조6000억원으로 정부는 2012년까지 관련 공사를 모두 끝낸다는 방침이다. 주요 사업 내용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의 노후 제방 보강과 하천 생태계 복원, 중소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친환경 보 설치를 핵심으로 한다. 한편 정부는 수해 예방과 수자원 확보, 지역경기 활성화, 생태계 보전을 공사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착공 소식에 관련주 ‘들썩’, 전문가들은 ‘글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7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4대강 정비사업이 전국적으로 총 38조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고, 35만 명을 취업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4대강 권역별로 낙동강 유역인 영남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도 예측했다. 경상남북도 지자체 관계자들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수해 방지와 수자원 추가 확보뿐 아니라 지역의 경제적·문화적 여건을 향상시켜 지역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4대강 정비사업 착공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주들이 동반 급등하기도 했다. 착공 하루 전인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대강 관련주로 분류되는 강판, 후판 및 1차 철강제조업체 NI스틸이 전 거래일보다 14.87% 오른 가격으로 거래를 마쳤다. 토목공사 전문업체인 삼호개발도 14.88%로 크게 치솟았다. 같은 날 4대강 주변을 따라 자전거길이 조성됨에 따라 자전거 관련주들도 급등했다.

  전문가 분석 

착수 1년 만에 첫 삽 안전성 우려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4대강 정비사업만한 초대형 국책사업이 착수 1년 만에 환경영향평가까지 끝내고 첫 삽을 뜨게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토목·수공학 전문가 단체인 한국수자원학회와 한국하천협회 관계자들은 “회원의 70% 이상이 사업 자체는 찬성하지만, 안전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KEYWORD 05

막걸리


온 국민의 술에서 세계인의 술로 부활

최미림  IGM 연구원 mrchoi@igm.or.kr

막걸리 르네상스

막걸리 외교, 막소사(막걸리, 소주, 사이다를 섞은 새로운 폭탄주), 과실 막걸리, 막걸리 칵테일, 막걸리 다이어트, 막걸리 마사지… 그야말로 ‘막걸리 르네상스’다. 대통령부터 직장인, 학생, 가수까지 대한민국이 온통 막걸리에 취했다. 막걸리에 가장 흠뻑 빠진 사람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국을 찾은 각국 정상들에게 막걸리를 선보이며 한식 세계화의 선봉장으로 막걸리를 앞세우고 있다.

전통이 깃들인 막걸리

막걸리는 예부터 누룩과 찐쌀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보통 빛깔은 희고 탁하며, 알코올 성분은 6∼7도 정도로 낮다. 맑은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 짠 술로 빛깔이 흐리고 맛이 텁텁하다. 오래 전부터 집에서 만들어 마셨던 술인 만큼 막걸리의 역사는 길고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전통주를 막걸리라고 하기도 하고, 지역마다 만드는 집안마다 그 맛과 빛이 달라 조선시대에만도 몇 백 종류가 있었다고도 한다. 그러던 막걸리가 두 차례의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사건은 1940년대에 펼쳐진 일본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이다. 일본은 이때 막걸리를 만들지 못하게 했고, 그 결과 막걸리 종류가 현저히 줄었다. 두 번째 사건은 1980년대의 카바이드(발효를 빨리 시키기 위해 첨가한 화학물질) 막걸리 파동이다. 이 때문에 막걸리는 몸에 안 좋은 물질이 들어있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시대가 요구한 술, 막걸리

그러던 막걸리가 웰빙과 복고라는 시대적 바람과 함께 다시금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알코올 도수가 낮으면서도 분위기 있는 술을 찾고, 술을 마시면서도 지방 분해나 피부 미용을 생각하는 여성들이 막걸리 붐을 이끌고 있다. 과실 막걸리와 막걸리 칵테일의 판매 비중이 작년 막걸리 전체 판매량의 30%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막걸리 판매량은 17만5000㎘였다. 물론 142만㎘까지 팔렸던 198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수치이다. 하지만 판매량이 12만9000㎘까지 떨어졌던 2002년과 비교하면 높은 성장률임이 분명하다.

  전문가 분석 

막걸리 무한변신 고민해야

문달주 IGM 부원장은 “이러한 막걸리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나이 든 사람들은 막걸리에서 추억을 찾고, 젊은이들은 막걸리에서 웰빙이나 분위기를 찾는다. 과거로의 회귀가 유행하는 시대,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에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느는 건 필연적”이라고 진단한다. 막걸리 열풍을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이러한 변신에 근본적인 고민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그 고민은 막걸리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될 수도 있다. 막걸리 고유의 맛과 풍미를 지키며 더욱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또 막걸리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막걸리 소믈리에를 키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KEYWORD 06

신종플루

전 세계가 “콜록콜록”… 여행업계 ‘울상’


조석근  기자 gypsygirl2@chosun.com

국가전염병재난단계 최고수준으로 격상

지난 11월3일 정부가 국가전염병재난단계를 최고수준인 ‘심각(Red)’으로 끌어올렸다. 지난 11월18일까지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 수는 모두 82명. 노약자나 환자 같은 고위험군뿐 아니라 20대 감염자 사망 사례도 나와 사회적으로 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계도 마찬가지로 바짝 ‘긴장모드’다. 신종플루로 직장이나 학교생활에 지장이 생길수록 생산과 학습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업계들 사이에선 여행사처럼 신종플루로 인한 매출 급감에 시달리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 통해 전파

신종플루는 2009년 4월 처음 발견되어 한동안 ‘돼지독감’으로 불렸다. 그러나 돼지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식명칭을 ‘신종인플루엔자A(H1N1)’로 통일했다. ‘신종플루’는 감염된 사람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잠복기는 대략 1~7일 사이로 추정되며, 발열·오한·두통·기침·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인다. WHO는 2009년 6월12일 신종플루 전염 경보를 5단계에서 최고단계인 6단계로 격상했으며, 이는 대륙 간 감염으로 인한 ‘대유행(Pandemic)’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WHO는 지난 11월8일까지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 수가 6260명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대륙별로는 미주 지역 사망자가 4512명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그 다음으로 1194명이다.  

여행업계 ‘눈물’, 홈쇼핑은 ‘방긋’

신종플루에 가장 시달리는 곳은 여행업계다. 지난 9월 여행사 매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내국인 출국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줄어든 66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1.8%나 줄어들었다. 백화점과 마트 등 대형유통업계도 신종플루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쇼핑 횟수를 줄이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 이외에도 학원업, 놀이공원업, 경기장 운영업, 철도운송업 등도 신종플루로 침체를 맞고 있다.

‘신종플루 수혜 업종’도 있다. 홈쇼핑업체가 대표적인 경우. 소비자들이 신종플루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꺼려 실내 쇼핑족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나 소독제품, 세정제 기업, 온라인 교육업체들도 주식시장에서 ‘신종플루 테마주’로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전문가 분석 

최악의 경우 경제 성장률 7.8% 낮출 수도

전문가들은 신종플루가 유행할수록 산업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월12일 기자회견에서 “신종플루가 최근 2~3주처럼 빨리 퍼져 나가고 올 겨울 내내 지속된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충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전했다. 그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경제 성장률 영향이 0.1%포인트 이상이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1918~1920년 7110만 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처럼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경우 하락폭은 7.8%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KEYWORD 07

보금자리주택

무주택 서민들 꿈 이뤄주다


조석근  기자 gypsygirl2@chosun.com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당첨 경쟁에 불붙어  

지난 10월7일부터 29일까지 강남 세곡, 서초 우면, 하남 미사, 고양 원흥 등 4개 시범지구에서 보금자리주택 1만4295가구가 공급됐다. 여기에 5만8914명이 사전예약을 신청해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첨이 생애 최초 여부,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 등 여러 평가요소에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한편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이자 주택시장 안정정책으로 받아들여진다. 보금자리주택에 많은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싸지만 아무나 못 들어간다

보금자리주택이란 정부가 무주택자들을 위해 토지주택공사 등 공공부문을 통해 직접 공급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주택을 말한다. 국토해양부는 2018년까지 총 150만 호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며, 공급될 주택은 분양주택 80만 호, 임대주택 70만 호로 이뤄진다. 이들은 각각 수도권에 100만 호, 지방에 50만 호가 공급되며 가격은 기존 공공주택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가격보다 15%가량 싸게 매겨진다. 당첨 여부는 무주택 여부, 청약저축 납부 회수, 저축액, 부양가족수 등의 기준으로 심사된다.  

 ‘로또 아파트’ 민영주택 가격 하락 이끌 것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아파트들은 과거 그린벨트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지역으로 이곳에 공급되는 주택들은 주변 지역보다 많게는 50%까지 저렴했다. 더구나 서울 강남권 등 수도권 요지에 위치하다 보니 장래 예상 수요도 큰 지역들이다. 당첨되는 즉시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보니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된 아파트들이 ‘로또 아파트’로 불리게 된 배경이다. 그 결과 30~40대 직장인,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 상당수가 보금자리주택 대기수요자가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출을 받아 기존에 나와 있는 민영주택을 구입하는 것보다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공공주택의 분양신청을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 것. 민영주택의 매력이 떨어짐에 따라 보금자리주택이 주택 시장의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 분석 

천천히 기다리며 청약통장부터 가입해야

이번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청약 자격이 기관추천, 3자녀, 신혼부부, 노부모, 생애최초 등 모두 7개에 달해 신청자가 청약 가능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또 강남권 청약 쏠림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과도한 이익을 공공이 회수하지 않고 개인에게 주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의식해 일단 3자녀 특별공급 물량의 지역별 배정 비율을 조정하고, 기관추천 특별공급은 대상자 선정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KEYWORD 08

초식남·건어물녀

그들이 만드는 새 소비 시장 주목하라


홍미영  IGM 연구원 myhong@igm.or.kr

2009 미혼남녀의 새로운 초상화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세상에 여러 모양의 사람들이 칡넝쿨처럼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 다양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들 중 하나가 그들의 특성을 그룹으로 묶어내는 말들이 아닐까. 2009년에도 어느새 된장녀, 건어물녀, 초식남, 품절남, 품절녀 등 집단을 통칭하는 말들이 유행처럼 생겨나 방송과 인터넷에 회자됐다. 그 중 초식남·건어물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와 변화하는 경제, 사회 환경 속에 대한민국 경제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미혼남녀의 새로운 초상화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많은 이목을 끌었다.

연애에 소극적인 남녀 지칭

초식남(草食男) 또는 초식계 남자는 기존의 ‘남성다움’(육식적)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으면서, 주로 자신의 관심분야나 취미활동에는 적극적인 남성. 이성과의 연애에는 소극적이고,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에 빗대어 기존개념의 남성다운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를 표현한 용어. 건어물녀는 사회생활에 너무 지쳐 연애하고 결혼하고픈 마음이 건어물처럼 완전히 말라버린 여성을 지칭한다. 맥주를 마시면서 안주로 오징어와 같은 건어물을 즐겨먹는다는 뜻과 연애세포가 건어물처럼 말랐다는 중의적인 뜻을 지닌다.

새로운 소비 시장 형성

초식남과 건어물녀가 소비 시장을 바꾸고 있다. 초식남과 건어물녀의 원산지 격인 일본에서 초식남의 등장으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연애 시장과 소비 시장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이런 초식남들의 등장으로 콘돔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이들은 술과 자동차에도 관심이 없다. 과거 직장인들이 “맥주 한 잔” 하면서 동료의식을 강조했다면, 초식남은 회식 자리에서도 당당하게 칵테일을 시킨다. 그리고 좋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자신의 신분을 나타낸다는 구시대적 사고가 없다. 이들 때문에 웨딩업체와 주류회사, 자동차회사에서는 매출이 줄어든다고 난리다. 반면, 초식남과 건어물녀는 새로운 소비 시장도 형성한다. 초식남과 건어물녀에게는 혼자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홈시어터나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MP3플레이어 같은 전자제품은 필수다. 본인의 취미와 외모에 관심이 많은 초식남들. 일본 20대 남성 중 눈썹을 손질하는 남성이 무려 80%에 달한다고 한다.

  전문가 분석 

소비심리 양극화에 주목해야

심리학 전문가인 최명기 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초식남·건어물녀가 증가하는 이유는 저성장과 고령화로 결혼연령이 높아진 시대에 ‘자녀의 양육’ VS ‘본인의 노후 균형’의 생존의 갈등에서 젊은 세대가 본인의 지속적인 삶의 균형을 택하려는 성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기업들은 마케팅에서 ‘소비심리의 양극화’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초식남, 건어물녀로 대변되는 독신남, 독신녀들은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을 위해서는 최고의 제품들을 소비한다. 반면, 집 안에서의 개인의 모습은 실용적인 가치가 우선인 이들은 초저가 제품 등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인다.

KEYWORD 09

청년 니트족


“우리는 당당히 세상에 나가고 싶다”

조석근  기자 gypsygirl2@chosun.com

청년층 고용 사정 악화

통계청이 11월11일, 10월 취업자 수가 2385만6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만 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석 달째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고용 사정이 개선되는 기미라는 해석이 따른다. 그러나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7.5%로 전년의 같은 달에 비해 0.9% 늘어 청년층의 고용 사정은 악화됐다. 한편, 고용률 차원에서 청년층의 실업문제를 바라보면 이들의 고용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8년 청년 고용률이 43.7%인데 반해 한국은 23.8%. 또래 100명의 청년 가운데 24명 정도만 취업 상태라는 소리다. 이는 대학생, 군경, 군 입대 대기자를 제외하고도 소위 ‘청년 니트족’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113만 명에 달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 수치는 통계청이 발표한 공식 청년 실업자의 3.4배 규모다.  

일할 의사 없는 청년 무직자

본래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말이다. 보통 15~34세 사이의 취업인구 중 미혼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로 ‘무업자’라고도 부른다. 지금은 보다 넓은 의미로 쓰이는데 15~29세 인구 중 무급가족종사자, 실업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쉬고 있으나 장래 취업의사가 있는 자 등을 포괄해 지칭한다. 최근 들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청년 구직자들이 학업을 연장하고, 토익 점수 올리기나 자격증 따기 등 소위 ‘스펙’을 쌓는데 몰두하는 과정에서 청년 니트족이 확산되는 추세다. 

청년층은 구직난, 중소기업은 구인난

청년 니트족이 늘어나는 현상과는 반대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청년 니트족의 증가를 방치하면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은 더욱 악화되고 그에 따라 경제 성장도 둔화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청년 니트족 개인의 입장에선 일하는 과정에서 얻는 학습 기회를 상실해 미래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장래의 숙련노동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청년층의 장기간 미취업으로 인한 소득 악화로 빈곤층 확대나 중산층 붕괴 같은 사회 불안 요소도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 분석 

청년 구직자를 중소기업으로 연결해야

대졸 청년들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으로 빚어지는 불균형이 우리나라 고용 시장의 고질적 병폐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오명 건국대 총장은 최근 <조선일보>와 가진 좌담회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의 성공 모델이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에 들어가 엘리트 사원이 되는 것으로 굳어져 있다”며 “인식을 바꿔 목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년 구직자와 채용 계획이 있는 중소기업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KEYWORD 10

비정규직

해고 대란 우려 속 고용의 질 악화

조석근  기자 gypsygirl2@chosun.com

노동부 경고에도 ‘해고대란’은 없었다

10월7일 노동부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7월1일 ‘비정규직법’ 전면 시행을 두고 올해 초부터 흘러나온 ‘비정규직 해고 100만 대란설’ 때문이다. 국정감사 당시까지 법 시행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노동부가 애초 경고한 해고대란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비정규직법 적용 여부와는 별개로 지난 6년 동안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정규직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전체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67.4%에서 올해 65.1%로 2.3% 낮아진 반면, 비정규직 비율은 32.6%에서 34.9%로 높아졌다. 그만큼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2년이면, 정규직 자동 전환

비정규직법이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크게 늘어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기간제 및 단기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동위원회법’을 말한다. 해고대란설로 논란이 된 부분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제4조 2항으로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는 내용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2년 이상 고용된 경우 자동으로 정규직이 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 이에 따라 법규가 적용되는 2009년 7월1일을 전후로 사용자가 근속기간 2년 미만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비정규직법 시행, 결과는 63% 정규직 전환

노동부는 당초 비정규직법이 7월1일자로 발효되면 사용기간 2년이 임박한 비정규직 근로자 70%가 해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노동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7월 한 달간 계약기간 2년이 도래한 근로자 1만9706명 중 실직한 사람은 37%,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36.8%로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비정규직법을 무시하고 계속 근무하는 사람도 26.1%였지만 이들은 비정규직법에 따라 사실상 정규직 전환자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분석 

비정규직은 지금도 증가 중

비정규직법 논란은 사회문제가 돼 국민이 모두 불안해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를 다수 고용한 사업장에 대한 노동부의 감독은 올해 상반기 308건에 불과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수에 대해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공부문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회적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나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이 신입사원을 정규직으로 뽑는 경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며 “신입사원을 채용하고서 당분간 비정규직으로 활용하면서 정규직 전환 여부를 판단함에 따라 대졸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도 덧붙였다.

KEYWORD 11

오픈(Open)

또 다른 10년, 통(通)하는 사회를 위해


김지유  IGM 연구원 jykim@igm.or.kr

개방의 시대 도래

LG텔레콤은 지난 9월 ‘아이디어 팩토리’라는 게시판을 개설해 직원들이 업무 현장에서 떠올린 생각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올리면 거기에 댓글로 생각을 보태기도 하고, 반박하기도 하면서 처음의 아이디어를 점점 키워나간다는 것이다. 개설한 지 한 달 반 만에 전체 직원의 40% 이상이 참여해 벌써 2000개 가까운 아이디어가 올라왔고, 실제로 몇몇 아이디어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회사 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장의 후발주자로 출발한 엠엔소프트는 고객 사이트인 ‘맵피마을’에 올라오는 고객 의견으로만 1년에 30% 이상 바뀐다는 우리나라 지도의 정확도를 97%까지 끌어올렸다. 이들이 매년 10억원 이상을 절감하고 다양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며, 업계의 독보적 1위가 된 것은 불과 1년 사이의 일이다.

소통이 변화를 주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한 참신한 아이디어의 발굴, 고객 의견에 힘입은 비약적인 기업의 성장. 다른 이야기 같지만 사실 모두 한 가지 주제, 즉 개방의 시대 도래에 따른 사회 변화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예전처럼 생산자와 소비자가 철저히 구분되는 것이 아닌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참여형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가 등장한 것은 물론 기업부터 정치까지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이 일반화됐다. 개인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가진 힘은 이제 예전과 같지 않고, 그 개인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생각을 키워나갈 때 그 힘은 더 커진다. 바야흐로 ‘소통(疏通)’이 트렌드를 넘어 사회 변혁을 주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CEO도 소통경영 열풍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들이다. 제프리 이멜트, 스티브 잡스 등 알아주는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모두 권위를 벗어 던지고 사내 블로그와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김진수 YES24 대표이사 등 많은 경영자들이 이미 블로그를 통해 직원 및 고객들과의 대화에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 분석 

아직 소통이 어색한 한국

최철규 IGM 부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나 트위터 같이 멋들어지고 그럴싸해 보이는 도구만 갖추면 이미 자신은 외부와 ‘소통’하고 있는 사람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도구들은 어디까지나 소통과 열림으로 가는 매개체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최 부원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장애물은 조직 내 구성원들의 극렬한 저항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타인과 밖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 바로 소통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열쇠”임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KEYWORD 12

인문경영

기본으로 돌아가라!


오지영  IGM 연구원 jyoh@igm.or.kr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문학 부활

한동안 심각한 위기 상황에까지 처했던 인문학이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거대한 기업도 얼마든지 몰락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20세기에 쌓아온 효율성에 대한 믿음과 질서가 흔들리자 위기를 타개할 해법을 기본에서 찾고 있다. 한편 인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은 위기에서 촉발된 개인적인 불안감에도 기반을 둔다. 남들 사는 대로 성실히 살아왔고 어느 정도 목표를 이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과연 왜 살까?” 고민하는 불안한 중년만이 남았다. 인문학 속에서 술, 골프, 부동산으로 점철된 똑같은 일상을 넘고 싶다.

사람에 대한 탐구로 새로운 것 ‘창조’

‘인문경영’은 철학, 역사, 건축, 문학, 예술 등 인문학에서 지혜를 찾아 복잡한 경영환경을 깊이 보는 시각과 이해를 찾으려는 시도다. 그동안 우리는 선진국을 ‘따라잡으며’ 경제 성장을 일구어왔지만, 이제는 인문학에 기반을 둔 상상력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탐구하는 인문학이야말로 근본을 꿰뚫는 통찰의 원천이다.

경영인들에게 유행이 된 인문학

경영인들에게는 인문학이 이미 하나의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지난 11월16일 저녁, IGM의 동양 최대 규모 CEO 교육 프로그램 지식클럽 인문특강에 CEO들이 빽빽하게 모였다. 이 날 강사는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 그는 “건축은 예술이나 기술이 아닌 인문학”이라며 부동산적인 관점이 아닌 행복권적 관점에서 건축을 보는 법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참석한 CEO들은 “늘 경영만 생각했는데 이번 인문학 강의로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됐다”며 반겼다.

서울대 인문학 최고경영자과정,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 삼성경제연구소의 인문학 조찬강좌 메디치21, 세종문화회관 세종르네상스 등이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포스코, 롯데백화점 등 국내 기업에서도 CEO들이 앞장서서 임직원 대상의 사내 인문학 강좌를 개설할 정도다. 삼성경제연구소가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추천도서에도 <삼국지>, <손자병법>, <군주론> 등 고전이 우선적으로 꼽혔다.

  전문가 분석 

고전 읽고 경영요소 발굴해야

손근영 IGM 지식클럽 차장은 “CEO들의 요청이 끊이질 않아 두 달에 한 번 하던 인문 특강을 매달 1번으로 확대했을 정도”라고 인문학 열풍을 설명한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 소장은 “역사, 문학, 철학 등 이 모든 것들은 인류가 오랜 역사 동안 엄청나게 누적해온 지식의 보고다. 인문과 경영의 사이즈는 안드로메다와 달의 사이즈 차이만큼이나 내공의 차이가 크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시중 베스트셀러만 봐서는 경영의 깊이를 더하기 어렵다. 얄팍한 책보다는 인간에 대한 총체를 담은 고전을 읽고 그 사이사이에 경영적인 요소를 발굴해 내어 새롭게 21세기 경영을 창발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KEYWORD 13

행동경제학 돌풍

보다 인간적인, 보다 따뜻한 학문에 주목


최미림  IGM 연구원 mrchoi@igm.or.kr

세계 경제 불황이 낳은 학문 행동경제학

2008년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위기에 빠졌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게 위기의 출발점이었다. 미국의 개인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며 집값의 몇 배씩을 대출했다. 또 금융권은 주택을 담보로 한 각종 투자 기법을 만들어냈고, 만약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서 대출이 반환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이곳저곳에 보험을 들어 놨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자 도미노처럼 연쇄 폭탄이 터진 것이다. 경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낳은 참극이었다. 그리고 이번 세계 경제위기는 경제학계의 판도까지 바꿔 놨다. 지금까지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로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가정 아래 이론을 펼친 전통적인 주류경제학의 맹점이 온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대신 주류경제학의 반대편에서 인간의 비합리성을 전제로 연구를 펼쳐온 행동경제학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비합리성을 전제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 인간이 실제로 어떠한 선택을 하고 행동하는지를 심리적으로 고찰한 뒤 이를 예측 가능하도록 이론화하는 학문이다. 즉, 아담 스미스 이래 축적된 전통경제학의 이론적 기반에 심리학의 연구성과와 다양한 실험방법을 접목한 보다 ‘인간적인’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2002년 이미 행동경제학의 서막이 열렸다.

우리 삶에 이미 파고 든 행동경제학의 흔적

이와 같은 행동경제학의 등장은 정부, 기업은 물론 개인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정부와 기업은 미국 시카고대학 경영학부의 리처드 선스타인 교수가 제시한 ‘넛지(Nudge)’라는 개념을 다양한 방향에서 활용하고 있다. 옆구리를 쿡 찌른다는 사전적인 의미를 지닌 넛지는 개인이 가진 선택의 자유는 보장하되 똑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최근 쓰레기 상습 투기 지역에 꽃 담장을 설치한 영등포구 역시 시민들에게 넛지를 실시했다고 볼 수 있다. 깨끗하게 정리된 거리에 차마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심리를 파고들어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 없이 시민들의 똑똑한 행동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전문가 분석 

행동경제학 고려하면 실질적인 이익 거둘 수 있어

이계평 IGM 이사는 “인간의 본성을 바탕으로 한 행동경제학은 정부, 기업 할 것 없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며 행동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임을 강조했다. 또 개인 역시 행동경제학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주식시장의 예를 살펴보자. 크게 손해 본 주식과 크게 이익 본 주식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주식을 팔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상 값이 떨어진 주식보다 이익을 본 주식을 처분하는 성향이 크다. 손해 본 주식을 값이 올라갈 때까지 가지고 있게 된다는 말이다.

KEYWORD 14

구조조정

11년 만에 한국 경제 전면에 부상하다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경제위기 극복 위해 다시 부상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 한국 경제가 급속히 경기 침체에 빠져들면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키워드로 구조조정이 다시 부상했다.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구조조정은 산업구조적인 면에서 갖는 의미와 개별기업에 적용되는 의미가 다르다. 일률적이고 사후적인 구조조정에 치우쳤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 구조조정은 사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채권단이 주도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주체는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와 채권은행 조정위원회. 금융권 대출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의 회생·퇴출은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가, 대출 5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의 생사는 채권은행 조정위원회가 결정한다. 정부 측에선 금융감독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기업재무개선지원단을 설립, 채권단이 주도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측면 지원했다.

경영 효율성 제고 위한 각종 자구책

정부와 채권단, 각 기업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각종 대응책들이 ‘구조조정’으로 불리고 있다. 구조조정은 크게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구조조정 등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개별 기업이 하는 구조조정은 감원이나 임금 삭감, 비주력 사업 매각 등 기업들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놓는 온갖 자구책을 뜻한다. 산업·업종 구조조정은 주요 산업이나 업종에서 산업구조 합리화를 위해 이뤄지는 부실기업 퇴출과 M&A(인수·합병)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구조조정 늦어지면 경제에 큰 부담

정부와 금융 당국이 중소기업 구조조정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3차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세부평가 대상으로 1842개사를 선정했다. 3차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끝으로 지난해 금융위기 뒤 올 한 해 지속됐던 구조조정 작업은 마무리된다. 올해 초 건설·조선업종에 대한 1, 2차 구조조정에서 29개사에 C등급(부실징후), 7개사에 D등급(부실)을 매겼다. 또 9개 대기업그룹과는 재무개선약정을 맺었다.

해운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도 본격화한다. 정부 측은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대형 해운사들과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해 계열사나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의 자구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 분석 

굵직한 대기업 구조조정 이슈 해결 못해

일부에선 구조조정 작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과 금호생명 매각, GM대우 회생문제 등 굵직한 대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수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표류하고 있는 구조조정이 한국 경제에 암초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다.

KEYWORD 15

G20

한국, 세계 경제 주류권 진입 청신호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G7에서 G20로 권력 중심축 이동

선진국의 목소리가 일방적이던 국제사회에서 신흥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G5 혹은 G7 등과 달리 선진국과 신흥국이 함께 참여한 G20로 세계의 권력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지난 9월24, 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3차 G20 정상회의에서 향후 G20 정상회의가 정례화되고, 한국이 차기 개최지로 결정됐다. G20 정상회의 정례화는 선진국들이 신흥국들의 도움 없이는 세계 경제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에 도달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특히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이 고전하는 동안 한국, 브릭스(BRICs)는 위기에서 훨씬 빨리 벗어나 세계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주요 신흥국 포괄하는 국제 논의 체제

한때 세계는 G5(Group of Five)로 대표되는 소수 선진국의 세상이었다. 잠시 세계를 주름잡던 G5에 이탈리아, 캐나다가 포함된 G7이 성립됐다. 이후 정치 분야에 러시아가 참여하는 G8이 설립됐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제협력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기존의 G7 선진국 외에 주요 신흥국을 포괄하는 국제논의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지난 30년간 신흥국의 세계 경제 비중이나 역할이 급격히 확대됐으나, 국제금융체계는 이러한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 이러한 필요성에서 출범한 것이 바로 G20이다. G20은 선진국만으로 구성된 G7과 달리 선진국과 신흥국이 균형 있게 포함됐다. 회원국은 G7(미, 일, 영, 프, 독, 캐, 이),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러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남아공, EU 의장국이다.

한국 G20 정상회의 개최로 선진국 진입

내년 11월 열릴 G20 정상회의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내년 G20 의장국에다 주최국까지 겸하게 됐다. 회의 개최뿐 아니라 의제 설정, 토론, 결론 도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돼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G20 정상회의 유치로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으로 전환하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매력적인 투자 대상지로 인식되고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등 한국 경제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 분석 

전체적인 외교 전략 다시 수립해야

새로운 권력 중심이 된 G20을 통해 새로운 리더로 부상한 한국이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G20의 부상은 국제 논의의 중심이 서방에서 아시아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회원국들 간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아시아권, 신흥경제권의 통합된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게 필요한 국제공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성철 IGM 이사장은 “대아시아 외교를 확대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적극적인 대외 개방과 국내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EYWORD 16

산짜이

바이러스처럼 확산, 하지만 탈출구는 있다


최지혜  IGM 연구원 jhchoi@igm.or.kr

베이징 올림픽보다 인기가 많은 산짜이

“니하오”라는 말은 중국의 대표적인 인사말이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또 다른 인사말이 있다고 한다. 바로 “오늘도 ‘산짜이’ 하셨나요?”라는 말이다. 산짜이는 현재 중국인의 삶의 대부분의 분야에 침투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가장 큰 검색사이트 A사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최고 인기검색어 중의 하나가 바로 산짜이라고 한다. ‘산짜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나 유행하는가?

기능은 더 많고 가격은 더 저렴하다

‘산짜이(山寨)’는 ‘소규모, 소형’이라는 뜻이다. 산짜이는 심천, 광둥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점포들이 노키아, 삼성, 애플 등의 유명 휴대전화 회사의 제품을 모방하고, 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의 휴대전화에 넣어 저렴하게 휴대전화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시작됐다. 정품의 3분의 1 밖에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정품보다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해 중국 시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수출돼 현재까지 1억5000만 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산짜이는 휴대전화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산짜이 카메라’, ‘산짜이 MP3’ 등의 전자제품은 물론 ‘산짜이 검색’, ‘산짜이 춘완(중국 설날에 전국적으로 방송하는 대규모 인기 프로그램)’, ‘산짜이 주걸륜(중국에서 최고인기 스타)’까지로 확산돼 하나의 ‘산짜이문화’로 중국에서 자리 잡았다. ‘바이구후(바이두+구글+야후)’라는 검색사이트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바이두, 구글, 야후 3개의 검색사이트 결과를 함께 보여준다.

득보다 실이 크다

얼핏 생각하면 ‘산짜이’는 정품에서 추가적으로 창조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유통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또 대기업들의 가격거품을 빼서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산짜이문화의 확산은 한편으로 중국 국내에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나타낸다. 장기적으로 보면, 산짜이의 확산으로 인해 기업들은 원가를 줄이기 위해 기술투자를 줄일 것이다. 또 새로운 기술개발에 대한 프리미엄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술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신기술을 가진 제품이 줄어드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의 손해이며 전체 시장의 손해로 이어진다.

  전문가 분석 

기다리지만 말고 고가 시장을 공격해라

일본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도 중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며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산짜이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정부에 압력을 가하면서 기다려야만 하는가? 이에 대해 조미나 IGM 이사는 “물론 정부의 외교적 압력이 필요하지만 그것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산짜이 제품은 저가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타깃이다. 그러므로 산짜이 제품이 진입하기 힘든 고가 시장을 공략해 중국의 럭셔리 제품이나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KEYWORD 17

환율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업체 울상


김주영 기자 maybe@chosun.com

약 달러 기조 굳어지며 원화 강세

금융위기에도 불구 흑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수출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금난을 견디다 못한 시중은행들은 외화 대출 회수와 함께 매입 외환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 달러 기조가 굳어지면서 환헤지를 하지 않은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한 원·달러 환율, 세 자릿수 코앞

금융위기가 가속화한 지난해 10월 1214.80원으로 120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 환율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더니 올 3월 1600선을 위협했다. 하지만 이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9월 중순부터 1200선 전후에서 머물고 있다. 

이처럼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국제 금융 불안이 진정되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가시화함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수로 향후에도 증시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환율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달러 약세로 원화가 상대적인 강세를 띠는 현상이 오래가면 문제다. 원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률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달러 약세, 금융위기만큼 무섭다

달러 약세는 유가 급등과 같은 원자재의 가격 상승